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장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회사 생활하면서 승진, 평가, 급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승진, 평가, 급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겠지? 늘 이것들로부터 의연해지길 원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겠지?
주위의 위로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20년차 김차장, 2년 전부터 팀장을 하고 있는 10년 차 후배를 생각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에 속상함이 짙어진다: 혼자 사무실에 앉아 매일매일 막차 타고, 택시 타고 새벽에 집에 들어갔던 시간들, 일열로 새운다면, 15년은 더 많은 일은 한 것 같다.
복직 후 매일 숨 쉬는 것도 잊고 일한 김차장, 1시간 30분씩 점심시간을 즐기는 후배를 생각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슴이 아려온다.
화장실 가고 싶은 통증을 느낀다.
모니터의 시간을 보니 마지막 화장실 간 게 언제였더라, 4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까지만 더 하고, 조금만 더하고 가겠다고 참는다.
참고 참다 못 참겠는 순간, 급하게 뛰어서 화장실에 갔다 오는 길, 주위를 보면,
나만 이러고 있는 거야?
갑자기 일의 의욕이 꺾인다.
강한 책임감이 원망스럽다.
하나라도 일을 더 하겠다는 생각으로 턱에 힘주고 있는 김차장, 어리석게 느껴진다.
왜 김차장 눈에는 할 일만 들어오지?
왜 김차장은 밥 먹는 시간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갑자기 억울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열심히 일한 것을 알아주는 조직을 꿈꿨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과업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 내는 시간보다, 술을 권하며 술자리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꿈꾸지 않기로 했다. 그저 일했다.
일을 미루고, 그들 시간에 맞춰 저녁에 따라다녀봤다. 술 마시려 노력할수록,
자괴감
마저 들었다.
화장실도 가고 천천히 점심시간도 즐기고 싶지만, 쌓여있는 일들이 김차장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해, 김차장의 잠까지 뺏어간다.
김차장 후배는,
승진이 안됐다고 사무실에서 울었다.
낮부터 술을 마신다.
화를 내며 사무실을 나갔다.
자유로워지길 바랬던 김차장도 기분이 좋지 않다.
의연한 마음 가지려 노력해보지만, 그동안 한 일들이 억울하다.
남들보다 책무감이 강해서 스스로 일한 거지만, 그래도 아이 엄마, 육아휴직자니까 계속 마이너스 평가받으며 일하기 싫다.
어떤 것이 김차장에게 더 괴로울까?
김차장의 길을 가자.
놀고 있는 후배들, 거들먹거리는 후배 팀장의 모습에 흔들리지 말자.
오늘도 김차장,
하늘을 우러러 한점부끄럼 없기를 바라며,
그저 일한다.
그리고 김차장,
두 아이의 엄마이다! 아내이고 막내딸이다!
감사한 김차장의 길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