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까지의 과정이 복잡하면 무조건 이탈이 많을까?
마케터라면 많이 들어봤을 이야기, '구매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요구가 많아질수록 이탈하고 구매 전환율이 떨어진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말이 맞는 경우가 많지만, 한 광고를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구매 전에 거치게 되면 무조건 귀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단계, '설문'이라는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설문'이라는 툴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구매 전환율을 높이거나 서비스에 대한 흥미를 자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만난 사례는 'better Me'라는 운동 루틴을 알려주는 서비스였는데, 인스타그램 스토리 광고에서 발견했다. 최근 운동에 꽂혀있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운동 관련 광고, 영상들이 많이 등장한다. 많이 보다보니 유튜브 썸네일에서 본 건가,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 건가 언젠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벽을 활용해서 맨몸 운동하기'라는 것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나한테 뜬 광고는 이렇다.
'벽을 활용해서 28일 동안 운동 챌린지를 해보자'
일단 광고 이미지를 봤을 때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고,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어서 눈길이 갔다. 또 28일이라는 커리큘럼이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아서
'오, 해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알아보기 버튼을 눌렀더니 키, 몸무게와 같은 기본 정보부터 이 운동을 해서 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설문'을 만났다. 꽤 길었는데 지루하지 않았고 몰입해서 설문을 마쳤다. 심지어 이 서비스에 대한 약간의 흥미를 느꼈고 마지막 이메일 입력란에 입력까지 했다.(구매는 하지 않았지만 많이 관여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잘 입력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 이유가 뭐였을까? 생각해 보니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1. 이미 관심 분야였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이지 않을까? 내가 이미 '운동'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 광고를 눌러보고, 설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역시 전환은 타겟 광고가 최고인 것 같다.
2. 설문 문답 옆에 사진이 있었다.
이것도 은근 컸다고 생각하는데, 문답 옆에 트레이너의 사진이 같이 나왔다. 문답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자연스레 챌린지를 성공했을 때 내가 얻게 될 결과를 이미지와 함께 상상할 수 있었다.
3. 맞춤형 보고서를 줄 것 같다.
내 신체 정보와 생활 패턴을 물어본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누구에게나 똑같은 솔루션을 주는 게 아니라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보고서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꼭 챌린지를 끝까지 완수하지는 않더라도 내 목적과 몸상태에 맞는 운동을 추천받을 수 있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내 운동 루틴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설문 작성을 완료하면 내 운동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려 줄 이 '맞춤형 보고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4. 설문에 시간이 꽤 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분이 내가 이메일을 입력하게 된(끝까지 행동을 완수하게 된) 가장 큰 결정타였다. 문항이 28개에 달하는데 최소 2-3분은 썼던 것 같다. 이 문항을 작성하면 어떤 운동 루틴(맞춤형 보고서)을 줄지 궁금해서 계속 답변했는데, 다 하고 나니 이메일을 입력하라고 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나에게 맞는 운동 루틴이었는데 2-3분을 썼음에도 내가 기대하는 것을 아직 얻지 못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최종적으로 내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메일을 입력해야 한다.
물론 '에이 뭐야. 광고 메일 보내려고 이러네.' 라며 이탈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제일 먼저 느꼈던 감정은 '2-3분이나 썼는데 이 결과 못 보면 억울해'였던 것 같다.
참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게, 마지막에 바로 어떤 운동 루틴인지 알려주고 끝냈으면 그 결과만 보고 끝냈을 텐데(흥미롭다면 앱 다운도 했겠지) 이메일을 입력하라고 했기 때문에 내가 전환될 때까지 그들은 반복적인 광고 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적고 보니 DB마케팅이네..?
이렇게 그들은 전환율이 높을 것 같은 잠재고객의 이메일을 얻어냈다. 이런 모수를 많이 쌓아두면 확실히 전환도 잘되고 같은 프로모션을 하더라도 더 효율적으로 예산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 번에 전환시키기 어려운, 구매 허들이 높은 상품일수록 더 효율적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유료 앱을 구매하여 사용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지는 않아 이런 유료앱들이 마케팅할 때 참고하면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아 참고로 마케팅 방식이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것일 뿐, 여기서 소개한 better me라는 어플을 추천하는 건 아니다. 서비스에 흥미가 가서 알아보니 개인 정보 입력 시 바로 자동결제 되는 문제 때문에 컴플레인이 많은 것 같았다.
여기서 써 볼만한 포인트 요약
첫째, 타겟팅 잘하자
둘째, '나만의 최적화된 솔루션을 준다'는 느낌을 강조하자. 설문이 꽤 길어도 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다 작성한다. 오히려 작성한 시간이 아까워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셋째, 만약 구매 허들이 높은 편이라면, 광고에서 바로 전환시키기보다 DB를 받아두는 것도 좋은 접근법이다. 고객이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면 이메일이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