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비타불, 도로아미타불
사장실 소파 양쪽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조지혁 이사와 한눈에 봐도 부잣집 사모님 같은 여자가 여전히 서로 꼬나보고 있었다.
그 여성은 강남역 한 복판에 자리 잡은 유명 패션회사 창업자의 외동딸이며, 대기업 사장의 부인이었다고 한다.
과거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뻔하다.
이런 집안의 이야기는 평범한 주부들이 열광하고 보는 아침 막장 드라마의 진부한 스토리로 쓰여진다.
집안 좋고 돈 잘 버는 남편이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워 이혼을 하게 되었고, 위자료로 받은 막대한 돈을 투자한 외식업이 경영부진으로 위태롭게 되었다.
회사를 재건하기 위하여 금융권의 도움을 받았으나 그 조차 한계에 이르러 어두운 세계까지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는.
이종태 사장의 뒤에서 암암리에 자금 줄을 대고 있는 검은 사채업자는 이미 금융권에서 꽉 쥐고 있는 부동산과 같은 움직일 수 없는 담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창업자의 딸에게 희소가치가 있는 담보물을 요구했다고.
창업자의 딸은 아버지 몰래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집안의 가보 ‘금동불상’을 담보로 내밀고 사채업자로부터 거액을 빌렸고, 기한 내에 갚을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 이 사무실은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늦여름임에도 냉랭하고 살벌한 분위기로 눈썹에 서리라도 내려앉을 것 같았다.
“담보로 잡은 금동불상을 우리나라에서 현금화하기 어려울 듯해서 아는 조직을 통해 일본으로 보냈는데, 한 달이 지나도 답이 안 와.
.....
아무리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야쿠자 용어는 표준어와 많이 다르다.
단순히 억양과 발음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단어 자체가 다르단 말이다. 그런데 그들과 어떻게 대화를 하라고 이런 무모한 짓을 시키는 건지.
방안 공기가 더 차가워져 몸이 뻣뻣하게 얼어버리고 코에 고드름이 열리는 것 같아 몸을 움츠리고 있는데 조지혁 이사가 그녀를 향해 호랑이 눈깔을 하고 굵은 저음으로 말했다.
“강 과장님, 전화통 속에서 사시미 칼 같은 건 날아올 걱정 없으니 편하게 전화하시죠.”
그 말을 들은 그녀가 몸을 움찔 움직였고, 코에 매달렸던 고드름이 우지직 그녀의 신발 위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도망갈 수 없다면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이 전기가 찌릿찌릿 오면서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바다 건너에 있는 전화 착신 음에 맞추어 심장 박동소리가 전화기에 대고 있는 귀에 굉음으로 울리고 있었다.
달칵, 누군가가 수화기를 들었다.
“もしもし(여보쇼)”
“あ、恐れ入ります。 そちらは田中商会で間違いないでしょうか。 こちらは韓国の ジェイティーコリア という会社です。 事務総会長の方とお話しできますでしょうか。
私は社長の代わりに電話を差し上げる者です。
(아, 실례합니다. 다나카 상회 맞습니까? 여기는 한국의 JT 코리아라는 회사입니다. 사무총장님과 통화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장 대신 전화 드리는 사람입니다.)
“俺に何か用か。(나한테 무슨 용건이지?)”
“では、早速で申し訳ございません。
用件の事を申し上げます。
先月、こちらの方で金銅仏像を一つお送りしましたが、覚えていらっしゃいますか?
(다름이 아니라 지난달에 이쪽에서 금동불상 하나를 보냈는데 기억하고 계신지요?)
“続けろ。(계속 얘기해)”
はい。 その際、現金化する前に本物なのか鑑定を依頼すると聞いておりましたが、結果はどうなっているかご確認のことをお願いしたいと思います。 よろしくお願いいたします。
(네. 그 당시에 현금화하기 전에 진품인지 감정을 의뢰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강한나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공손한 말투와 단어를 선택하여 통화를 화고 있는 이 대화는 스피커 폰을 통해 확성기를 틀어 놓은 것 마냥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잠시 대화가 중단되어 약 5초간 태풍의 눈 같은 적막감이 돌았다.
그녀는 지구가 멈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잠시 후, 민방위 훈련 때 운동장에 울리는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처럼 야쿠자의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 새끼들, 너희들! 잘도 우리한테 사기치고 바보취급을 했어!)
(그 불상 말인데, 가짜라고, 가짜!)
(우릴 웃음거리로 만들었어!)
개새끼들!(필자의 해석임.)
(다 죽여버릴 테다!)”
녹슨 쇠 파이프를 시멘트 바닥에 긁어대는 듯한 굵은 금속성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대는 사무라이급 욕설에 그녀는 기겁을 하고 화들짝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시미 칼이 아니라 커다란 일본도가 그녀의 목을 내려칠 것 같았다.
공포의 전화통화가 끝나고 모두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말을 하지 못하는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녀는 야쿠자의 욕설을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직접 들었다는 긴장감과 공포에 온몸에 힘이 빠져 쓰러지듯이 소파에 주저앉았고.
이종태 사장은 담보로 잡은 금동불상이 가짜라고 판명이 된 상황에 아연실색해했고.
호랑이 눈깔의 조지혁 이사는 야쿠자의 욕설에 한 마디도 대항하지 못하고 종료된 상황에 울분을 터뜨리지 못하고 치를 떠는 듯 용 문신이 새겨진 양쪽 팔뚝에 힘을 잔뜩 주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금동불상이 가짜라고 밝혀져 더 이상 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고, 거액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처지의 패션회사 창업주 외동딸은 아까부터 내내 오만하게 꼬고 있었던 오른쪽 다리를 반듯하게 내려놓고 양손을 무릎 위에 포개 맞잡은 채 얌전한 귀부인이 되어 있었다.
시베리아 한 복판에 한차례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는데도 강한나의 옷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직, 아무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황량한 시베리아에서 비틀거리며 사장실을 나온 그녀가 머릿속으로 혼잣말을 읇조렸다.
담보로 내어 준 금동불상이 가짜라니,
빌려준 거액의 돈을 돌려받기가 생각보다 어렵겠군...
적막한 100평짜리 사무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