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1일 차: 33살에도 겨울방학은 온다

6년 9개월 만에 맞이한 자유. 그동안을 회고해본다

by 마케터호야

1월 29일, 나는 오늘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이 나이쯤이면 방학을 맞이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겠다. 조금 정확히 말하자면, 6년여간 다니던 첫 회사를 그만두었다.


지금의 기분은 약 20년 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겨울방학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6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에서 오는 것도 한몫하지만, 첫 회사에서 보낸 나의 첫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맞이한 겨울이기 때문이다.


퇴사할 용기를 모은 기간, 2년

퇴사 결정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드디어 적절한 때라는 판단이 선 것은 지난 12월 초. 결단과 행동의 시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확고했기 때문이기도 하며, 그만큼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준 분들이 주변에 많았기 때문이다.

조만간 더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어른에게도 방학은 필요하다

15FBE00D-B2C4-4438-8990-8FAA3620969C_4_5005_c.jpeg 연말에 김유나 마케터님과 함께한 '나의 2026년 이름 짓기 워크숍'에서 나의 2026년에 '기지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며 뭔가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거의 7년 가까이 한 회사에서 일했다.
스타트업 초기에 합류해, 팀이 커지고, 사람이 늘고, 일이 시스템화되고, 일부 책임을 지는 자리까지 맡는 과정을 몸소 겪었다.

그 시간은 때때로 밀도 높기도 하고, 의미가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첫 이직을 위한 용기는 도망도 아니고, 탈출도 아니다.

그보다는 바쁘게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 나가기 전 몸을 기분 좋게 늘려나가는 시간, 그러니까 ‘기지개’에 가깝다.


방학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다

스크린샷 2026-01-29 오후 11.44.13.png 방학의 의미에 대한 Gemini의 답변.

어릴 적 방학을 떠올려보면 방학은 늘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늦잠, 좋아하는 TV 방송 늘어지게 보기, 느슨한 하루, 집에서 온전히 보내는 편안한 시간이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일기, 방학계획표, 독서기록장, 체험학습, 학원 등 다양한 활동으로 채우는,

말 그대로 정규 교육에서는 자유로워지는 '방학'이지만 분명 또 다른 배움이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놀기만 했던 기억보다 오히려 “뭔가 하긴 했던” 기억이 더 선명하다.


그래서 이번 퇴사 그냥 ‘이직 전 쉬는 기간’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다음 학기를 준비하기 위한 방학이고, 다음 일을 벌이기 전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방학일기를 쓰기로 했다

이 겨울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또 다른 자기 계발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형식이 방학일기다.

매일 잘 살아냈는지 평가하지 않아도 되고

성과가 없어도 쓸 수 있고

생각이 흐릿해도 기록할 수 있는 글


이번 방학일기는 이렇게 구성해보려고 한다.

방학계획표

방학 독서기록장

현장학습일지

방학일기

매일 정해진 형식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고, 바뀌어도 괜찮고, 중간에 마음이 달라져도 괜찮다.

방학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그저 꾸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려고 한다.


33살의 겨울방학을 시작하며

아직 다음이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 분명히 원하는 방향은 있지만, 사실 그 누구도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시간은 내가 다시 달려 나가기 전 긴장을 풀고, 단련할 수 있는 아주 드문 겨울방학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일은 방학답게 계획표부터 적어보려고 한다.


잘 지내보자. 나의 서른셋 겨울방학.

인스타 일기 템플릿.png 마케터 '호야'로 살던 나를 '연호'로 놓아(?)주며 상사 분께서 준비해 주신 선물. 안에서도 밖에서도 이제 두 자아는 뗄 수 없는 하나가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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