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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Dec 02. 2023

SNS 마케팅이 바이오 스타트업에 가르쳐 준 것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을까? 무슨 도움이 필요할까?

회사에서 처음 시작하는 SNS 마케팅은 우리의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할 만한, 핏이 맞는 잠재고객을 찾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우리는 ①고객과 ②채널과 ③메시지, 세 가지를 조정해 가며 더 효율적인 조합을 찾아가고자 했다.


그로스해킹을 이야기하면서 흔히 드는 예시에 '버튼 컬러만 바꿔도', '문구 한 단어만 바꿔도', '버튼 위치만 바꿔도'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유명하다. 이런 방식을 활용해 '의료 업계'에서도 고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도 했다.


의사, 환자, 간호사, 제약사, 환자단체까지. 이 중 누가 우리의 고객일까?

두 분기에 걸친 여러 시도는 고객, 채널, 메시지에 대한 여러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었다


우리는 누가 우리가 타깃 해야 하는 대상일까 확인하기 위한 여러 캠페인을 운영했다:


-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희귀질환 인지도 목적의 캠페인

-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 후 비용 지불은 나중에 하세요!'라고 메시지를 전한 파격적인 캠페인

- 의사를 대상으로 '~이러이러한 질환이 의심된다면 희귀질환일 수 있어요.'라고 외치는 캠페인

- 그 외에도 환자 단체를 향한 메시지 등, 서비스 관련 니즈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단 등.


두 분기 정도 진행하며 우리가 다 같이 학습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Q1. 우리의 고객은?



진단 목적의 유전자검사에는 여러 이해집단이 엮여있다. 쉽게 풀자면, 우리가 아픈 몸 상태를 자각하고 병원을 찾는 때부터 치료를 받고 치료비와 처방전을 받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까지 있는 모든 직/간접 적인 인물들이 우리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진단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

그런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을 통해 정확한 처방과 치료를 제시해야 하는 의사,

이 모든 과정을 매끄럽게 다뤄주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지만, 유전자검사 시 보험 보장 범위에 따라 비용을 대신 지불해야 하는 보험사,

이제 활성화되어 가는, 환자와 의사 사이 적절한 검사 서비스에 대한 결정과 소통을 조율하는 유전상담사,

유전자 검사를 활용해 질환과 유전자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 등.


캠페인의 개시 전에는 여러 가정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환자들의 의지와 영향력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캠페인을 시도해 보기 전, 마케팅팀과 구찌는 서비스를 통해 최종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이 '환자'와 '환자 가족'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그들이 이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강한 의지가 있으며, 이 의지가 의사의 서비스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몇 번의 캠페인을 통해 확인해 보니, 환자/환자 가족 리드가 확보되어도 이들이 의사를 설득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을 뿐 아니라(의사들은 의료 행위의 선택에 있어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동료나 학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들에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고객은 의사와 연구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비스의 주문 행위 및 결정과 가장 가까운 대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우리의 주요 마케팅 대상은 의사와 연구자로 더 명확하게 좁혀져 발전해나가고 있다.



Q2. 우리의 고객을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채널은?



상단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캠페인을 시도할 때 주요하게 변주를 주었던 것은 광고 채널이었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의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나 구글 등을 두드려 보았다.


고객 그룹과 무관하게 채널 별로 얻은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았다.


Google 

장점: 타깃 키워드나 노출 영역을 잘 설정하면 비용도, 리드의 획득도 나쁘지 않다. 

단점: 획득한 리드의 퀄리티를 장담하기 어렵다.

Facebook

장점: 리드의 획득은 나쁘지 않다. 

단점: 우리 서비스의 타깃을 찾기 어렵다. 의료종사자가 업무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다.

Instagram

장점: 잘 모르겠음

단점: 우리 서비스의 타깃을 찾기 어렵다. 일보단 일상을, 여가를 올리는 소셜미디어의 특성이 강해서 인 듯하다.

Linkedin

장점: 타깃을 직장, 세부 분과 등 상세 항목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단점: 비용이 많이 들고 피드에 올라가는 이미지 광고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고객을 찾기 어려운 Instagram과 리드 획득 당 비용 (CPL: Cost Per Lead)이 너무 높던 Linkedin은 빠르게 대상 채널에서 배제하게 되었다.



이번 시도를 통해서는 특히 광고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뜻밖의 큰 변수를 만났다. 바로 '의료'영역의 서비스가 소셜미디어 내 광고에 있어서 매우 제한된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소셜미디어나 구글 광고는 '리타겟팅'이 광고의 주된 방식이다. 이는 한번 해당 제품과 관련된 검색이나 행동을 취했던 대상에게 광고를 노출하고 클릭하게 만드는 방법인데, 의료영역의 광고는 이 리타겟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여전히 이메일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 결론 내릴 수 있었다.


당시에는 이런 결과를 얻었지만, 광고의 변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며, 광고 채널 역시 흥망성쇠가 있다. 당시 링크드인은 우리에게 썩 효과적인 채널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었다. 2023년 현재, 링크드인은 우리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찾는데 가장 적합한 소셜미디어이며, 이메일과 함께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Q3, 고객이 반응할 메시지는?



이는 다른 말로,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고객의 가장 큰 문제는?'이라고 풀 수도 있다.

우리가 기존 서비스 사용자들의 문제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비용과 비용의 지불 방식에 대한 것이었는데, 아직 높은 유전자검사 비용과 대다수의 보험사에서 우리의 서비스에서 활용하는 유전자 전체를 읽는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방식의 유전자검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데에서 기인했다. 


여러 가지 캠페인 중 'Pay later' 캠페인도 나름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MRI보다 비싼 꽤 높은 가격에, 기술적인 이유로 검사 시 원하는 결과(진단!)를 얻을 확률이 반도 되지 않는데 전체 비용을 다 내야 하나?"라는 의문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서비스의 결과에 따라 진단이 되었을 때만 비용을 지불하게 해 더 합리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고민을 덜고 더 쉽게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일반적인 서비스의 결제 순서를 뒤집어보기로 했다.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던 BNPL(Buy Now Pay Later)의 영향도 일부 있었다.


왜 안 됐을까?


궁극적으로 이때 진행한 캠페인들은 단순 인지도를 위한 넓은 범주의 마케팅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서비스가 상당히 고관여 제품인 점'과 '신뢰도를 중요시하는 의료종사자 고객의 특징'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결론지었다.


물론 모든 채널의 광고가 첫 시도였기에 광고의 상세 설정, 광고비 등 운영 방식에 있어 미숙한 점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우리가 경험한 잠재고객이 고객으로 전환되는 길고 긴 여정을 생각했을 때, 당시의 방법으로 비슷한 SNS 마케팅을 지속했더라도 얻을 수 있는 잠재고객은 크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SNS 마케팅이 바이오 스타트업에 가르쳐 준 것


이때의 경험으로 우리가 배운 것은 많고 많다.


1. 이때부터 우리는 단순한 '무료', '할인', 이라는 메시지 만으로는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맥락과 신뢰가 필요했다.

2. 광고를 통해 잠재고객을 확보하고자 할 때 '단순성'과 '특정가능성'사이에서 고민했다. 의료종사자 고객에게 더 믿을만한 모습으로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3. 시기는 중요하다.

4. 채널은 중요하다.

5. 고객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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