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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Dec 04. 2019

잘못이 아니라, 선택일 뿐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동료들은 법학을 전공한 김차장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법대를 나와 모르죠?”


김차장은 경영학을 공부한 동료들이 대단해 보였다. “잘 모른다”, “잘 못했다”라고 말하는 동료들의 말에 김차장은 동조되며, 자괴감마저 들었다. 김차장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법학을 전공해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라며 알려 주지 않았다. 법학 석사를 졸업한 김차장도 회사를 알고 싶어서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회계 수업을 들었다. 근거를 바탕으로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길 좋아하고, 수학을 잘하는 김차장은 회계 수업이 재미있었다. 교수님도 김차장의 적성에 맞다며 능력을 인정해 주셨다. 인사조직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경영학 수업을 들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동료들이 다 알고 있는 듯한  회사 조직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김차장은 회사 심리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김차장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경영학 전공이 많은 동료들 사이에서 법학 석사인 김차장은 소수, 아니 유일했다. 많은 남성들 사이에서 수가 적은 여성은 소수자이다. 성별, 인종, 문화 등 어느 조직이나 다수자와 소수자는 존재한다.


이 경우 소수자가 행동하는 유형에 대해 크게 네 가지로 분류가 된다. 첫 번째는 다수 집단을 의식하지 않고 다수 집단에 소속되길 희망하지 않으며 소수자 성향을 유지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는 다수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며 다른 소수자와 다르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유형이다. 세 번째는 다수 집단이 소수집단의 특징으로 규정해 놓은 고정관념, 선입견대로 행동하려는 유형이다. 네 번째는 다수 집단이 규정해 놓은 고정관념이 사실과 다를 때 그대로 따르지 않고, 별도의 결정을 내리며 의견을 개진하려고 노력하는 유형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동료와 다른 유형을 선택했던 김차장은 “잘 모른다”, “잘 못했다”는 생각에 경영학을 전공한 동료처럼 행동하고자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따라 하려 할수록 자괴감이 더 들었다. 자괴감이 들수록 김차장은 본인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석으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김차장은 확실히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회계를 못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네 가지 중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다수 집단에 들어가려했던 동료의 행동처럼 법학을 전공하고 고정관념이 아닌 주체적인 판단을 내렸던 김차장의 행동은 하나의 선택이었을 뿐, 둘이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면, 개인들의 다양한 선택은 다수 집단에 속하든 소수집단에 속하든 존중되어야 한다. 그들이 소수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비난을 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휴직 후 돌아가려는 김차장, 잘못이 아니다.

김차장, 조금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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