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준 딸들, 함께 해줘서 고마워!
지긋지긋했다.
해야 한다, 뚜렷한 목표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계속 밀려오는 해야 하는 일들로부터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숨 막히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매일 아침 또 반복하고 있는 이 생활이 지긋지긋했다.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잠도 제대로 안 자고
공부하고 뛰어다니는데 1초도 나의 숨을 의식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할수록 만족감이 느껴지기는 커녕 지겹고 두려웠다.
아이들에게 늘 빨리빨리,
무언가를 하게 계속 종용하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 나 자신조차 모르면서.
우리 아이들도 나와 같은 길을 걸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더욱 무조건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삶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단순함이 필요했다.
그렇게 막연한 필요성을 느끼며 시작한 한달살이다.
무작정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두려움보다는 셀렘 가득 안고 출발했는데…
창이공항 도착해서 유심칩 사고 데이터 확인하고, 택시를 타는 곳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막막함과 불안감을 느끼며 또다시 아이들을 다그쳤다.
지도를 보며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는데, 예약한 아침식사 제공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을 듣게 되어 걱정이 몰려왔다. 당장 내일 아이들 아침밥을 못 먹일까 봐 걱정하며 그렇게 첫날밤을 새웠다.
한 달 동안, 고집스럽게 걸어 다녔다.
40도가 넘는 날씨에 발톱이 빠지고 발 뒤꿈치에서 피가 날 정도로 걸었다.
길을 찾기 위해 수십 번을 돌고 돌았다.
그러면서 내 삶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천천히 털어냈다.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엄마는 그런 아이들 덕분에 용기 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가장 중요하지만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일, 나를 알아보는 시간,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 생각한 적 많지만,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경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을 알기에 아이들에게 참 감사하다.
지금도 여전히 이곳에 발을 디디고 일상을 보내는 꿈만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 때문에 못 한 것보다 아이들 덕분에 경험한 것이 많다.
’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넓은 세상을 봤으면 좋겠다’, ‘나처럼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매달리며 작은 세상에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막연함이 처음 며칠간은 막막함과 무모함으로 느껴졌지만, 한달살이를 마무리하는 지금, 그 막연함이 더 선명하게 이루고 싶은 목표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세상을 볼 수 있고, 이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사고를 할 수 있길 바란다. 나도 앞으로는 더 자주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31일 새벽, 창이공항으로 갈 버스를 타러 나왔다.
캄캄한 새벽에 자기 몸짓보다 큰 캐리어를 끌며 앞서 나가는 아이들을 보니 여기 잘 왔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고마워 딸들, 그리고
엄마가 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