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생 이후로 ‘공부’만 한 적이 없다. 이른바 알바몬이랄까. ⠀
7살이 되던 해부터 아버지는 ‘20살 넘으면 성인이며, 성인은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 그 후로는 네 인생을 자립해서 살아라.’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가 20살이 되던 해에 나는 실제로 ‘경제적 자립’을 이루게 됐다. 그리고 이 실현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그 무렵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 가세가 기울었으니. ⠀
20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갑작스럽게 사회에 ‘조산아’로 등장한 나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그래도 매사에 열심이었다. 집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학원 강사, 아웃백 서버’ 등 3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
처음에는 변변치 않은 중소기업에서 일을 어깨너머로 배우다가, 운 좋게 교수님 추천으로 큰 기업에 입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직장인으로서 생명을 연명해갔다. 그동안 20대 때 고군분투하던 버릇(?)은 나의 해마에 각인됐는지 직장 생활을 하며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는 저주라도 걸린 사람과 같았다. ⠀
그러던 내가 올해 대학원생이 되었다. 큰 고민 끝에 ‘공부’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은 피와 땀으로 흘려보낸 나의 20대에 대한 보상이었다. 조급한 마음은 쉬이 변치 않아서, 풀타임 학생 신분에 집중하기가 아직까지는 어렵지만, 점차 시간을 두고 적응해보려 한다. ⠀
나는 나를 아끼는 방법을 30대가 되어서야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