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2025년 12월, 마케터 김유나 님이 진행한 ‘나의 2026년 이름 짓기’ 워크숍 아이엠 그라운드에 참여했다.
한 해를 목표나 계획이 아닌 ‘이름’으로 정의해 보는 자리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2026년의 이름으로 ‘기지개’를 골랐다.
워크숍에 참여를 고민하던 시점, 퇴사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퇴사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지만,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모든 것들이 찬찬히 정리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2026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정리와 준비,
이런 계기가 꼭 필요한 시점이었다.
마침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케터 김유나님의 새로운 프로젝트 소식을 접했다.
"2025년을 정리하며 회고하고 2026년에 이름을 주어봅시다!"
솔직히, 시작하기 전에는 너무 생소해서 감도 안 왔다.
그러나 첫 번째, 두 번째 시간을 지나며 설명을 들어보니 유나님은 이미 십수 년 간 진행해 온 방법이었다.
매 해를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기에, 더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또 애착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였다.
두 차례의 워크숍이 지나고, 세 번째 워크숍 전 2026년의 이름을 지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이 변화에 걸맞은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까?’
목표나 다짐보다는, 내가 어떤 상태로 이 시간을 통과하고 싶은지를 담은 이름 말이다.
기지개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기지개를 켜는 순간을 떠올려 보면 보통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무언가에 열중해 있다가 환기를 위해 켜는 기지개이고,
다른 하나는 깊이 쉬고 난 뒤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전에 켜는 기지개다.
내 경우는 그 둘 모두에 속해 있었다.
오랫동안 한곳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자세가 굳고 피로가 쌓여, 한 번쯤 몸을 크게 펴야 할 필요가 있는 때 이기도 했고, 그동안 웅크리고 있었다 느껴졌기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켜는 기지개도 필요했다.
기지개는 그 자체가 엄청 의미가 있다기 보단 준비에 가깝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혹은 방향을 바꾸기 전에 몸을 한 번 크게 펴는 동작.
‘도약’이나 ‘새로운 시작’ 같은 단어보다 ‘기지개’가 지금의 나를 더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고 느꼈다.
사실 이 단어에는 조금 더 개인적인 근원이 있다.
지난해, 성경을 묵상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2026년의 이름은 왠지 성경을 기반으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출애굽기 14장 16절에는 “지팡이를 들고 손을 바다 위로 내밀어”라는 구절이 있다. NIV 영문 성경에서는 'Stretch out your hand over the sea'라고 표현된다.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말 그대로의 출애굽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을 지나 이제는 이곳을 떠나기 위해 손을 뻗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말씀과 닿아 있었다.
믿음으로 손을 뻗었을 때, 그다음의 일은 나의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이 말씀을 그대로 옮겨 ‘손 뻗기’라는 이름을 붙일까 고민하기도 했다.
어감이 썩 예쁘지 않아 대신 조금 더 일상의 언어를 쓰기로 했다.
지금의 삶에 자연스럽게 닿는 표현으로 정제하고 싶었고,
그렇게 손을 뻗는 행위, 즉 ‘기지개’라는 단어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2026년은 나에게 이런 해가 되었으면 한다. 더 멀리 뛰기 전에, 방향을 정하기 전에, 굳은 자세를 풀고 몸과 마음을 다시 쓰는 시간.
서두르기보다는 정돈하는 시간을 보내며 가야 할 곳으로 가려고 한다.
이 방학은 그 기지개를 켜는 연습을 하는 기간이다.
충분히 늘리고, 환기하고,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 도약을 위한 기지개.
올해는 이 이름답게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