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Father

하늘과 땅을 잇는 기도

by 진동길


카를 하인리히 블로흐 (Carl Heinrich Bloch), 『산상설교』 (1877)


주님의 기도, 하늘과 땅을 잇는 완전한 기도


주님의 기도는 그리스도교의 오랜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고 중요한 기도로 여겨져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이 기도는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통적으로 “온 복음의 요약”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도문 이상의 것으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 하늘의 뜻과 땅의 삶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다리입니다.




신약성경에서는 마태오 복음(6,9-13)과 루카 복음(11,2-4) 두 가지 형태로 이 기도가 전해집니다. 마태오 복음에서는 산상설교의 일부로 좀 더 긴 형태가 제시되며, 루카 복음은 제자들의 간청에 대한 예수님의 직접적인 응답으로 보다 간결하게 나타납니다. 교회는 주로 마태오 복음에 등장하는 완전한 형태를 전례와 기도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와 "악에서 구하소서" 등의 중요한 구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비록 루카 복음의 형태는 다소 짧지만, 두 복음서 모두 예수님께서 전하고자 하신 기도의 본질을 온전히 담고 있으며, 각각의 맥락에 따라 강조점이 다를 뿐입니다.




주님의 기도 다언어 원문


한국어 (가톨릭 전례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라틴어 (로마 전례문):

Pater noster,

qui es in caelis,

sanctificetur nomen tuum;

adveniat regnum tuum;

fiat voluntas tua, sicut in caelo et in terra.

Panem nostrum quotidianum da nobis hodie;

et dimitte nobis debita nostra,

sicut et nos dimittimus debitoribus nostris;

et ne nos inducas in tentationem;

sed libera nos a malo. Amen.


그리스어 (신약 원문, 마태오 6:9–13)

Páter hēmōn ho en toîs ouranoîs,

hagiasthētō to onoma sou;

elthetō hē basileía sou;

genēthētō to thélēmá sou, hōs en ouranō kai epí tēs gēs.

Tòn árton hēmōn ton epioúsion dos hēmin sēmeron;

kai áphes hēmin ta opheilḗmata hēmōn,

hōs kai hēmeîs aphíemen toís opheilétais hēmōn;

kai mē eisenénkēs hēmas eis peirasmón,

alla rhýsai hēmas apó tou ponēroú. (Αμήν)


영어 (전통 번역)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hallowed be thy name.

Thy kingdom come.

Thy will be d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

Give us this day our daily bread;

and forgive us our trespasses,

as we forgive those who trespass against us;

and lead us not into temptation,

but deliver us from evil. Amen.


라틴어 기준 직역 (한국어)

하늘들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당신의 이름이 거룩하게 여김을 받으시오며,

당신의 나라가 임하시며,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빵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자들을 용서하였듯이 우리의 빚을 용서하시며,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해: 위에 병기된 다언어 원문은 마태오 복음서에 전해진 주님의 기도를 여러 언어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어 본문은 가톨릭 전례에서 사용하는 공식 번역이며, 라틴어 본문은 가톨릭 미사의 전례문(Pater Noster)이다. 그리스어 본문은 신약성경 원문(코이네 그리스어)으로, 마태오 6장 9–13절에 해당한다. 영어 번역은 전통적인 그리스도교권에서 널리 쓰이는 번역이며, 마지막으로 제시한 한국어 직역은 라틴어 어휘와 어순을 최대한 따른 번역이다. 이를 통해 한국어 미사 번역과 성경 원어 사이의 뉘앙스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 전례문은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하여 ‘우리에게 잘못한 이들’과 우리의 잘못(죄)을 표현하지만, 라틴어 원문은 “debita… debitoribus”라는 ‘빚’의 은유를 쓴다. 이는 헬라어 ὀφείλημα(opheílēma, 빚/죄)의 개념을 따른 것으로, 하느님 앞에서 죄를 ‘빚’에 비유한 표현이다. 또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한국어 번역은 라틴어 “ne nos inducas in tentationem”을 의역한 것으로, 직역하면 “유혹 속으로 우리를 이끌지 마옵시고” 정도이다. 이러한 번역상의 차이는 각 언어와 교회의 신학적 해석이 반영된 결과이며, 본 분석 각 절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주님의 기도는 명확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을 향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친밀한 호칭으로 시작한 후, 세 가지의 하느님 중심적인 청원이 이어집니다. 1.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기를, 2. 하느님의 나라가 오기를, 3. 하느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간구합니다. 이어 네 가지 인간 중심적인 청원이 따라옵니다. 1. 우리의 일용할 양식, 2. 용서, 3. 유혹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4. 악으로부터의 구원을 요청합니다. 이 구조는 유대교 전통의 기도와도 유사하게 하느님 찬양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필요로 이어지는 형태이며, 또한 십계명이 하느님과 인간을 향한 계명으로 나누어진 것과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이 기도를 깊이 묵상하며 그 중요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를 "복음 전체의 간략한 요약"이라 하였고, 성 암브로시오는 마태오 복음의 "값진 진주"에 비유했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교회 교리서 역시 주님의 기도를 "가장 완전한 기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2774항). 주님의 기도의 핵심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친밀하게 부르는 것과, 인간의 필요와 구원을 담은 일곱 가지 청원에 있습니다. 특히 모든 청원이 1인칭 복수형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기도는 개인이 아닌 신앙 공동체 전체를 위한 기도로서의 특징을 분명히 합니다. 성 치프리아노는 이 점을 강조하여, 우리가 각자의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한 공동체적 기도로 드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주님의 기도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완전한 기도"이며, 하느님의 영광과 인간의 필요를 동시에 아우르는 신학적 깊이와 영적 풍성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도를 드릴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하느님의 나라와 의로움을 먼저 구하며, 동시에 우리의 삶과 세상을 하느님의 뜻 아래에서 바라보는 영적 시선을 얻게 됩니다. 주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는 개인과 공동체의 일치를 체험하고, 하늘 아버지와의 깊은 친밀함 안에서 참된 신앙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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