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것도 첫 연애

by 맑감

"연애하는 기분이 어때?" 친구가 내게 물었다. 무어라 많은 감상이 스쳐갔지만 아주 짧은 말이 나왔다. "재밌어." 그러자 친구는 픽, 하고 김샌 표정을 짓는다. "그게 뭐야…… 연애 잘 하고 있는 거 맞지?", "아니 뭐라고 말해야 될 지 모르겠네. 근데 진짜 재밌어." 나는 자주 그렇듯 '아니 근데', '아니 진짜', '아악'을 섞어 쓰며 점점 흥미가 식어가는 친구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젠장, 언제 블로그에 제대로 정리해서 써보겠어.

우선 연애라는 것은 무엇인가? 예전에 정리했기로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데이트하는 사이 단지 그뿐이었다. 설렘을 느끼고… 종종 뽀뽀를 하고… 하는 것은 중추적이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그 정의가 조금은 변했는데, '친구, 동료와 다른 차원의 영역에 서로를 두기로 약속한 관계'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친구와 연인의 개념에 상하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어떤 우정을 쌓고 어떤 연애를 해나가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념적으로는 그 우위를 비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나는 잠깐 딜레마에 빠졌다. 왜 우리는 기어이 "당신과 사귀고 싶다"라는 말을 할까? 그 말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여러 차례 고민했는데, 결론은 단순했다. 희소하고 특별한 관계를 우리가 연애라고 정의했고 그냥 너와 특별해지고 싶다는 의미인 거 같다. 나의 경우엔 그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누군가와 탐험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었다. 그래서 다가갔고 후회는 없다. 어째든 그 희소성, 특별함은 굉장한 가능성과 상상력과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흥미롭다. …… 이건 연애를 시작하고 난 다음에야 정리한 생각이다.

그 밖에도, 나는 요즈음의 연애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나? 첫 번째 문단, 친구의 질문처럼 요근래의 기분, 감정을 적을라다가 어우 못 적겠다 싶어서 비판적 사고 회로로 전환해본다.

우선 다름을 대하고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서 여러 차례 훈련하게 된다. 이런 저런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이 드러난다. 그럴 수 있지. 그리고 생활 패턴, 식습관도 꽤나 다르다. 나는 ㄹㅇ 트레디셔널 한국 식단임. 속편한 음식 좋아함. 예를 들어 미역국, 고사리 무침, 숭늉, 과일 완전 좋아. 근데 그분은 치킨, 탄산음료, 햄버거, 과자 등 자극적인 음식 좋아함. 그리고 각자 이성적이게 되는 부분이 다르다. 가령 영화 <타이타닉>을 볼 때였다. 그는 "로즈, 이름 예쁘다"라고 말했고 나는 "일부러 예쁘게 짓지 않았을까?"하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뱉고나서 "앗" 입틀막. 왜 이런 쓸데 없는 소리를. 근데 또 생각해보면 소싯적 소설 쓰는 거 좋아하던 때에 주인공들의 이름을 예쁘고 흔치 않고 정감 있게 만드느라 애썼던 과거가 있기에 창작자의 관점이 튀어나온 거 같다. 여튼 이런 순간이 각자 번갈아 가면서 몇 번 있다. 부러 올망올망하게 "오빠......" 해보기.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을 받아들이고 대하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말습관을 점검하고 있다. 배려한답시고 무한 긍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눈치를 보고 있지는 않은가. 요즘들어 느끼기로는, 목소리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의 갈등에서 주로 큰 사람의 주도로 상황이 이끌려지는 비대칭성에 대하여, 예전에는 큰 사람의 잘못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은 사람의 책임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평소 성격이 어떻든, 자각했든 아니든 필요한 만큼 표현하지 않은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다. 목소리 큰 사람도, 작은 사람도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서투른 것이다. 아 그리고 이 외에도, 어떻게 해야 갈등 속에서 잘 대화하고 잘 싸울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생각을 분명하고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 등을 여러 강의들과 실전 대입을 통해 배워나가고 있다. 물론 이것은 연애뿐만 아니라 여러 관계들에서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주로 동아리와 가족 내에서 (언제나^^) 갈등이 벌어진다. 특히 요새 집에서 나의 연애와 외박으로 인한 갈등이 불거져서 시도해볼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 어머니 아버지 형제여… 저 때문이긴 하지만 고생이 많으십니다…. 여튼 이런 훈련도 여유 있을 때 최대한 해놓아야지, 싶었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노력중이다. 내가 그대를 존중하고 지지하고 있노라, 나는 그대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노라, 를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해야 할까? 누군가의 말마따나 내가 10을 준다고 해서 상대방이 10만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기.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책을 읽어야지 싶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고 말하여 애정 결핍에 시달리던 10대 후반의 내게 혁명적인 깨달음을 줬던 도서. 아무튼 이 부분도 나름대로 실전 연습을 해나가고 있다.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의 형제.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형제야 내가 이제부터 친절한 가족이 되어볼게."라고 했더니 갸는 "그래"라고 했다. 그리고 그 외의 여러 친구분들과 동료분들한테 좋은 말하기와 행동, 사고방식을 참 많이 배운다. 감사하게도...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게도, 혼자만의 시간을 더 잘 쓰려고 한다. 내가 바로 설 수 있어야 관계도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사랑하기 위해서 나는 내 안에서부터를 잘 돌봐야지. Yap.

<연애>를 제목으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그를 넘어 <애정하는 여러 여러 대인관계>라고 바꾸어도 될듯하다. 아무튼 요근래 나. 연애라는 하나의 문턱을 넘어 맺고 있는 관계의 지평이 넓어졌다. 그 덕분에 관계맺기 그 자체에 대해 간만에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나, 나-애인, 그리고 나-가족, 나-친구, 나-동료, 나-공동체 라는 여러 관계들은 서로서로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 나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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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분과 -나는 화날 때 이러이러한 편이야, 나는 싸울 때 이러이러한 편이야, 그래서 어떻게 해주면 내가 이렇게 행동할게 너는 어떻게 해주는 게 좋겠니-하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한 번 싸워볼까? 너가 싸우고 싶어하는 거 같아서."
어 아니 딱히 그건 아니야... 근데 뭔가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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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요즘 나는 이런 상태가 맞다.

네이버 웹툰 <아홉수 우리들> 2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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