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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Aug 27. 2023

다시 만난 오프라인.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오프라인 매장이 갖추어야 할 특징, 4가지의 'X'로 생각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마케터 호야입니다.


전 세계가 끈질긴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연을 맺은 지 어언 4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는 많은 제한이 풀리고 다들 집 밖으로, 나라 밖으로, 간만의 외출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여러 기사 제목처럼  우리도 충분히 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기를 보내고 갑작스레 모든 사람들의 발이 묶였으니, 얼마나 답답한 시간이었는지요!


올해 들어 국제 전시회나 학회도 다시 열리 방문을 활발하게 재개했죠. 저도 상반기 중 해외를 두어 차례 다녀오기도 했는데요, 무엇보다도 봄부터 이어진 지인들의 활발한 여행 소식이 '엔데믹'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답니다.



오프라인의 '잠시 멈춤'에 나쁜 점만 있진 않았어요

코로나 기간 중 모터보트와 곤돌라의 미운행으로 깨끗해진 베니스 운하의 모습. 출처: CNBC

심지어는 COVID-19(이하 코로나로 줄일게요) 이전 폭증하는 관광객 때문에 훼손되고 있었던 주요 관광지의 자연경관이 코로나 기간 중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코로나 이전의 범세계적인 이동이 얼마나 활발했었나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답니다.



메타버스로 긴 여행을 떠나는 줄 만 알았지만.   


사실 그랬습니다. Zoom의 폭발적인 인기, '메타버스'키워드의 급상승 등, 모두들 온라인 세상의 확장에 대한 기대에 많이 부풀어 있었죠. 팬데믹 기간 중 보이던 많은 흐름이 우리를 가상현실의 세계로만 이끌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마케터들 역시도 어떻게 메타버스를 마케팅에 활용할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해 나갈지 또 배우고 습득하고 활용하고 있었지요.


명품브랜드를 포함한 꽤 많은 브랜드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캠페인들을 벌렸고, 그 나름의 효과를 보기도 했죠.

발렌시아가는 메타버스이자 게임으로 잘 알려진 포트나이트에서 캠페인을 열었고, 편의점 CU제페토를 활용해 가상의 편의점을 열었습니다.

씨유와 발렌시아가의 메타버스 캠페인. 모두 그들만의 비주얼로 타겟에게 맞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출처: BGF 그룹, Epic Games

소통의 채널이 또 하나 추가된 것이었죠. 하지만 그 폭발력이 영원하지는 못했습니다. 점차 코로나가 종식에 가까워지자, 오히려 오프라인으로의 복귀가 더 가속화되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


이제는 대다수의 국가에서 걸어잠갔던 빗장을 풀고 교류를 늘려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여행, 공연, 쇼핑 등 여러 오프라인 경험 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매장의 모습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오프라인 매장이 갖추어야 할 특성을 4개의 'X' 키워드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EXCLUSIVE

한정된 기간, 공간에서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요즘 오프라인 스토어, 팝업스토어는 이전과 달리 Exclusivity를 강조합니다.

단순한 경험이 포화된 사회에서, 복제된 형태로 매장 수를 늘려나감으로써 브랜드 인지도와 가시성을 유지했다면, 이제는 제한된 개수, 한정된 지역의 매장만을 운영하며 각 매장만의 특징을 살리기도 합니다. 기간 한정으로 운영되는 팝업스토어의 활성화 또한 'exclusive' 한 경험을 즐길 수 있게 하죠. 시즌/이벤트 한정 혜택이나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 이벤트 또한 같은 맥락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곤 합니다.


패션브랜드 아더에러 ADER

국내 패션 브랜드인 아더에러는 매장 별로 독특한 전시물이나 구조를 도입해 각 매장에서의 경험이 독특할 수 있게 설계했어요. 아더에러라는 브랜드를 알아갈수록, 해당 지역에 방문하면 궁금해서 안 가볼 수가 없더라고요. 

아더에러 성수점 전경. 출처: 아더에러 홈페이지
아더에러 홍대점 전경. 출처: 아더에러 홈페이지
아더에러 신사점 전경. 출처: 아더에러 홈페이지


카페 노티드 Knotted

카페 노티드는 하루에 도넛이 3만 개씩 팔리는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매장수를 유지하며 천천히 매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2017년 도산공원 근처의 첫 매장을 통해 고객들을 만났고 큰 사랑을 받았지만, 아직 전국의 매장은 스무 개 남짓일 뿐이죠. 의도적으로 매장 수를 조절하고 있으며, 각 매장의 직원 역시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해 매장 경험의 질을 높이려고 유지하고 있다고 해요.


