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형님이 돌아온다!

다시 태어나면 깡패두목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여인

by Marisol

이종태 사장은 오랜 세월 끈끈한 연대감으로 지내왔던 사채업자를 등에 업고, 조지혁이사가 이끄는 전직 깡패들을 재 조직하여 ‘못 받은 돈 받아 줍니다’를 행동하는 해결사 부대를 만들었다.


해결사 부대는 유통사업의 자금을 대주는 사채업자의 편의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이종태 사장의 주장에 강한나는 강하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와 직원들의 월급 역시 그 돈줄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기에 반항하지 않았다.


조지혁 이사가 두목의 살인죄를 대신 지고 감빵생활을 하는 동안 뿔뿔이 흩어졌던 똘마니들은 생계를 위하여 짝퉁 장사나 나이트클럽 기도를 하는 등,

부모형제 없는 고아처럼 처절하고 찌질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에르메스 셔츠의 남자가 그동안의 한을 토하듯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어를 써가면서 고난의 인생을 털어놓았다.


매일 책상 앞에는 붙어있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회의실을 점거해 쓸데없는 수다를 떠버리면서 근무시간을 보내던 그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와는 하는 일이 다르므로 소가 닭 보듯, 닭이 소 보듯 서로 무관심으로 지냈다.


서울 변두리의 나이트클럽 운영권을 놓고 조지혁 이사가 몸담았던 미나리파와 대립관계에 있었던 고도리파와의 패싸움에서 살인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직후, 미나리파 두목은 항상 준비해 두었던 위조여권으로 미국으로 도주했지만, 현재까지 이종태 사장을 통해 서로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연락해 왔다고 한다.


그는 미국 시카고의 한 호텔에서 현지 깽 조직과 손을 잡고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데리고 있던 부하 몇 명이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FBI에 잡혀갔다며 대체 인원을 차출하기 위하여 곧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다.


큰 형님이 돌아온다!


강한나는 깡패들의 아이들같이 들뜬 환성을 들으며 보잘것없는 양아치 인생들에게도 구심점이 되는 두목은 정말로 신성한 존재인가 보다 하고 새삼 놀랐다.


하긴,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도 형님, 동생 하는 우리나라 깡패들이나 오야분(親分), 꼬분(子分)하면서 부모와 자식관계를 추종하는 일본 야쿠자 조직이나 실제 가족관계보다 더 끈끈한 의리로 뭉쳐있는 건 가히 존중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큰 형님이 돌아왔다.


그날은 평소에 찌질한 동네 양아치처럼 화려한 와이셔츠를 입고 건들대며 다녔던 똘마니들 모두 검정색 정장 슈츠에 하얀 와이셔츠, 검정색 넥타이로 풀 장착을 하고 사뭇 경건한 표정을 하고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시종일관 회의실에 모여 잡담이나 하고 있었던 찌질이들이 그렇게 차려입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으니, 100평이 넘는 사무실이 꽉 차서 마치 청와대 경호원실 같이 긴장감과 생동감이 돌았다.


큰 형님이 오시는 날이었다.


곧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모두들 우르르 일어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한 줄은 창문 쪽으로 일렬종대로 줄을 섰고, 또 한 줄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벽 쪽으로 붙어 줄을 섰다. 마치 사관학교 사열식이라도 하는 듯 일사 분란한 장면에 강한나와 여직원들마저 긴장하고 말았다.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항상 호랑이나 사자가 그려진 맹수 와이셔츠를 입고 다녔던 조지혁 이사가 역시 검은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 검은 넥타이를 매고 앞서 나왔다.


마치 청와대 경호대장 같은 조이사가 그 뒤에 있는 남자를 호위하듯 한 팔로 가이드하듯 손짓을 하더니, 키가 작고 깡마른 50대 후반의 남자가 검정 선글라스를 한 손으로 내리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순간,


“큰 형님 오셨습니까!”


하는 우렁찬 인사가 사무실 복도에 울려 퍼지면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조직폭력배 회합의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 기세에 기겁을 하고 놀란 여직원들이 강한나한테 뛰어오면서 그녀의 뒤로 숨었다.


“과장님, 너무 무서워요~!

그냥 동네 양아치 같았을 때는 몰랐는데 저렇게 검은 정장을 입고 떼거지로 있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치를 것 같아요. 어떡해요~!”


