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가는 거지?
만 3년이 넘은 것 같다.
5년 동안 딱 한 번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다.
휴직 전에도 1년에 한 번 정도 큰 마음먹고 가긴 했으니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휴직하면서는 안 가기로 스스로 정한 것 같다. 딱히 정한 것은 아니지만, 머리 상태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미용실 갈까’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망설이다 결국은 마음이 걸려 못 갔으니, ‘정한 것 같다’.
왜 안 가고, 못 갔을까?
마음에 걸렸던 이유 중 하나는 비용이다. 복직을 희망하는 지금도 비용이 큰 부담이다. 어제도 아이들이 잠든 새벽까지 고민했다. 휴직하기 전, 유치원 폐원 등으로 휴직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휴직 신청을 할 때 망설이게 했던 부분이 수입이었다. 줄어든 가정 수입으로 고정지출 감당이 되는지, 계산해 보고 계산해 봤다. 빠듯한 살림에 예민해져 휴직한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출을 무조건 줄이고자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고, 지금 시간의 본질은 육아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김차장, 본인을 위한 비용 지출은 필요경비 외에는 전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소비해야 하는 순간, 매번 꼭 필요한지 생각했다. 때로는 가볍게 소비하지 못하고, 여유롭지 않은 마음에 좌절감이 들 때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되뇌었다.
본인을 위한 소비를 안 해도 괜찮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니까.
휴직하면서 소비하지 않아야 하는 목록을 작성한 것이 아니기에, 미용실은 안 가겠다고 정한 것이 아니다. 머리 하는 것은 김차장에게 필수적인 것이 아니니 소비하기 비싼 항목이다. 필요 경비 대상에 없었으니 못 간 거다. 본인을 위해 소비해도 되는 항목을 전혀 만들지 않았으니, 안 간 거다. 김차장 본인을 위한 미용실 비용은 거금을 사용하는 큰 지출이다.
그동안 머리를 질끈 묶고 올리고 다녔다. 눈에 거슬리게 지저분해 보일 때면, ‘미용실을 가야 하나?’ 고민했다. 고민이 시작되는 상태가 되면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며칠을 고민했다. 그러다 가위를 들고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 그렇게 2년이 흐른 시점에 큰 맘먹고, 조금 멀지만 비용이 저렴한 미용실을 찾아갔다. 집을 나가면서도 망설였다. 미용실에 앉아 있는 동안, 아이들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비용을 지불하고 미용실을 나오자, ‘본인에게 썼다’는 생각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때 ‘다시는 미용실을 가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 후, 머리가 지저분하다 생각하며 혼자 거울을 보고 잘랐다. 어깨선을 넘던 머리를 자르고 자르다 보니 귀 밑까지 잘랐다. 매일 삐쭉삐쭉 튀어나온 머리가 보인다. 매일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잘랐다. 그래도 여전히 삐쭉한 머리, 실핀으로 덕지덕지 붙여 안 보이게 했다.
어제 회사에 복직 문의를 했다.
머리가 지저분하다. 그냥 질끈 묶고 가면 된다 생각했다. 사자 갈퀴 같은 머리에 실핀을 여러 개 꽂았다.
‘미용실을 가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을 접었다. 김차장 본인에게 쓰는 돈이 지나치도록 아깝게 느껴진다. ‘가지 말자’ 결심했다. 그러다가도 머리가 신경 쓰인다. 삐쭉 나온 머리가 유난히 거슬린다.
집 근처 미용실 가격을 찾아봤다. 헉, 너무 비싸다.
그냥 하지 말자. 다시 미련이 남는다. 싼 곳으로 찾아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용실을 찾았다가도 비용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김차장, 본인에게 사용 가능한 예산을 허용하는 것에 큰 부담감이 든다. ‘몇 년 만에 가는 미용실인데, 다른 엄마들은 일 년에 한두 번씩 가는 미용실인데, 한 달에 한두 번 가는 엄마들도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미용실 가자고 마음먹으려 해도 이 돈으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과 함께 죄책감까지 든다.
‘그래, 그냥 내가 잘 묶어보자’, ‘아니야, 매일 아침 머리 묶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하지 않을까, 머리카락도 많이 빠져서 걱정인데...’ 망설임으로 결국 자정이 넘었다. 고이 잠든 아이들 사이를 빠져나와 더 싼 곳은 없나 찾아봤다. 찾았다. 우리 동네 중국집 탕수육 하나 가격, 이 가격이면 마음이 무겁지 않다. 그런데 집에서 멀다. 그래도 다른 데 가격과 비교가 안 되니 가기로 결정했다. 걸어가기엔 무리지만 자전거 타면 30분이면 갈 수 있을 것 같다.
미용실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다. 미용실에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내 시간이 아니다. 학교에 가 있는 시간, 그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면 매일 다 끝내지도 못하고 아이들 돌아올 시간이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시간과 머리를 맡기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미용실 가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 시간이 부담스러워 미루고 미루게 됐다. 김차장이 찾은 미용실,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지만, 먼 거리가 부담스럽다. 시간이 마음에 걸린다.
결국 다시 원점이다.
아이 낳는 순간, 본인에게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김차장에게 미용실은 지나친 사치라고 생각된다. 미용실 가지 말자. 그런데 쉬이 마음이 안 접힌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우리 동네 미용실을 찾았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미용실에 들어섰다.
김차장은 요즘 무척 탈모와 흰머리가 고민된다.
탈모는 그동안 꽉 묶은 머리가 크게 작용했을 거란다.
신경 쓰이던 흰머리는 심하지 않단다.
시간을 만회하고자 식사를 거르고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미용실을 나오는 김차장 머리가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