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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Mar 05. 2021

김차장의 땜통에도 머리카락이 생길까?

초등학교 3학년, 반대표 계주로 출전했다.

한 반에 50명이 넘고 한 학년이 12반이나 되니 계주 경기 구경을 나온 학생들은 스탠드뿐만 아니라 운동장 가장자리까지 자리를 잡았다.

계주 대항에서 가장 바깥쪽 라인을 배정받았다. 부끄러움이 많고 주목받는걸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이기에, 전교생이 지켜보는 계주 경기의 한 명으로 넓은 운동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됐다.

쿵쾅쿵쾅,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온몸을 감싸는 심장소리에 압도되기 직전 “팡”, 총소리에 놀라 반사적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땅으로 고꾸라졌다.


많은 학생수로 스타트 라인까지 앉아있던 학생의 쭉 뻗은 말에 걸려 출발하자마자 그대로 땅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두 세 바퀴 굴렀을 때 선생님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일으키기 전에 벌떡 일어나 달렸다.


심장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주변의 학생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달렸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니 한 명, 두 명, 세 명, 넘어짐 없이 출발해 달리던 친구들이 지나갔다.


바통을 넘기고 나자 그동안 들리지 않던 심장 소리가 들렸다. 강하게 요동치는 가쁜 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사람들의 일그러진 표정이 보였다. 그제야 얼굴에 범벅이 된 피가 느껴졌다.

그 날의 넘어짐으로 생긴 상처 때문에 앞 머리 부분이 탈모가 되어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았다. 반질 반질해진 땜통 자리를 가리고자 앞머리를 자랐다. 모근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은 반질 반질한 자리를 습관적으로 만졌다. 과연 머리카락이 날 까?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어린 나이에 받아들인 것 같다. 땜통을 만지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언제인지 모르게 시커먼 머리카락이 잔디처럼 올라왔다. 지금의 얼굴 한가운데 흉터는 여전히 있지만, 100원 동전 만하던 땜통은 사라졌다.


김차장, 아침에 회사를 향해 찻 길을 걸을 때마다, 얼굴에 피 흘리며 정신없이 달리는 3학년 아이가 생각난다. 넘어진 순간 모든 걸 잊고 본인이 가야 할 방향만 보고 자신의 길을 간 3학년 아이.


김차장, 지금 이 길이 가야 할 방향인지 회의가 들어서 그런가?


김차장, 3학년 아이처럼 그저 달려가고 싶다.

다시 머리카락이 나와있을 언젠가를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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