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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M 정민 Dec 19. 2022

좀 널널했던 마케터의 11월 성장일기

회복이 필요했다


이번 회고는 11월이 끝난 지 한참 뒤에서야 올린다. 12월이 되고 나서부터 많이 바빴다. 아쉬웠던 점이 많아  더 미룬 것도 있다. 회복을 핑계 삼아 좀 빈둥거렸거든. 이번 달은 1) 잠을 많이 잤고 2) 일은 열심히 했지만 3) 자기 계발은 많이 하지 못했던 한 달이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업무 중심으로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1. 연말 행사, 모의투자 대회 준비 완료!

알파스퀘어는 주식 투자 플랫폼으로, 투자자들의 올바른 투자 습관과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매년 모의투자 대회를 진행해왔다. 처음에는 학교 내에서 작게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울산시 대학생 대상으로, 올해는 처음으로 전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전국 대회를 열다 보니 새로 도입하게 된 것들이 많았다. 카카오톡 알림톡을 보내 본다던지, 신청서를 외부 서비스가 아닌 사이트 내에서 받는다던지, 랭킹을 보여준다던지. 대회에 최적화된 기능도 개발하고 홍보도 더 대대적으로 해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PM으로 들어간 프로젝트라 평소보다 더 꼼꼼히 챙기려고 했다. 예산도 평소보다 더 배정되었고 첫 전국 대회라 파급력이 꽤 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들이 많이 도입되었지만 특히 이번에 가장 인상 깊었던 태스크는 내가 학교를 대상으로 직접 컨택(콜드메일 발송)해본 것이다.


나는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레퍼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친구에게, 지인에게 공유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직접 광고로 전달하는 것은 한계도 있을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레퍼럴'이 잘 일어날 그룹이 어디일까 고민해봤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퍼지는 것, 너무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고(장 중에는 일해야 하니까) 컨택 포인트도 마땅하지 않았다. 그럼 또 다른 그룹은? 대학생들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홍보해본 경험도 있고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 상금 측면에서도 대학생 그룹이 더 관심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일을 뿌렸다. 학교별 학생지원팀에 이런 행사가 있다고, 검토해보시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면 공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가설이 잘 워킹한다면 비용 없이 참여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특히 더 신경 써서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다음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쉽게 이 태스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흩어져있던 학교 컨택 리스트를 DB화 하여 노션에 정리해 마케팅 페이지에 공유했다.


학교별 맞춤 기획서를 작성했다. 선생님들이 받았을 때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선별해(우리 팀에 대한 설명과 행사 내용, 요청 내용, 기대효과 등)를 자세히 써서 보기 좋게 표로 정리했다. 사실 아주 대단한 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외부 요청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 팀에서는 꽤나 센세이셔널한 첫 시도였다. 아직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은 문서겠지만 다음에 이 일을 맡을 동료들이 더 논리적으로, 꼼꼼하게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이라 믿는다.


또 학교별 파일명을 다르게 저장하고 보내는 학교명, 학교 이메일이 틀리지 않았는지 꼼꼼히 체크했다. 이런 꼼꼼함이 요구되는 문서 업무를 잘하는 편이 아닌지라 실수하지 않기 위해 더 공들여서 체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외부 컨택에 대한 DNA를 채울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태스크였다.


결과는, 아쉽게도 생각보다 답장이 많이 오진 않았다(약 25%). 아마 답변 없이 올려준 곳도 있지 않을까. 또 생각보다는 발송 후 신청수가 드라마틱하게 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아직까지는 드라마틱한 반응이 없더라도 아이스크림 전원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니까, ‘친구들끼리 시험기간에 너도 한번 해봐! 아이스크림 준대!’와 같은 포인트에서 레퍼럴을 한번 더 기대해보려고 한다.


혹시 투자에 관심 있으시면 참여해보시길!

https://alphasquare.co.kr/2022-trading-competition




2. 유튜브 시리즈 인수인계

9월 말부터 내가 열심히 관리해오던 유튜브 시리즈가 하나 있었다. 바로 '나에게 맞는 기술적지표 찾기'이다. 말 그대로 많이 쓰는 기술적지표들을 어떻게 쓰고 원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콘텐츠이다. 알파오리에서 성과를 내 본 적도 있고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여 애정을 갖고 자신있게 시작했던 시리즈였다.


