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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Aug 22. 2023

성수동은 왜 ‘모두가 찾는 거리’가 되었을까?

세가지 관점으로 제가 사랑하는 성수동을 분석해 봅니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이 계절, 더 뜨거운 핫 플레이스가 넘치는 성수동. 그 이유는 뭘까요?


안녕하세요, 마케터 호야 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성수동 일대에 많은 사람과 브랜드가 모이기 시작했어요. 아이디어가 독특한 작은 브랜드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더니, 명품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에 이어, 디올 Dior의 1년짜리 콘셉트 매장이 아예 자리를 잡아버렸죠.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옛 공장지대 일대에 사람들이 왜 모이게 된 걸까요? 그리고 왜 성수동 골목골목을 누비는 것이 다른 데서는 하기 어려운, 흥미롭고 다채로운 경험이 되었을까요? 


그 첫 번째 이유. 성수동 고유의 거리 특색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에요.

성수동은 거리의 특색이 살아있는 곳이에요. 


홍대 인근을 비롯해 요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각종 ‘~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장소들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바로, 해당 지역의 특색이 살아있는 골목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성수동 역시 1960년대부터 경공업 공장지대가 유지되어 온 곳으로, 가죽 공방, 수제화 제작소, 인쇄소 등이 자리 잡은 곳이죠. 

이때 조성된 거리를 토대로 아직까지 오래된 공장 건물과 붉은 벽돌 건물들이 성수동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기에,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일례로, 성수동의 대림창고는 이전에 정미소, 자재 창고 등을 거쳐 지금의 카페 및 전시 공간으로 2010년대 재탄생했어요. 

대림창고의 전반적인 느낌이 성수동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는데, 붉은 벽돌의 외관의 낮은 건물이 바로 그 특징이죠. 이는, 이어서 탄생한 카페 ‘자그마치’ (현재는 운영하는 것 같지 않네요!)나 빵집 ‘어니언 성수’로 이어져, 현재의 많은 건물의 활용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어요. 성수동의 이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해 자주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저도 그중 하나고요.



두 번째 이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성수동 주민들의 노력의 결과예요.


성수동이 단지 그 이유만으로 특색 있는 거리가 되진 않았을 거예요. 서울숲 근처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없을 거예요. 이는 거리의 특성을 잃지 않기 위한 성수동 주민들의 자체적인 노력의 결과입니다.






위 기사에 따르면, 성수동 주민들은 서울숲 인근 지역의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나 직영점 형태의 음식점이나 제과점 등의 입점을 ‘상호 협력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발전을 도모했어요.


덕분에, 성수동은 특색 있는 음식점과 카페, 베이커리가 지금의 모습처럼 골목을 가득 채워, 더욱 풍성한 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세 번째 이유! 성수동의 '이벤트 밀도'가 높기 때문이에요!


친구들을 만나 주변을 구경하며 걷기 좋은 거리는 강남역일까, 성수동일까? 


아마 열이면 열 모두 성수동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강남역 일대는 차로가 중심으로, 사람이 걸어 다니며 즐길 거리가 없죠. 아마 장담컨대, 목적지인 11번 출구 뒷골목 어느 술집에 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할 거예요. 


이러한 차이를 ‘이벤트 밀도’라는 개념으로 유현준 건축가가 설명한 적이 있는데, 저는 이 개념이 굉장히 와닿고 흥미로웠습니다.


https://youtu.be/c7UAyNxk8Mw


유현준 건축가는 100m의 길에 몇 개의 가게 입구가 있는지를 점수로 ‘이벤트 밀도’ 점수를 매겼는데, 이는 각각의 문을 열고 들어갈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와 같아요.


한번 실제 거리의 예로 알아볼까요? 


강남의 테헤란로의 평균 밀도는 8(100m당 가게 입구 8개)입니다. 반면에, 홍대 앞 피카소 거리의 이벤트 밀도는 34에 달하죠.

홍대 앞 피카소 거리의 이벤트 밀도는 34로, 선택지가 많은 재밌는 거리에 속한다. 출처: 유튜브 사피엔스 스튜디오

직접 지도를 통해 성수동의 이벤트 밀도를 직접 매겨보니, 성수동의 이벤트 밀도는 홍대 거리와 유사한 20~40(100m당 가게 입구 20~40개) 정도로 나타납니다.






즉, ‘이벤트 밀도’가 높은 성수동 거리는 같은 골목을 지나다니더라도 어떤 가게를 들어가고, 지나쳐가는지에 따라 다른 거리가 되는 거예요. 좁은 골목이지만 항상 새로운 선택의 재미가 있는 것이죠.


테헤란로는 자동차 중심의 거리로, 100m 내에 사람이 이용할 출입구는 8개에 불과하다. 출처: 유튜브 사피엔스 스튜디오

이렇듯 성수동이 모두가 찾는 재미있는 거리가 된 것은 단순히 그냥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기보다는, 갖춰져 있던 고유의 특징과 여러 노력이 결합해 생긴 결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특징을 기억하고 성수동 거리를 거닐어보세요! 


걷다 보면 어느새 예상치 못한 작은 골목에서 맛있는 식사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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