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2일 차: 방학에는 계획을 세워야지

by 마케터호야

방학 계획표를 먼저 작성하기로 했는데, 우선 퇴사 회고를 조금 더 이어가 볼까 한다.

내 일기장인데, 내 맘이지 뭐.


퇴사의 결심


퇴사를 결심하고 주변의 친구와 회사의 오래 함께한 동료들과 많은 인사의 시간을 나눴다.

퇴사 전날과 당일은 정말 많은 사람들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듣게 되는 질문이 있었는데, 어떻게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체 언제부터 생각했냐고 많이들 물어보더라.


퇴사를 결심하는 데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사실, 고민은 이미 2-3년 전 시작 되었었다.

당시에 마케팅팀은 브랜드마케팅(내부에서 브랜딩 업무를 맡아 진행하기 위한 팀 구축을 논의했었고, 실제로 채용까지 진행이 되었었다)과 관련해 한바탕 혼란기를 거친 뒤였다.

일부 인원이 비슷한 시기에 줄 퇴사했었고, 4년 차였던 이때부터 본격적인 '내 때는 언제일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많은 회사가 그렇듯 이곳은 나의 모교와 같은 곳이지만 언젠가 떠나 독립해야 할 곳이었다.


적절한 때를 찾기 위해 시간을 더 들였다.

용기를 얻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여기가 아니라 밖에 나가서도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이것 말고 하고 싶은 게 있다'는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다.


고민하며 보내는 시간 동안 또 다른 직원들이 오고 갔다.

명확히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난 동료들. 함께 꾸준히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들을수록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분명해졌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 왔지만,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자루 안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들이 훨씬 많았다.


이곳에 남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하는 일을 더욱더 잘하여 높은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었기에,

나는 다른 영역의 마케팅을 더 경험하고 싶다는 갈증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나이와 환경은 점점 더 이를 어렵게만 만들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마지막 결심은 어렵지 않았다.

이직을 위한 최고의 시기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인생의 무슨 결정이든 100% 내가 원하는 안전한 조건이 갖추어지는 때는 거의 없다), 퇴사 1달 전, 상사분께 면담을 요청했다.

"호야는 다 결정하고 얘기해 줄 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디 가요?"


"이제 뭘 하려고? 창업해?"

어디 갈 곳이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라서, 상사 분께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가서 정리하고 움직이고 싶다고 말이다.

이번만큼은 애매하게 일과 딴생각을 동시에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미 각각으로 충분히 어렵다. 회사의 목표는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목표 숫자이고, 내가 원하는 다음 스텝은 나나 내가 갈 회사 모두에게 도전이 될 것이기에.)

다음 준비에 더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잡고 있던 것을 완전히 놓는 시간이 필요했다.


재밌는 것은 다른 분들에게 퇴사소식을 전하면

혹시 창업하냐며(??) 되묻는 현상이었다.


일단 뚜렷한 아이디어가 없는 것은 맞기에 얼버무렸다. 쉬면서 탐색해 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분명 장기적으로 나의 계획에 있긴 하나, 아직 마음만 준비되었다.

문제/동료/해결책 모두 구해지지 않은 상황.

이건 좀 더 지켜보도록 하자.


"쉬는 동안 뭐 좀 재밌는 계획 있어?"

스크린샷 2026-01-30 오후 9.36.45.png 우선은 계획을 위한 계획부터 세웠다. 그동안신경 쓰지 못하고 있던 것들을 하루씩 잡아 정리하고 가볼 생각이다.

그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어디 여행 안 가요?" 하는, 나의 여행 계획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실 정말 그럴 계획이 없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 찾고자 하는 것은 우선 여행에서 찾을 것은 아니다.

나의 일을 돌아보고, 기록을 돌아봐야 뭔가 명확해질 것 같아서, 이게 먼저다.


물론 늘 여행이 그렇듯, 뜻밖의 무언가를 찾아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만,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라고나 할까.

아, 영감을 위해 못 읽던 책과 전시는 돌아다녀 볼 계획이 있다.

곧 '겨울방학 체험학습'으로 돌아올 테니 기대하시라.


"그래서, 얼마나 쉬려고?"

그다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기간이었다.


푹 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미 충분히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획하고 있는 것들만 이루어낼 수 있어도 만족스러운 서른셋의 겨울방학이 되지 않겠는가.


어쨌든 대답은 심플하다.

방학이라고 이름 붙인 만큼, 목표는 3개월이다.

이것마저 아주 뚜렷한 것은 아닌 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3개월 내에 나타나 마법 같은 케미로 쭉쭉 진행되어야 가능한 것이니, 나의 희망사항을 얘기할 뿐이다.


"겨울방학이니까, 봄이면 시작해야죠."


4.png 방학 계획표에는 매일 독서가 포함되어 있다. 사진은 이번 주의 셋 리스트. 매일 독서 하긴 하는데, 진도가 참 안 빠진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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