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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Nov 18. 2019

김차장, 드디어 전화하다!

언제 전화하지?

한 달 내내 언제 전화해야 좋을지 달력을 보고 고민했다.


누구한테 전화해야 하지?

회사 복직 담당자를 찾아 연락처와 이름을 메모해 뒀다.


뭐라고 말하지?

회사 복직 관련 규정을 찾아봤다. 그리고 제대로 말 못 하고 끊을까 봐 이면지에 반드시 해야 할 말들을 적었다.


가슴이 떨린다.

설렘 때문이 아니다. 뭔지 모를 두려움에 가까운 떨림이다.


이면지에 담당자 연락처를 옮겨 적고, 다시 한번 해야 할 말 순서를 확인한 후 전화번호를 둘렀다.


담당자가 받는다. 내가 이면지에 적어놓은 담당자 이름이 맞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육아휴직 중인 김차장입니다."

"네."

"육아휴직 종료기간이 다가와서 복직 상의하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뭘 상의하신다는 거죠?"

"복직 시에는 인사부와 상의하라고 되어 있어서 연락드렸는데요."

"그래서요?"

당황스럽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다. 하지만 다시 이면지를 봤다.

"제가 복직했으면 하는 날짜는 12월 30일, 월요일입니다. 그 날짜가 가능할지 협의드리려고요."

"네."

뭔가 더 물어보며 말을 이어갈 줄 알았는데, 다소 냉소적으로 들리는 “네”외에는 아무 말도 안 하니 ‘뭐가 잘못됐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야, 깊이 생각하지 말자. 괜히 휴직한 자의 자격지심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은 버리자. 흔들리지 말고 해야 할 말 하나씩 다 얘기하자.'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말을 했다.

"제가 원하는 날짜는 12월 30일인데, 가능한 지 그럼 확인해 주시겠어요? 그리고 사원증이 변경된 것으로 아는데요, 사원증용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

"사원증이 없으세요?"

"아니요, 휴직 전 사원증은 있어요, 다만, 제가 휴직 들어올 때 사원증이 바뀐다는 공지를 본 기억이 나는데, 안 바뀌었나요?"

"저는 계속 같은 사원증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래요? 그럼 안 바뀐 건가요?"

"모르겠어요. 휴직하실 때 제가 근무를 안 해서. 그냥 사진 보내주세요. 새로 발급할게요."

"네, 그럼, 복직 희망일은 부서 협의 후 언제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글쎄요, 일단 협의해 보겠습니다."

"예, 협의 후 연락 부탁드려요. 그럼 복직 날짜는 공란으로 적어서 메일로 신청서와 사원증용 사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받으실 메일 주소 확인해 주시겠어요?"


담당 대리의 메일 주소를 받아 적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회사 규정들을 살펴봤다.

 '직군을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왜 안 물어보지? 어느 부서로 갈까?' 등 걱정이 몰려온다. 조직도를 봤다. 부서명이 많이 바뀌었다. 모르는 게 많으니, 무섭다. 두려운 생각에 막막해진다.


같은 부서에 있던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 통화가 안 된다. 바쁜가 보다. 가능한 시간에 전화 달라고 문자 남겼다. 곧 전화가 왔다. 40여분 간, 통화했다. 통화하는 동안 5년의 시간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편안하다.

사무실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복직하는 날도 그렇게 느껴질까?


그동안 회사에 없었다.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모르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가면 된다.

그 보다는, 아는 척하는 것을 경계하자.

어설픈 옛 기억으로, 일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익히면 된다.


그런데, 과연, 복직할 수 있을까?

복직하라고 연락이 올까?

인사규정상 복직 신청 후 30일 이내 승인하도록 되어있는데, 그냥 출근해 버릴까?


아직 한 달이 남아 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고민하지 말자.


복직 신청서를 보냈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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