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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찾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모스앤드 안소영 작가님

by 마케터호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건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지만, 막상 그 길을 선택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늘 마음 한편에는 ‘나도 언젠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용기를 내어 무언가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유난히 눈길이 갔습니다. 힘들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붙잡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득 담은 작은 사업을 꾸려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작은 가게'에서부터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분들,

'작가'님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보는 이 시리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참으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초록 생활 서포터' '모스앤드'의 안소영 사장님과의 대화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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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우듯이, 가게를 키워요." - 모스앤드 이야기


모스앤드는 제가 오랫동안 살던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작은 식물가게입니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주말마다 야탑동에 위치한 교회에 찾아나가고 있기에, 저와 제 아내의 주말 외출 동선에 딱 맞게 위치하고 있답니다.


지난가을, 결혼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함께 집을 꾸며나가는 동안 집안의 생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안 식물 1호기인 아프리카 넝쿨 식물인 실베티카, '쿠리'를 집에 들인 뒤에도 어떤 식물을 더 키워보면 좋을지, 한참 고민하던 봄이었습니다.



그러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요일, 저희는 우연히 교회 근처 큰 길가에 위치한 푸릇푸릇한 매장에 홀린 듯이 이끌려 들어갔습니다. 무인과 유인, 두 가지 방식을 번갈아 가며 운영하는 가게더군요. 오후에 들르게 되어 마침 사장님이 계시는 시간이었습니다.


몇 마디를 나누고 보니, 사장님이 참 에너지가 넘치는 식물 덕후 느낌이었답니다. '식물생활' 초짜인 저희의 질문도 집중해서 들어주시고, 같이 고민해 주시더군요. '셰프렐라' 하나와 '페페' 하나를 집에 들이고도 저희는 시시 때때로 담소를 나누기 위해, 때로는 식물 선물을 친구의 집, 가게에 전하기 위해 마치 출근 도장 찍듯이 들르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희는 오고 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IMG_2413.JPG 인터뷰를 진행한 작가님의 작업실의 도구들.

가게, 그 뒤의 사람들

사실 저는 평소에도 마케터로서 이런 매력 있는 가게들을 즐겁게 지켜봐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힙한' 가게들이라고 불리는 그런 곳들이라고 할까요?


성수동을 마치 출석 도장 찍듯이 들르던 시기를 지나, 그중 정말 매력 있는, 개성 있는 곳들이 살아남는 것을 보게 되니... "아, 나도 이런 곳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고, 더 확고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가게, 브랜드 뒤에는 누가 있지?" 궁금해하게 되더라고요.


여러분이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 디자이너, 혹은 마케터, 또는 저처럼 나만의 사업, 가게를 꾸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게 그 자체가 아니라 가게의 카운터 뒤에 있는 그 사람들, 혹은 이 가게를 만든 사람들에 대해 이미 더 살펴보고 계실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모스앤드의 사장님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실제로 업으로 이어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식물을 통해서, 식물을 매개체로 하는 소통에서 깨닫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즐거움은 무엇인지 함께 나누어 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은 누군가에게라도 ‘나도 시작해 볼까?’라는 작은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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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 작은 시작 – 모스앤드 인터뷰 Part 1


Q. 안녕하세요 사장님(웃음). 인터뷰에 이렇게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고마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 다 해봐요!"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모스앤드를 운영하고 있는 안소영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화려하게 소개할 건 없어요. 그냥 ‘식물 가게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게 가장 편해요. 이 공간에서 식물을 매개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왜 하필 식물가게였을까요? 다른 오브제나 취향의 아이템도 많았을 텐데요.
“사실 다양한 커리어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림, 음악, 인테리어, 패션 등 좋아하는 것도 많았고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식물은 일상 속으로 가장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 대상이었죠.

어쩌다 보니 식물가게 창업 수업을 듣게 되었고, 빠르게 시도해 보게 되었습니다.


Q. 모스앤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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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을 가면 농장에서 각 가져온 식물을 바로 팔거나, 반대로 완전히 오브제처럼 다듬어진 고급 식물을 파는 곳이 많아요. 온라인은 또 안전하고 편리한 포장에 특화되어 예쁘게 가공된 식물 위주로 판매되고요. 그런데 그 중간 지점이 잘 없더라고요.


기존의 대형 화원은 너무 전문가 중심이라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반대로 아주 힙하고 고급스러운 가게는 예술 작품처럼 느껴져서 장벽이 있는 거죠.


저는 그 사이를 채우고 싶었어요.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고,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캐주얼한 화분에, 실용적인 디자인을 고르고, 가게는 무인과 유인 시간을 적절히 섞어보았어요.”


Q. 실제 손님들은 어떤가요?
“‘식물 처음 키워요’라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전체의 80%는 될 겁니다. 반대로 아주 오래 키워온 분들이나, 식물을 오브제로 소비하는 분들은 저희와 잘 맞지 않죠.

그런데 초보자분들이 저희 가게에 와서 편하게 물어보고, 또 제가 재미있게 설명해 드리면 ‘아, 이 가게에서는 더 물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 점이 제가 처음 의도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식물을 처음 들였을 때 질문할 곳이 없어 애를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여기서는 괜찮다”라는 사인 하나가 초보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잘 안다.


Q. 왜 식물을 선택하셨나요?
“모스앤드 이전엔 게임 삽화를 그렸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그림은 누가 봐도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바로 평가되더라고요. 자기 검열도 심했고요. 그게 좀 괴로웠어요.


반면 식물은 달랐어요. 내가 도와주면 스스로 크고, 협동하는 느낌이 있죠. 또 100%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여지가 남는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식물의 세계는 끝이 없어요. 종류도 너무 많고,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져요. 마치 포켓몬처럼 계속 새로운 게 추가되는 세계 같아요. 내가 최선을 다해도 결과는 늘 다르게 나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려놓음’을 배우게 되죠. 그게 참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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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같아요”라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사장님의 눈빛은 이미 다음 식물을 기다리는 트레이너 같았다. ‘내려놓음’이라는 단어와 함께 식물이 주는 삶의 태도까지 연결되는 게 인상 깊었다.


Q.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너무 많아요. 그래도 한 분이 떠오르네요. 초반에 혼자 사시는 듯한 남자분이 어색하게 식물을 사 가셨거든요. 그런데 얼마 뒤에 더 큰 걸 사 가시더니, 또 어느 날은 들고 오셔서 ‘이거 그냥 다시 파세요’ 하고 두고 가셨어요. 타지로 오래 떠나게 됐다면서요.

그때 기분이 묘했어요. 그래서 제가 ‘잘 다녀오세요, 제가 키우고 있을게요’ 하고 농담처럼 말씀드렸는데… 그 식물은 지금도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 또한 식물을 매개로 이어진 관계이기에 오프라인의 경험이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만들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Q. 오프라인 가게의 매력은 뭘까요?
“온라인은 극단적이에요. 아주 좋거나 아주 안 좋거나. 그런데 오프라인은 달라요. 찡그린 얼굴로 와도, 대화하다 보면 그 찡그림에도 이유가 있잖아요.


손님마다 같은 질문을 해도 태도와 반응이 다 달라요. 그걸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죠. 결국 오프라인 가게의 매력은 ‘사람과의 교류’인 것 같아요.


저는 좋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결국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그 동네의 행복 지수를 높인다고 믿어요.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어야 도시가 살아나는 거죠.”


이 부분에서 사장님의 목소리는 확실히 힘이 실렸다. 작은 가게가 동네를 바꾼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그분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 속 경험에서 나온 진심 같았다.




하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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