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늪지대의 오리와 잃어버린 깃털

by 진동길


늪지대 가장자리에는 연못 하나가 있었습니다.

어느 봄날, 늪지대의 동물들이 모여 한 가지 큰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서로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운동회를 열어 가장 뛰어난 동물이 되자!”


이름하여 ‘초원의 운동회’.

달리기, 나무타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날기, 잠수하기… 모두가 모든 종목에서 일정 점수를 넘겨야만 비로소 ‘어른 동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못 가장자리에서 이 소식을 들은 작은 오리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물속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깊은 곳까지 잠수하는 데에는 자신 있었지만 달리기도, 나무타기도, 멀리뛰기도 어쩐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억지스런 훈련


봄부터 가을까지, 오리는 달리기를 연습하고, 멀리뛰기를 연습하고, 나무타기를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발은 자꾸만 갈라지고 물갈퀴는 닳아버렸습니다.


어느새 오리는 연못으로 들어가는 시간보다 언덕을 뛰어오르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늪지대에 피어 있던 연꽃과 갈대들은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연못에 들어오지 않니? 너의 깃털은 물에서 빛나잖아.”


하지만 오리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달려야 하고, 올라야 하고, 넘어야 했으니까요.




공허한 일등


가을이 오고, 초원의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동물들은 모두 주어진 종목을 마쳤습니다.

놀랍게도 오리는 달리기에서 일등을 했습니다.

나무타기에서는 조금 뒤처졌지만, 평균 점수는 좋았습니다.


오리는 상장을 받고 연단에 섰습니다.

모두가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오리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늪지대 연못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가

엉성하고 낯설었습니다.


물갈퀴는 마르고,

깃털은 한 올, 두 올 빠져나가 있었습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떠돌던 그때의 유연한 움직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잃어버린 깃털을 찾아서


그날 밤, 오리는 혼자 연못가에 앉았습니다.

달빛에 비친 물결은 여전히 반짝였습니다.

깊고 잔잔한 물이 오리에게 속삭였습니다.


“너는 왜 나를 떠났니?

너는 내 안에서 가장 빛났는데.”


오리는 말없이 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물은 오래된 친구처럼 그를 감싸주었습니다.


몇 번 물속으로 잠수하자,

마치 오래된 꿈을 다시 꿔보는 것 같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깃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물속에서 잃어버린 첫 깃털이었습니다.




존재의 자리


오리는 깨달았습니다.

운동회에서 받은 상장보다,

물속에서 반짝이던 깃털 하나가

자신에게 더 소중하다는 것을.


“모두가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나는 나답게 잘할 수는 있어.”


오리는 다시 늪지대로 돌아갔습니다.

깊은 물속으로 잠수하며,

잃어버린 깃털을 하나씩 찾아 붙이고,

자기답게 유영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연못의 달빛은 속삭였습니다.


“너는 이제 네가 누구인지 잊지 않겠구나.”




아무리 달려도,

아무리 올라가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난다면

결국 깃털은 빠지고 맙니다.


당신의 물갈퀴가 닳지 않도록,

당신의 깃털이 빠지지 않도록.


우리 각자가 주님 안에서 받은 ‘자기다움’을

함부로 평균에 맡겨 흩어버리지 않기를.


주님께서는 당신이 가장 빛나는 물속에서

다시 숨 쉬기를 바라십니다.

언제나 그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그곳이 당신의 작은 연못이고,

은총의 깊은 바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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