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네 Jan 15. 2020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오늘이 특별한 날입니다.

싱가포르 한달살기 26일 차, 사이언스센터

어느덧 싱가포르에 온 지 26일 째다. 싱가포르에서의 첫날밤, 막연한 두려움에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이제 6일 후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막연했던 두려움이 하루하루 선명해지는 감사함으로 변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낯 선 곳에서의 한달살이를 꿈꿨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 지 분명해 진다.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감사하다.

그러기에 더욱 다시 할 일들,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는 것이 아쉽다.


“얘들아,

이제 일주일도 채 안 남었어. 뭐가 가장 즐거웠니?”

루지요.

아이들이 처음 타보고 반해 버린 루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하고 싶어 하는 것이 루지다.

밤새 뇌우가 계속 이어지더니 오늘 아침도 비가 온다.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안 그친다. 아침 10시가 넘었다. 그치길 기다리며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지난번 우버 탔을 때 아이들이 분명 좋아할 거라 추천받았던 사이언스센터가 생각났다. 거긴 실내니까 비가 와도 괜찮을 것 같다. 센토사섬을 못 가게 된 것은 아쉽지만, 아이들은 지난번 사이언스센터 야외에서 잠시 놀아봤기에 흔쾌히 목적지 변경에 동의했다.


버스 타고, MRT로 갈아타기 위해 내렸다. 아이들은 사탕 때문에 파랗게 물들여진 이를 내밀며 환하게 웃는다.

아이들은 언제나 엄마를 향해 환하게 웃어줬던 것 같다. 다만 그동안 늘 긴장한 탓에 아이들 미소를 못 봤다. 사실 알고도 여유가 없는 강박관념에 못 본 척 넘겼던 적도 있었다.

길을 가다 돌아보니 아이들이 쇼윈도 앞에 멈춰서 있다. 고개를 치켜든 마네킹 모습이 인상적인가 보다. 지나치지 않고 따라 해 준 아이들 모습 덕분에 먼저 그 앞을 지나온 내 눈에도 마네킹이 들어왔다.

어른들보다 세상을 더 잘 관찰하는 아이들은 아인슈타인과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주롱 이스트 Jurong East 역 개찰구를 나오니 빵 집이 눈앞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피시 버거와 치킨버거를 고  사서 먹었다. 낯선 곳이지만 끌리는 맛 덕분에 한결 더 든든해진 기분이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해 오전인데도 어둑하다. 지난번에 한 번 와봤다고 망설임 없이 성큼 사이언스센터 매표소로 갔다. 사이언스 센터는 싱가포르 국민들에게는 무료입장이지만, 외국인들에게 유료이다. 8세 이하 아이들은 사이언스 센터, 사이언스 센터 옆에 위치한 키즈카페 같은 공간인 Kidsstop에 들어갈 수 있는 콤보 티켓도 있다. 이왕 왔으니 두 곳 모두 체험해 보게 하고 싶어 콤보 티켓을 살까 고민됐지만, 사이언스 센터 규모가 꽤 큰 것 같은데, 두 군데 보겠다고 서두르다 한 군데도 제대로 못 볼 것 같아 사이언스센터 입장권만 샀다.

과학의 원리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체험위주로 꾸며져 있다. 하나하나 체험하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시 방 안에서 아이들이 실험하는 모습도 보인다. 우리 아이들도 체험할 수 있는지 기웃거리고 있으니 직원이 나온다. “이게 뭐예요?”

“아이들이 일일 과학자 체험을 해 보는 거예요.”

“오, 재밌겠어요. 우리 아이들도 할 수 있어요?”

“아니요, 오늘은 학교 아이들 견학이 있어서 안돼요.”

원래는 사이언스 센터 방문 아이면 누구나 일일 과학자 체험 Scientist for a day를 할 수 있는 건데, 오늘은 학교에서 단체 참여를 하고 있어 안 된단다. 사전에 홈페이지나 입구에 어떠한 안내도 되어 있지 않았다. 하긴, 어떤 시설이 있는지, 어떤 체험 거리가 있는지 알고 온 것도 아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다른 볼거리를 찾아 자리를 이동했다.


태풍의 세기를 체험해 보는 실험관 안에서 둘째는 첫째를 꼭 껴안는다. 둘이 있으니 혼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스레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

4D 체험을 하고 있는데 폐장 안내가 나온다. 아직 다 눌러보지 못해 아쉽지만 서둘러 나왔다. 나오는 길, 뇌가 담겨있는 유리관에 시선이 빼앗겼다. 과연 우버 기사가 추천한 대로 아이들이 좋아했다. 지난번 왔을 때, 외부에 설치된 물놀이 시설 waterwork를 봤다. 과학 체험 시설인데 물로 꾸며져 있어 아이들에게 더욱 흥미를 끌었던 곳인데, 실내에서 들어갈 수 있어 오늘 오면 꼭 즐기기로 했는데, 비 때문에 운영을 안 한다.

폐장시간이 됐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더 놀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아 야외 오픈 체험장에서 이것저것 좀 더 체험했다. MRT 역으로 가는 길,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만물 가게가 보인다. 자연스레 안으로 들어가 구경했다. 아이들은 고르고 골라, 작은 큐브 열쇠고리를 샀다. 재래시장은 먹거리 천국이다. 아이들은 각자 원하는 맛의 닭다리 하나씩 골라 먹었다.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 하나만 있어도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 보인다.

한달살이 하면서 작은 것에도 더욱 감사하게 되는  같다. 순간 누리고 있는 시간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우리 자신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많은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면 다시 작은 것에 연연해하며, 고민하고, 소중한 시간을 놓칠지 모르겠다.


닭다리 하나 들고 만족해하는 지금의 아이들 표정, 아이들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