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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맠크나 Jan 13. 2021

스물다섯, 스물여섯의 새해 다짐

25살의 베트남과 26살의 인도, 반짝이는 그 시절의 1월은  

2014년 1월, 스물다섯 새해 다짐


어느덧 2013년이 지나서 나는 스물다섯 살이 되었다. 삶의 변화의 폭으로는 그 어느 해보다 넘실거리는 한 해였다. 봄은 군대에서, 여름은 인도에서, 가을은 대학에서, 겨울은 베트남에서. 넘실거리는 삶은 부표처럼 이곳저곳 떠돌았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 떠오르기 위해 아등바등 열심히 물장구쳤지만, 군대에서는 인도를, 인도에서는 대학을, 대학에서는 다시 또 다른 넓은 세상으로 마음 향하고 있었다.


어느덧 아늑한 추억이 된 그곳. 오글토글 하게 '청춘의 자락이 켜켜이 쌓인 이곳을 참 많이 사랑했나 보다' 독백하며 떠났던 군대는 사실 참 많은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지난 과거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도 군생활을 함께 하며 만난 친우들은 여전히 만나며 현재 진행형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난 군 생활이 남겨두고 버려두어 미운 마음이 드는 시간이 아니고, 때때로 개구쟁이 친구들과 함께 신나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보물상자 같은 시간이 되어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어찌 그리 치열하게 살았을까'하는 삶의 경험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여름, 배낭여행이었다. 네팔-인도-태국을 거치는 90일간의 여행은 하루하루 치열했다. 오늘은 어떻게 이동을 할까. 이번 끼니를 어떻게 맛나게 먹을까. 이 물건은 어떻게 가격을 깎을까. 어떻게 이 한정된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낼까. 단지 즐겁고 방만한 휴양이었다면 이렇게 지금까지 향수하는 추억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요컨대, 배낭여행이 많은 이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는 근원은 한정된 자산과 시간으로 최대한의 성취를 얻으려는 그 치열한 과정에 있다. 매일매일 물 한 통이라도 싸게 먹으려는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생경함에, 귀국한 후에도 계속 이역만리 여행을 다시 꿈꾸게 되었다.


2년 만에 돌아간 대학교는 다가갈 수 있을 듯, 말 듯 신비한 존재였다. 야심 찬 다짐들과 함께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도 하며, 새로운 동아리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모두 완벽히 이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일상이라는 것에 녹아들어 가는 법을 익혔다. 군대도, 여행지도 아닌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가족, 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다시 한번 배워야 할 일들이었다.


많은 변화 때문일까. 2013년의 24살은 제법 빠르게 지나갔다. 나의 지난해 목표는 이곳저곳 찾는 이 많은 인기남이 되는 것이었다. 100% 이루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고, 하루하루 조금씩 만남의 경계를 넓혀왔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2014년 1월, 나는 지금 베트남 Tuy Hoa에 있다. 한국 유네스코에서 진행하는 해외봉사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참여했고,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웃으며 충실히 참여하고 있다. 아주 즐겁다. 앞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시작점이다. 지난해엔 물 위에서 정처 없이 흘러가는 부표 같았지만, 올해부터는 그 여정을 나름의 길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15년 1월, 스물여섯  새해 다짐


한 해가 떠나보내는 기분이라는 건 초등학생도 한숨을 쉰다지만, 사람마다 그 미묘하고 고유한 느낌은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지난 한 해 넘김은 '포커게임의 카드 한 장' 같은 느낌이었다. 주어진 카드는 곧 지나간 나의 시간이다. 딜러의 손을 떠나 나에게 온 카드는 어찌한들 돌이킬 수 없다. 지난 나의 카드들과 새로운 카드를 찬찬히 살펴보며 무엇이 메이드 되었는지, 무엇을 메이드 해야 하는지를 찬찬히 고민할 뿐이다.


나는 이 게임을 스무 살부터 시작한 세븐포커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30살 즈음엔 학문적으로도, 진로에 있어서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무언가를 메이드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게임의 끝에 선 내가 완성형이 아니어도 괜찮다. 알고 보니 게임이 텐 포커 즈음이 된다고 한들, 일곱 장의 카드로 만든 나만의 패가 있으면 될 것이다.


이렇게 지나간 2014년이라는 두 번째 패가 주어졌다. 아직은 찬찬히 살펴보는 중이다. 나름 좋은 패인 것 같은데, 앞으로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좀 더 고민 중이다. 포커 게임이라는 게 내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림대로 착착착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을 마무리한 2014년의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군대에서 인도로, 인도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또다시 베트남으로. 넘실거리는 삶은 부표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았다."라는 문장은 다시 보니 기분이 새롭다.


2015년 1월 지금은 다시 한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인도를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이리저리 표류하는 신세지만, 일 년 사이에 작은 돛단배 즈음은 되었지 싶다. 이제 2015년의 항해를 떠나자. 나의 이십 대 세 번째 포커 패를 찾으러.




반짝이던 스물다섯과 스물여섯의 1월, 늘 어디론가를 향했던 나는 호기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부표에서 돛단배로 한 발짝 나아갔다고 여겼던 천진난만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도 지금쯤 파도를 헤치고 나아갈 범선 한 척쯤은 되어있으리라 믿었으리라.

일곱 장의 세븐포커 비유는 더욱 야심차다. '스물넷, 스물다섯, 스물여섯, 스물일곱, 스물여덟,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 이십 대 일곱 해의 역사로 무언가 갖춰진 서른 살을 만들어 보고자 했던 듯하다.

단순히 그 해의 목표를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성장을 고민했던 것은 나의 이십 대를 충실하게 보내는 데에 분명 큰 도움이 됐다.

오히려 나는 스물여덟 직장인이 된 뒤로 나는 저 호기로움과 장기적인 비전을 잊고 살았다. 연간 업무 계획을 짜기 위해서 일 년 열두 달을 기획하기에 바빴고, 한 해 동안 재테크해서 모을 통장의 숫자만을 고민했었다.

그 시절의 나에게 돌아가 "너는 서른 살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네가 이뤄냈다고 믿었던 직장과 관계를 저버리고 영국 유학을 가게 될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황당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물다섯, 스물여섯의 나는 이내 역시 나답다며 미소 지어 주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어느덧 삼십 대 문턱을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파도에 오르내리는 나룻배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아직 새로운 새해 다짐을 하며 더 나은 항로를 꿈꾼다.

거창하게 베트남을, 인도를, 영국을 향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닌다고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것. 꿈을 위해 무언가 노력하면서 현실을 감내하는 것.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나를 지켜가는 것.

이렇게 예전보다 조금은 더 어려워진 2021년의 다짐들을 기록한다. 이 글을 읽을 수년 후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시간여행자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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