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Father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by 진동길
아리_셰퍼,_그리스도의_유혹,_1852년,_유화,_345_x_241_cm,_루브르_박물관,_파리.jpg 『그리스도의 유혹』 (The Temptation of Christ), Ary Scheffer (아리 쉐퍼, 네덜란드/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1795-1858)


유혹을 넘어 하느님의 품으로


우리 인생길을 걷다 보면 피할 수 없이 많은 유혹과 시험을 만납니다. 때로는 겉보기에 무해한 모습으로, 때로는 명백히 위험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 중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청원을 가르쳐 주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간구는 우리가 얼마나 연약하고 취약한 존재인지 솔직히 인정하면서,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쉽게 넘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보호에 맡기는 기도입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유혹하시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고보 사도가 분명히 밝힌 대로, 하느님께서는 절대 우리를 악으로 유혹하지 않으십니다(야고 1, 13 참조). 이 청원은 사실 "하느님, 저희가 시험과 유혹 앞에 놓일 때 넘어지지 않도록 지켜주시고, 홀로 버려두지 마소서"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이 간구의 원어인 그리스어 'πειρασμόν'(피라스몬)은 "시험"과 "유혹"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마태 6, 13). 시험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단련시키고 성숙시키기 위해 허락하시는 어려움일 수 있고, 유혹은 악한 세력이나 내면의 욕망이 우리를 죄로 이끌려는 함정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입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가 그것을 인내하고 극복하면 성장이 되지만,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면 유혹이 되어 죄로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시련을 만나더라도 그것이 죄로 빠지는 유혹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너무 벅찬 시험은 피하게 하소서." 우리가 이처럼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하는 이유는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이 세상의 수많은 유혹을 이길 수 없다는 겸손한 인정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조차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로마 7, 19)라며 인간의 나약함을 탄식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이 유혹을 홀로 맞서기보다 하느님의 보호 안에서 이겨내는 것이 지혜로운 것입니다.


최근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이탈리아어 미사 번역을 "유혹에 버려두지 마소서"(non abbandonarci alla tentazione)라고 수정하도록 하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일부러 시험에 빠뜨리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시험 중에도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지켜주시는 분임을 더욱 분명히 하려는 것이지요.


또한, 이 청원은 우리가 직면하는 영적 전쟁의 현실을 잘 드러냅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의 영혼을 해치려는 수많은 함정과 덫이 있습니다. 하느님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은 바로 그런 덫에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우리 발이 돌부리에 부딪히지 않도록 천사들에게 명령하시는 하느님의 자애로운 섭리를 신뢰하는 표현입니다.


이 기도를 드릴 때 우리는 하느님께 지혜를 청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진정한 선인지, 어떤 것이 은근히 숨어 있는 악의 덫인지 명확히 분별할 수 있도록 성령의 은사를 구하는 것이죠. 세상은 때로 악을 선으로 포장하거나 선을 악으로 위장하여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빛 안에서만 바른 길을 발견할 수 있기에, 이 지혜를 간절히 청해야 합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간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인정하고, 하느님의 보호 없이는 결코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겸손한 신뢰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기도를 통해 우리는 매일 자신을 하느님 품에 맡기며, 영적 전투의 현장에서 하느님께서 친히 우리의 방패와 피난처가 되어주시길 간구합니다. 그리고 이 믿음을 힘입어 마지막 청원인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기도로 나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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