노티드 도넛은 아주 천천히, 그 인기를 유지하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노티드 홈페이지


두 번째. EXPERIENCE

구매가 아니라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손짓 한 번으로 그 어떤 것이라도 주문할 수 있는 요즈음, 오프라인 매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어떤 구매 혜택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제품을 시착 조차 할 수 없다고 해도(물론 할 수 있으면 좋겠죠), 오프라인 매장 그 자체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실감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시와 같은 형태나, 본 서비스와는 동떨어져있지만 색다르고 재밌는 제품과 콘셉트가 가득 채워진 멋진 공간의 분위기를 통해 브랜드와의 강렬한 접점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죠.


하우스 도산

하우스도산은 압구정에 그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Gentle Monster, 향수와 핸드크림 등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탬버린즈 Tamburins, 고급스럽고 특색 있는 F&B브랜드 누데이크 NUDAKE를 하나의 건물에 층마다 배치해 브랜드 마다의 독특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도록요.

공간을 채우는 설치 미술 작품이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느낌'을 경험하게 해 주고, 이에 이어 제품을 직접 체험하게 설계해 두었습니다. 


세 번째. EXPRESSION

나의 취향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의 주제도 참 다양해졌습니다.

일반 브랜드에서 시작해 걸그룹 뉴진스 New Jeans의 팝업이나, 빵빵이 캐릭터 팝업,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등, 덕질을 위해서 어디든 달려가고, 어떤 한정판이라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를 자극하는 많은 팝업스토어가 등장했어요. 이 또한 소수의 취향을 저격하여 오프라인에서 방문과 제품 구매로 그 취향을 '표현'하게 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각 취향을 깊게 가진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팝업이 아주 많아졌다. 출처: 유튜브/테크엠뉴스/번개장터


네 번째. EXTENSION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경험도 자연스럽게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경험의 확장을 네 번째 X 키워드로 잡아봤어요. 이는 이번에 조사하면서 처음 알게 된 'O4O'라는 키워드와 연관됩니다. O4O는 온라인 데이터와 서비스를 활용해 사용자가 오프라인으로 나와 구매를 경험하게 하는 것을 말해요. 즉, Online for Offline의 약어이죠. 


기존에 좀 더 통용되던 'O2O'라는 키워드는 Online to Offline의 약자인데요, 이는 단순히 온라인 구매 -> 오프라인 수령의 일반적인 흐름을 말하고 있어서, 우리가 아는 많은 서비스(배민, 우버, 에어비엔비)가 이 영역에 속해요.


아직 국내에서는 대중화된 다양한 시도가 있지는 않지만, 데이터가 풍부한 글로벌 기업을 필두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나이키입니다.


최근 나이키가 입점 점포를 줄이고, 직접 운영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가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죠. 나이키 서울 명동도 그런 흐름에서 2021년 매장을 열었는데요. 이곳은 단순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나이키 러닝 앱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매장이에요.


좌측: 스포츠 펄스, 우측: 우측 인사이드 트랙


대형 화면에 표시되고 있는 '스포츠 펄스'는 실시간 앱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오늘 서울에서 가장 먼저 뛴 지역은 어디인지, 평균 페이스는 얼마인지 보여주고 있어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아 내가 저 중 일부구나 라는 소속감과, 내 기록이 직접 반영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인사이드 트랙'은 좀 더 구매에 직접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어요. 고객은 비교해보고 싶은 여러 러닝화 모델을 트랙 양쪽에 올려놓으면서 비교해 볼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러닝 초심자는 실제 제품을 만지고 들어보면서, 해당 신발을 실제로 신고 달렸던 사람들의 평균 페이스를 보며 나한테 더 잘 맞는 페이스의 신발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점점 진화하는 오프라인 매장과 경험. 앞으로의 오프라인 경험 설계는?


이렇게 진화해 나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특징을 네 개의 X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CLUSIVE, EXPERIENCE, EXPRESSION, EXTENSION.

네 가지 키워드를 잘 염두에 두며 고객 경험을 기획해야 소비자에게 잊히지 않고, 경험을 통해 각인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이제 소비자는 더욱 나의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다니고, 이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어느 한 영역의 소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식음료, 패션, 인테리어 등 우리의 취향이 묻어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적용됩니다. 이 말은 반대로 더 이상 소비자는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 곳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라는 무서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후, 미국 소매협회 부회장 Mark Mathews는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명확한 타깃 고객을 위한 고민과, 세심한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소비자의 취향을 사로잡고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적절한 설계가 함께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더욱 기억에 남고 오래가는 브랜드로 사랑받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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