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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Dec 16. 2020

복직 1년... 다시 시작하자!

중요한 문제, 선 긋기.

오랜만에 복직하니 일하기 힘들지?


이제 들어온 신입직원들 앞에서
1년전 복직한 김차장이 부장에게받은 질문이다.


아니요, 사실 일보다는
사람 때문에 복직이 힘들었습니다.


김차장의 복직을 망설이게 한 것은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해결할 때까지, 고민을 많이 하는 김차장은 휴직 전 혼자 많은 일을 감당하며,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못했다. 어린이집에서 제일 늦게 아이들 하원 시키면서도 업무에 대한 생각으로 아이들 얼굴 한 번 제대로 바라봐 주지 못했다. 일을 생각하다 잠 못 이룬 날들이 많다. 과중한 업무로 회사에서뿐만 아니리 집에서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심장이 멎을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아이들 돌볼 겨를도 없는데 어렵게 입학한 유치원이 갑자기, 폐원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아이들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김차장, 순간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아이들 돌볼 곳이 없어진다는 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 없어진다고? 어떻게든 책임져야 한다! 그때 많은 생각들 중,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우뚝 솟아올랐다. 아이들 ‘엄마’로,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김차장이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하자.

휴직한 김치장, 오롯이 엄마로, 인간으로 살지는 못했다. 다만, 잠시 멈춘 덕에 조금 더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살 수 있었다.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살기 의해 노력하다가도 복직을 생각하면, 불안했다. 복직하게 되면, 휴직 전의 상태, 엄마가 아닌 김차장, 인간으로서의 중요한 문제를 잊은 김차장으로 다시 돌아갈 것 같아 두려웠다. 몰입하는 김차장, 일하면서 아이들 엄마라는 사실을 잊을지도 모른다. 진실되지 않은 사람들의 언행에 옳고 그름을 잃고 의미 없는 괴로움에 빠질지도 모른다. 휴직 전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더 커진 것 같았다. 김차장의 마음에 두려움과 상처로 남았던 사람들의 태도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계속 떠올랐다. 그러니 복직, 단어만 생각만 해도 괴로웠다. 휴직 중 ‘회사’를 생각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괴로운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 잠을 못 자는 날들이 많았다.


복직할 날짜를 받아놓으니, 휴직 전 김차장을 괴롭힌 사람들의 말, 사건들이 더 선명해졌다. 김차장을 위축시키고자 했던 말들에 여전히 위축되고, 복직을 망설여지게 했다. 그래서 떠오는 괴로움, 걱정을 적었다. 적고 보니, 대부분은 김차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그리고, 복직해서 여전히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살자고 다짐할 용기가 생겼다.

절대 휴직 전처럼, 화장실 가는 것을 잊고 일하거나, 밥을 먹는 것을 포기하며 일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람들이 하는 진실되지 않은 말을 신경 쓰며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차장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서류철들!! 의연하게 바라보겠다 다짐했건만, 복직한 첫날부터 화장실을 못 갔다. 쫓겨나듯 퇴근하며 탄 전철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옳고 그름, 김차장의 인생, 그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진실되지 않은 사람들의 태도로 그냥 흘러 보내자고 다짐했는데, 선을 넘어 들어오는 무례한 태도에 자꾸 돌이켜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다. 사실, 무례한 지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덧 김차장의 길이 아닌 그들의 길에 들어서 있다.


그렇게 복직 1년이 다 됐다.

지금, 흔들려 보내버린 날들에 대한 괴로움, 걱정 그리고 커지는 두려움에 잠이 안 온다.


하지만, 좌절하지 말자!!

김차장, 흘러간 시간 때문에 남은 시간마저 포기하지 말자! 반성하기에, 희망이 있다! 김차장의 길을 찾자!!


1년 내 바빴다. 다행스럽게 지금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바쁘다. 덕분에 오히려 다른 사람 페이스에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큰 숨 쉬고,
그래,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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