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only be young once. But you can always be immature.
젊음은 한때이지만, 철없음은 영원할 수 있다.
햇볕은 눈부시고 옷깃을 스치는 바람은 선선한 어느 10월의 가을날, 나는 스페인 광장을 방문했다. 광장 가운데에서 무용수들이 펼친 플라맹고 공연을 넋을 놓고 보고, 타일과 목재가 섞인 건축물을 스치며 스페인에 흠뻑 빠져든 그때, 분수대 앞을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을 발견했다. 무엇이 저 아이들을 신나게 했을까 궁금해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분수 한가운데에서 비눗방울을 공중에 흩뿌리는 행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눗방울을 터뜨리려고 연거푸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과 시월의 눈부신 햇살은 오늘의 스페인 광장을 훗날 기억하면 떠올릴 정취로 뇌리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어린 날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그저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는 ‘어른’에 불과하지만, 과거에는 저 아이들 못지않게 신났던 내 모습을 말이다. 격세지감을 느끼며 ‘철이 든 것’에 대해 생각했다.
198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 데이브 베리(Dave Berry)는 ‘젊음은 한때이지만 철없음은 영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들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은 어떤 자신감으로 살아야 가능한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세태에 찌들고 소시민이 되어 겁이 많아진 나에게 철없이 사는 스페인 광장의 저 어린아이들이 돌연 부러워졌다.
철없음과 순수함의 교집합이 꽤 크게 생각되는 지금, 나는 얼마나 철 없이 살고 있을까? 아이들이 흐드러진 비눗방울을 마구잡이로 터뜨릴 때마다, 산산조각 나는 형태를 무심히 바라보며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