실제로 이 시리즈는 시장에서 특별한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었다. 기술적지표는 차트를 조금 본다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여서 수요가 분명 있는데 시장에 나와있는 영상들은 칠판에 빔프로젝트를 쏴서 딱딱하게 진행하는 인강 형태의 강의였기 때문이다. 주로 수요는 차트투자에 관심이 있는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많았는데(알파오리 채널 기준이지만 알파스퀘어 채널도 비슷한 걸로 봐서 역시 이 그룹이 이 주제에 대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이런 강의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영상이 없어서 그렇지, 쉽게 알려주는 영상이 있다면 분명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이 시리즈가 기존 영상들보다 더 우위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그리고 '재밌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기획했고 캐릭터도 조금씩 써보면서 시리즈를 운영해왔다.


이렇게 보람차게 조금씩 성과도 내면서 재밌게 운영하던 이 시리즈를 두고 아쉽게도 내가 급히 메인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앞에서 말한 모의투자 대회였다. 모의투자 대회가 예산도 적지 않고 규모도 제법 커서 내가 투입되었는데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는 이 '나기지 시리즈'를 놓기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리소스가 최대한 덜 드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보는 구간, '하이라이트 부분만 잘라서 2달간 올려보자!'라고 결정하고 운영해봤는데 조회수가 확실히 아쉬웠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찰나, 같이 유튜브를 운영하던 마케팅팀 동료, 지희님이 생각났다. 영상 기획 능력도, 편집 실력도 좋은 분이었다. 같이 유튜브 최전방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을 나눠보기로 했다. 만약 원하는 방향과 맞으면 지희님께 넘겨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과 함께.


걱정했는데 지희님이 흔쾌히 이 시리즈를 이어서 운영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조금 더 성과가 잘 나는 곳에 집중해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이 시리즈를 맡고 싶은데, 하나. 기술적지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 그게 걱정이라고 하셨다. 기술적지표는 주식 콘텐츠 중에서도 첫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 나도 누구에게 부탁해볼 생각을 못했는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매주 기술적지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짧은 과외가 시작되었다.


지희님은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배우셨다. 조금만 알려줘도 바로 이해하셨고 (새삼 그 학습 능력에 대해 놀랐다) 그 세션이 진행되면서 든 생각. '와. 이렇게 기술적지표 알려주는 거 너무 재밌다. 나도 기술적지표 150% 이해되네.' 매주 이게 어떤 방식으로 재밌게 영상으로 풀어질까 기대감도 들었다.


실제 영상으로 보니 더 좋았다. 편집 실력이 좋으셔서 처음 기술적지표를 이해하는 데에 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나보다 시간은 더 적게, 퀄리티는 좋게 영상이 나왔다. 그때 알았다. '아, 무조건 한 명의 플레이어로 매일 야근하면서 붙잡고 있는 게 능사는 아니구나. 각자 잘 맞는 태스크가 뭔지 함께 조율하는 게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이렇게 태스크가 잘 배정되면 개인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팀 성과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구나. 내가 만약 그 시리즈를 붙잡고 있었으면 과연 모의투자 대회에 100% 집중할 수 있었을까?'


사실 부끄럽지만 처음엔 워낙 애정을 가진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주제라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이 프로젝트가 넘어가면 아쉬움이 클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인수인계를 끝내고 실제로 그 결과물까지 받은 지금 내 감정은 100% 뿌듯함만 있다. 단 1%의 아쉬움도 없다. 나도 조금 신기했다. 내 소중한 프로젝트가 다른 사람에게 잘 인수인계되어서 더 좋은 모습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일 줄이야. 이렇게 내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팀의 전체 성과를 먼저 보게 되는 나를 보면서 '어? 나 자신, 생각보다 성장하긴 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전반적으로 잠을 많이 자고 회복할 수 있었던 한 달이었다. 일도 열심히 했고. 열심히 일하면서 성장한 모습도 조금씩 발견하고.


지난달에 챙기겠다던 효율은 그다지 챙기지 못한 게 아쉽다. 나는 일과 별개로 자기 계발에 시간을 쓰고 성장하는 모습도 봐야 보람을 느끼는 편인데 이번 달은 그게 부족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서 잠도 많이 자고 자기 계발도 충분히 하고 싶었는데. 일찍 퇴근해도 회복을 핑계로 누워있고 유튜브만 봤던 것 같다.


12월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남은 12월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사실 초안에는(11월 30일이었다) '몸은 회복되었는데 마음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지친 마음이 남아있다.'라고 썼는데 얼마 전 다녀온 네트워크 드리븐 공유회로 마음도 다 회복했다. 이제 열심히 달릴 일만 남은 거다.


이번 12월부터는 운동도 열심히, 일기도 열심히,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하면서 규칙적으로 살아보려 한다. 내년부터는 건강하게 열심히 달릴 예정이라(Hustle이 내년 키워드다) 12월부터 천천히 적응해나갈 것이다. 웜업인거지. 멋진 12월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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