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 친밀함과 은총의 세계로 초대
기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가장 친밀하고 신성한 만남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이 만남을 시작하는 첫 마디를 "우리 아버지"라는 놀랍도록 친근한 표현으로 열어갑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아버지(Abba)"라고 부르도록 가르치신 이 호칭은, 그리스도교 기도의 본질을 드러내는 혁명적이고도 깊은 신앙의 표현입니다.
"우리 아버지"라는 표현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아버지와 자녀라는 깊은 친밀함에 근거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도 하느님의 부성에 대한 암시가 있지만, 하느님을 직접 "아버지"라고 부르는 관행은 예수님을 통해서야 온전히 드러났습니다. 테르툴리아누스가 언급했듯, 모세조차 하느님을 직접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성부와의 고유한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도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은총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아... '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되었다"고 강조합니다(로마 8, 15). 즉, 우리가 주님의 기도에서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때,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행위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상식을 넘어서는 놀라운 특권이며,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진정한 사랑의 관계가 존재함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라는 호칭에서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우리"라는 공동체적 표현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단지 자신의 아버지로만 표현하지 않고, 모든 신자들의 아버지로 제시하셨습니다. 키프리아누스 교부는 주님의 기도의 모든 표현이 복수형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신앙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 전체를 포함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과의 깊은 영적 연대를 확인하며, 상호 간의 사랑과 중보의 책임을 다짐하게 됩니다.
이 호칭은 또한 우리의 신분과 사명을 깨닫게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아버지라면 우리는 그분의 자녀이며, 따라서 그분을 닮아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교부들은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그 이름에 합당하게 살지 않으면 그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아버지께 무엇이든지 담대히 청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셨고,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한 끝없는 사랑과 응답을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라는 표현이 전하는 친밀함은 특별히 아름답습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고통 속에서도 "Abba, 아버지"라고 기도하셨듯, 우리 역시 이 표현을 통해 예수님의 기도에 참여합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이 표현을 통해 우리가 삼위일체의 신비 속으로 깊이 들어가도록 초대하시기 때문입니다. 성령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목소리로 하느님께 다가가며, 아버지의 사랑 어린 응답을 받습니다.
"우리 아버지"라는 호칭은 단순한 기도의 시작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과 삶 전체를 담고 있는 깊고 넓은 은총의 세계로의 초대입니다. 이 호칭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신분을 새롭게 깨닫고, 삼위일체의 사랑 안에서 더욱 깊은 친교를 누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기도를 바칠 때마다, 하느님께서 주신 놀라운 사랑과 자비에 감사하며, 친밀함과 신뢰 속에서 아버지께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