2장: 미리암(Miriam)
배스토니 교정시설— 연방정부와 국방부가 함께 운영하는 이 요새 같은 감옥은, 노바 앤젤레스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장소로 꼽혔다.
AI 전범, 불법 레플리칸트, 그리고 국가를 위협하는 중범죄자까지 한 곳에 몰아넣다 보니, 여기를 단지 ‘교정시설’이라 부르기엔 부족했다. 폭력과 실험이 일상화된 ‘실험장’에 가깝다는 평이 돌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 안에는, 인간임에도 억울한 죄목을 뒤집어쓰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미리암(Miriam)이라는 여성이다. 이곳에서 수년째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녀는 쉽게 꺾이지 않는 굳센 의지와, 잘못된 것을 마주치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 성격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억울한 ‘반역죄’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 수감자
미리암은 예전에 회계사로 일하며, 늘 정직하고 깨끗한 일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회사의 광범위한 비리를 발견한 뒤 폭로를 시도하다가, 교묘하게 조작된 음모에 휘말려 **‘반역죄’**가 씌워졌다. 정작 어떠한 반역행위도 하지 않았지만, 배후 세력은 서류를 조작해 그녀를 국익을 해칠 만한 위험인물로 몰아갔다. 결국 그녀는 단 반나절만에 공공의 적이 되었고, 재판도 없이 배스토니 교정시설로 이송되었다.
“회사 내부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했다”는 기사 몇 줄이 전부였으나, 이를 본 사람들은 자연스레 미리암이 큰 죄를 지었다고 짐작하게 되었다. 정작 당사자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집념하나로 이곳에서 수년을 버텨왔다.
정보통이 된 이유
감옥에 들어온 뒤, 미리암은 의도치 않게 ‘정보통’이 되었다. 배스토니의 구조, 교도관들의 성향, 재소자 사이의 파벌, 그리고 외부와 이어지는 비공식 경로까지 하나하나 파악하기 시작했다.
회계사 시절 갈고닦은 분석력과 끈질긴 성격 덕분에, 내부에서 오가는 사소한 말싸움이나 소문도 놓치지 않았다. 교도관과 재소자 모두 종종 이 정보를 필요로 했고, 미리암은 협상을 통해 감시망을 피해 억울한 사람들을 돕곤 했다. 물론 폭행·협박의 위협도 감수해야 했다. 폭력과 협박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긴 어려웠지만, 미리암은 굴하지 않고 희망을 붙들었다.
“여긴 인간을 부수는 곳이지만…”
감옥 내부를 돌면, 습한 곰팡이 냄새와 전기 충격기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섞여 코끝을 찌른다. 지쳐 고개를 숙이는 재소자들, 소수 폭력배가 날뛰는 걸 방치하는 교도관. 이곳의 일상은 이미 약육강식에 물들어 있었다.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미리암은 조언자역할을 자처했다. 재소자들이 겁에 질려 오갈 데 없을 때면,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차분히 전하곤 한다.
“여긴 사람을 부수는 곳이지만, 결국 망가지는 건 우리가 마음속에 간직한 소중한 무언가일지도 몰라요.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이 말에 힘입어 재소자들은 조금이라도 사람다움을 되찾으려 애썼다. 몰래 음식을 나눠 먹고, 밤중에 상처를 보살펴 주는 일도 생겼다. 만약 미리암이 없었다면, 교도소 내부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지옥이 되었을 거라는 게 재소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마리안을 맞이할 준비
얼마 전부터, 새로 들어올 레플리칸트가 있다는 소문이 배스토니 안을 휩쓸었다. 그것도 인간 수준의 감정 능력을 지닌 ‘핵심 대상’이라나— 소장 프레이저(Frasier)가 직속으로 관리할 정도니, 범상치 않은 인물이 틀림없었다. 교도관들은 호기심과 혐오가 섞인 반응을 보였고,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프레이저가 또 무슨 실험을 꾸미는 거지?”라는 의심이 번져나갔다.
미리암 또한 어느 날, 교도관들의 은밀한 대화 속에서 “특별한 코어를 지닌 레플리칸트”란 단서를 엿들었다. 소장 프레이저가 직접 나서서 데려오는 이상, 뭔가 음모가 깔려 있을 거라고 그녀는 직감했다. 감옥식 창문 너머로 희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미리암은 또 한 생명이 이곳에서 부서지지 않도록 힘을 보태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오든 간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도울 방법을 찾겠어….’
손목에 새겨진 재소자 번호표를 매만지면서, 미리암은 끝나지 않은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이곳이 설령 지옥이라도,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버텨야 한다는 믿음이 그녀를 지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