사실 그녀도 화려한 셔츠를 입고 다녔던 깡패들은 만만하게 보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검정 정장 단체복을 입은 그들을 보니 진짜 깡패소굴로 들어왔다는 실감이 났던 터이다.


“다들 걱정 마세요.

진정한 깡패는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으니.”


그녀가 뱉은 말이 여직원들에게 위로가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 머뭇거리던 여직원들이 왠지 수긍하는 듯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큰 형님이 돌아온 것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회식이 있으니 강한나와 여직원들도 빠짐없이 참석하라는 이사장의 짧은 문자를 받고 왠지 내키지 않은 마음에


‘저희들은 다음 기회에 참석하겠습니다’ 하고 답신을 보냈다.


잠시 후에, 또 이사장으로부터 문자와 왔다.


‘조지혁 이사가 뒤에 합류할 테니 그 차 타고 같이 오도록.’


크아!


검정색 정장 핏 이 꽤 잘 어울리는 조지혁 이사가 검정색 대형 4륜구동 SUV에서 내리며 조수석과 뒷 좌석의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쭈뼛거릴 시간도 없이 여직원 둘이 뒷좌석으로 기어 올라탔고 할 수 없이 그녀는 조수석으로 올라탔다.


인신매매단에게 끌려가는 것 같이 두려움에 떠는 그녀들을 호랑이 눈깔로 한 번 훑어보더니 오른쪽 입술을 치켜올려 웃으며 조지혁 이사가 강한나에게 물었다.


“오리백숙하고 닭백숙, 뭐 먹을래요?”


“닭백숙! 오리고기 알레르기 있습니다.”


오케이, 하면서 핸드폰으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나다. 닭백숙 4인분 추가.”


“……”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예전에 우리 나와바리였던 곳이요. 우리가 자주 가던 백숙 집이 있어요.”


굳이 강남에서 강북 변두리까지 가야만 하는 건지…

퇴근 후 돌아가야 할 집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게 더 불안한 여직원들은 만일의 경우뒷일을 부탁한다는 표정으로 강한나 과장의 뒷꼭지만 쳐다보고 있었다.


땅거미가 어둑어둑 땅바닥에 내리기 시작한 산길을 우당탕탕, 산악 트래킹하듯 운전하던 조이사의 SUV가 드디어 멈췄다. 백미러에 달린 초콜릿색 염주가 요동치며 흔들리면서 동그란 펜던트 사진첩도 같이 흔들렸다. 예쁜 여자아이가 웃고 있었다.


깡패도 집에서는 딸 바보 아빠구만.


여자아이의 사진을 본 강한나는 긴장했던 몸에서 힘을 뺐다.


여기에서도 깡패들이 길 양쪽으로 나뉘어 식당 정문 앞까지 2열 종대로 서서 차렷 자세를 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있었던 깡패들보다 인원이 더 많아졌다. 주변에 흩어져있던 똘마니들이 다 뭉쳤나 보다 하고 강한나와 여직원들은 먼발치에서 뻘쭘하게 깡패들의 사열식 준비를 보고 있었다.


검은색 벤츠가 그녀들 앞에 멈추더니 이종태 사장과 아까 사무실에서 본 큰 형님이 내렸다. 이종태 사장은 검은 아이라인 눈을 째리며 강 과장과 여직원들이 참석한 것을 확인하고 큰 형님을 에스코트하면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또 그 순간,


“큰 형님 안녕하셨습니까!”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인 깡패들의 우렁찬 인사가 산속에서 메아리쳤다.


때마침, ‘까악, 까악’하는 까마귀 소리가 메아리의 마무리를 맛깔나게 정리했다.


깡패들이 모두 식당으로 들어가고 강한나도 식당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멍 때리고 있었던 경리과 여직원이 황홀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과장님, 저도 다음에 태어나면 깡패로 태어날까 봐요.

지금 그 광경, 너무 멋있지 않나요?”


조금 전까지 인신매매단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벌벌 떨었던 그녀는 볼이 발그랗게 달아올라 상기된 얼굴로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면서 강 과장을 앞질러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이가 없군.


다음에 태어난다고 깡패 두목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양아치로 안 태어나면 다행이야!


그 생각에 맞장구를 치듯,


까악, 까악 하며

까마귀가 후드득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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