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정말 잘 보낸 방학이다.
오전에는 잠실새내에 있는 '서울숲 클라이밍'에서 나 홀로 클라이밍을 즐겼다. 이렇게 집중해서 열심히 한 때가 있던가? 에어팟을 끼고 클라이밍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뭐 저렇게 까지 한담'이라고 생각하던 나를 되돌아보며,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집중했다.
잠시 집에 들러 쉬어가는 점심. 유통기한이 다 지나가고 있는 햄과 계란, 아내가 너무 흑미가 많이 들어가고 질지 않냐며 남겨둔 밥을 사용해 볶음밥을 해 먹었다.
저녁에는 아내를 신촌에서 만나기로 한 날.
가기 전 연희동의 '연희정음'에서 진행 중인 <김중업 X 르 코르뷔지에 건축사진전>에 들러 구경했다. 유현준 건축가님의 유튜브 덕분에 수없이 들었던 두 건축가의 이름. 실제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이었던 연희정음과 두 건축가의 작품을 찍은 사진들을 보고 나니 고요함과 차분함, 시멘트의 재질에서 오는 차가움, 거기에 비추는 이질적인 햇살이 오묘하게 느껴진다.
만렙을 찍은 두 건축가는 세상에 남기고 간 것이 참 많다.
그러다가 생각이 들었다. 마케터의 ‘만렙’은 어디일까.
회사에서 성과를 잘 내는 것,
연봉을 올리는 것,
좋은 직함을 얻는 것.
아마 그것도 그렇겠지만,
그다음은 무엇이려나?
엊그제 만난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 친구와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레드를 활발하게 사용해 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제 그 채널을 정말 시작해보려 한다.
목적은 단순하다. 내가 겪어온 경험을 정리해서, 지금 그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해보고 싶어서다. 이게 진짜 될지, 나는 그걸 감당할 만한 사람인지 궁금하다.
나는 10명 남짓하던 스타트업에 합류해, 조직이 100명 이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경험했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도, 고민도, 시행착오도 각 시기마다 달랐다.
이런 이야기들은 이미 커피챗을 통해 종종 나누고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경험을 필요로 할 수 있겠단 것을 알게 됐다.
퇴사 후 이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 사실은 더 분명해졌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던 사람은 창업 아이템을 제안했고, 초기 스타트업에 있는 후배는 경험을 듣고 싶다고 연락해 왔다. 작년에 잠시 연이 닿았던 선배는,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을 남겨주셨다.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의 끝은 남의 제품을 더 잘 파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궁극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간 쌓아온 나와 내 자산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게 아닐까.
그게 특정한 사회의 문제든, 내가 너무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이든 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만렙 마케터는 결국 자기만의 업을 하게 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길은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반드시 마케터가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궁극적인 마케팅은 결국 나만의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남의 비전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 여정은 아직도 구상 단계이고, 여전히 내 일상은 시도 중에 있다.
명확히 나의 사업 아이템이나 비전이라고 부를 만한 커다란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이 생각을 조금 더 진지하게 밀어볼 생각이다.
기지개를 켜면, 뻗은 손으로 무엇을 할지도 정해야 할 때가 다가올 것이니.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