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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배씨 Mar 04. 2016

마케팅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마케팅 원론 The Marketing

천재가 제 아무리 똑똑한들 바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똑똑하기 때문에 더 이해가 안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고귀하신 마케팅 석학들은 도대체 마케팅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끙끙대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책들은 그렇게 어렵고, 그렇게 무미건조하고, 그렇게 재미없나 봅니다. 게다가 용어는 왜 이리 어려운지... 


솔직이 영어라서 어려운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치겠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허접한 번역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마케팅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이 쓴 유명한 마케팅 교재의 일부를 우리나라의 한 대학교수가 번역한 한 문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해 보겠습니다. 끔찍한 번역이었습니다.


"멋들어진 꼬투리 형태로 된 구조의 트리하우스에의 접근은 높이 있는 우듬지의 통로에 의해서 제공되었다"


아무리 보아도 이 번역은 뻔뻔스럽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모 대학 교수님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교수님은 교수님이 번역하신 저 문장이 이해가 되세요?"


번역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따져 볼까요? Segmentation은 왜 '분할'이라고 하지 않고 '세분화(細分化)'라고 할까요? 누가 '잘게' 쪼갠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Primary data를 왜 주자료라고 하지 않고 1차자료라고 할까요? 가격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나타내는 pricing을 왜 가격결정이라고만 부를까요?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 또는 조직을 나타내는 channel이라는 말을 왜 경로라고 번역할까요? 경로라는 말은 node와 node를 연결하는 path를 나타낼 때 쓰여야 할 말 아닐까요?


차라리 이럴 바엔 원어로 쓰는게 낫습니다. Segmentation, primary data, pricing, channel 같은 말은 이제 영어 그대로 쓰는게 낫겠습니다. 원어를 쓰는 잇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동의어를 단어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Private brand는 다음과 같은 동의어가 있습니다: private distributor brand, store brand, dealer brand, the battle of the brand, house brand, own brand, private label brand, reseller brand, distributor brand. 이러한 용어를 사적상표, 사적유통업자상표, 상점상표, 거래자상표, 브랜드전투, 집상표, 소유상표, 사적표찰상표, 재판매업자상표, 유통업자상표라고 기계적으로 번역을 한다면 도대체 마케팅 학습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저는 억지 번역을 지양합니다. 동사나 형용사, 부사는 주로 우리말을 쓴다고 해도, 최소한 명사만큼은 주로 원어를 살려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마케팅 연재물 The Marketing에서는 원어를 최대한 살려서 쓰려고 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어려운 용어는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글은 쓰지 않겠습니다. 알기쉬운 해설과 적절한 비유 그리고 생생한 사례를 들어서 쓰겠습니다. 가장 정확한 글을 쓰기 위해 다양한 참고 문헌을 검토하겠습니다.


저는 복잡한 도표를 싫어 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그리 다차원적으로 저장되어 있지도 않고 그렇게 저장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포지셔닝 맵이라고 불리는 perceptual map 조차도 그리 실용적 도구는 아니라고 각합니다. 단지 보여주기를 위한 도구, 보고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도표를 삽입하지 않겠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꾼이 옆에서 이야기를 하듯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마케팅을 처음 공부할 때 교재를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소위 공돌이이고, 마케팅을 처음 공부한 것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인 서른두살 때 였습니다. 너무나 이해가 안되서 이과생의 머리와 문과생의 머리는 구조부터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마케팅 믹스의 의미가 무엇인지? 시장세분화가 무엇이고 타겟팅은 왜 해야 하는지? 마케팅의 본질은 도대체 무엇인지?


이제는 잘 압니다. 철저히 몰랐었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해야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도 알게되었습니다.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가장 올바르고, 가장 치우치지 않은 마케팅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The Marketing 출발합니다.


마케터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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