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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Feb 16. 2021

오늘은 3시간 잤습니다.

기러기 첫날 밤 한 숨도 못 잔 덕에 첫 출근날부터 어지러운 머리고 꿈속을 헤매듯 뿌연 업무시간을 보냈습니다. 낯선 환경, 낯선 업무, 막연한 두려움으로 쉬이 퇴근이 안되어 야근했어요.

몇 시간 동안 규정과 문서를 찾아 읽었는데 명확해지지 않으니 불안감에 무기력함과 우울감이 커지네요. 퇴근길 강풍까지 불어요.

합숙소에 들어오니, 저 혼자 예요.

아이들과 잠시 볼 생각에 빨리 샤워를 시작했는데, 점점 물이 차가워져요. 이런, 보일러가 꺼져있나 봐요. 머리에 물을 묻혀 비누 거품까지 있는 상태에서 이제와 다른 직원 방에 있는 보일러 조절기를 작동시키러 나갈 수도 없어요. 얼음 같은 물로 머리가 냉동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 볼 생각에 멈출 수 없어요. 참고 빨리 헹구고 나왔어요. 영상통화로 아이들 얼굴을 보니 가슴이 아려요. 볼 수록 아이들 체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몸은 점점 으슬으슬해요.

아이들 만나려면 4일 밤을 보내야 하니, 잠이 오지 않지만 불 끄고 눈 꼭 감았어요. 온몸이 덜덜 떨려요. 정신은 더 맑아지고.

과연, 오늘 밤을 보낼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아니, 보내기 힘들 것 같아요.

무사히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안 들어요.

눈을 떴다 감았다, 시간을 몇 번 확인했는데, 아직 23시 38분이에요. 아직 하루를 보내지 못했네요.

이러다 밤을 못 보낼 것 같아요. 시간이 아까워요. 책 읽을까 하다가 지금 일어나면, 내일 사무실에서 더 힘들 것 같아 그냥 다시 눈 감았어요. 하룻밤을 뜬눈으로 보낸 오늘도 이명과 어지러움으로 구역질을 몇 번 했거든요. 온몸에 땀이 나요. 시간을 확인해 보니 3시예요.

3시간 보냈어요.

하루하루 더 잘 보내겠죠?

오늘을 보내야, 내일이 올 테니,

아이들을 만날 내일, 내일, 내일을 위해 오늘을 보내야죠.

업무도 몇 시간 만에 알아내지 못했다고 조급해하지 말아야겠어요. 오늘을 보내면 조금 더 명확해질 거라 믿어야겠어요.

3시간 보낸 오늘,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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