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Father

"하늘에 계신"

by 진동길
9b12d80d06a688d295a56f74d158411a.jpg 하인리히 호프만(Heinrich Hofmann),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Christ in Gethsemane, 1890년대)


하늘에 계신 - 거룩한 현존으로 초대


기도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거룩한 대화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이 대화를 시작할 때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이라고 표현하며, 우리의 마음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립니다. 이 표현은 하느님의 위엄초월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의 아버지로서의 친밀함을 아름답게 연결하는 신비로운 언어입니다.




"하늘에 계신"이라는 표현은 하느님이 지극히 높고 거룩한 분이심을 나타냅니다. '하늘'은 성경에서 하느님의 보좌이자 영원한 집으로 묘사되지만, 가톨릭 교리서에 따르면 이 표현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위엄(초월성)과 의인들의 마음속에 내재하심(내재성)을 나타냅니다(2794항). 하느님은 모든 피조물 위에 계시는 초월자이시지만, 동시에 우리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머무시는 내재자이기도 하십니다.


예수님 시대의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삼가며, 대신 '하늘'이라는 표현으로 하느님을 암시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늘에 계신"이라는 표현을 가르치신 것은, 하느님의 높으심과 거룩하심을 경외하면서도 친근히 나아가도록 초대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드리는 기도는 이 땅의 현실에서 하늘로 향하는 여정이며,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우리의 마음을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특히 "하늘에 계신"에서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원문은 '하늘들'이라는 복수형을 사용하여, 하느님께서 모든 영적 영역과 우주의 전 영역을 통치하심을 암시합니다. 이는 하느님의 존재가 단순히 한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피조세계와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편재하심을 강조합니다. 하느님은 창조주이시며, 모든 만물 안에 충만히 현존하시는 분이십니다.


영성적 의미로 볼 때,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부르는 것은 우리의 영적 시선을 일상의 염려와 세속의 한계를 넘어 하느님께로 향하게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이미 하늘에 속한 존재임을 상기시키며(에페 2, 6), 이 기도를 통해 우리 영혼이 하느님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웁니다. 또한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마태 6,6)라는 말씀처럼, 하느님은 우리의 내면에도 계시어 깊은 기도 중에 만날 수 있는 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에 계신"이라는 표현은 주님의 기도 전체의 바탕이 됩니다. 우리가 드리는 모든 간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향하며, 그분의 전능하심과 자비로우심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합니다. 크고 작은 모든 것을 그분께 의탁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분이 하늘에 계신 우리의 아버지시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늘에 계신"이란 표현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갈 때 필요한 존경과 친밀함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깊은 신앙의 표현입니다. 이 말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거룩한 현존으로 초대받으며, 하느님과의 진정한 친교의 시작을 경험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언제나 하늘을 향하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사랑 안에서 더욱 깊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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