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민주주의의 파편-블루 펜타곤
한편, 배스토니 교정시설이라는 작은 지옥이 존재하는 동시에, 그 바깥세상도 이미 민주주의가 무너진 지 오래였다. 2050년, 전 세계는 강력한 독재자들이 일으킨 전쟁을 거치며 3개의 거대 민족국가로 분할되었고, 표면적으로는 협정을 맺으면서 반란군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인구를 제한하고 있었다. 사실상 모든 인류가 감시받고, 반항할 힘조차 잃어가는 형국이었다.
특히, 과거 헌법정신을 지켜온 미국마저 2045년을 기점으로 군사 독재에 잠식되었다. 의회와 법원은 불타 사라졌고, 독재자들은 이를 반란군소행이라 거짓 보도했다. 그로 인해 헌법은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재판관들마저 행방불명되었다. 사람들은 그 사건을 “민주주의의 장례식”이라 부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사 독재자들은 히틀러 못지않은 선전술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제론 극단적인 감시와 통제를 시행했다.
그 극단적 형태가 바로 워싱턴 재정비로 탄생한 “블루 펜타곤”이라는 거대 탑이다. 수천 개 인공위성으로 지구 전체를 감시하며, 반란군 색출과 무력 지배를 관장하는 이 탑은 과거 워싱턴 기념비와 국회의사당이 있던 자리에, 마치 바벨탑처럼 솟아 세계를 굽어보고 있었다.
거리에서 삐걱거리는 네온사인 아래, AI와 레플리칸트가 뒤섞인 로봇 병사들이 순찰을 돌며,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 채 첩보전이 벌어지는 듯한 이야기를 수군거린다. 그러나 독재 정권의 예리한 감시 앞에서,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한다.
그럼에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헌법을 지키려던 세력이 언젠가 귀환하리라는 풍문이 은밀히 떠돈다. 그러나 현실은, 블루 펜타곤에 군림한 독재자들이 AI와 레플리칸트를 동원해 전 지구적 감시·통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어쩌면 이 시대야말로, 인류가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향해 조용히 움직이는 시계태엽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으로선, 모든 시도가 대대적 감시와 정부군의 무력 앞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누구도 쉽게 낙관하지 못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