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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TUP Aug 09. 2023

직장인, 그 완벽함의 모순

완벽하지 않은 나, 완벽한 매니져와 회사를 원했다.

대리 3년차, 사회 생활도 좀했고 점차 업무 성과가 올라가는 연차이다. 그런데 동시에 성장하는게 바로 내 상사와 회사에 대한 불만이다. 그래서 이 연차에 이직이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업무 성과가 올라가는 속도에 비례해 내 상사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더 나아가 그런 상사를 방치하는 회사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랬다. 


야근을 밥먹듯 하던 대리시절, 그날도 나는 온몸에 화와 짜증이 가득했다. 급한 업무라는 말에 야근에 야근을 더하며 기획안을 준비했지만 명확한 기준도 없이 느낌이 오지 않는다며 내 기획안을 반려한 매니져에 대한 화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달래고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소비자 상담실 15년차 팀장님에게 넋두리를 하러 갔다. 그분은 직업 특성상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주셨던 분이라 그날도 나는 구구절절 나의 불만을 털어놨다. 그런데 항상 맞장구를 쳐주시던 그분이 그날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그러는 이대리는 그렇게 완벽해? 이대리니 말만 들으면 상사도 회사도 경영학 서적에 나오는 그 '절대적인 완벽함'을 가져야 할거 같은데, 그러는 본인은 그 완벽함을 요구할만큼 완벽한 사람이야?” 몇 초간 내 마음의 정적…  그때의 나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내 마음에 동의하지 않는 그 소비자 상담실 팀장님이 더 미웠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은 이런 팩트 공격에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더 발전해 나간다던데 나는 그런 주인공은 아닌건지 마음의 화가 꽤 오래 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업무가 바쁘다는 핑게로 몇년의 시간이 흘렀고 동시에 마음에 불만 덩어리가 감당못할 정도로 커져, 결국 나는 나를 구하겠다는 명목으로 퇴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퇴사하는 순간까지도 나는 소비자 상담실 팀장의 조언을 이해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그저 나만 잘났고 나만 완벽했다. 


그런데 이 말은 나도 모르는사이 내 마음 어딘가에 깊이 새겨졌던거 같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으나 회사에서 화, 짜증, 불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떠오를 때 마다 이 말이 종종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내가 지금 화내는게 맞는걸까? 나 또한 완벽하지 않았을텐데 타인의 동의도 없이 완벽함의 기준을 세워 그들을 거기에 비교하고 맞지 않다고 화를 내는 내가... 맞는 걸까? 우리 각자는 각자의 완벽함의 기준이 있었을 텐데... 저 사람도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텐데..." 게속 되는 이 질문들은 나를 점차 변화시켰다. 상대방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부정적인 감정 없이 있는 그대로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상사나 회사에 대한 화가 점차 줄어들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줄어'들었을 뿐이지 아직도 이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혹시 지금 누군가 그때의 나처럼 온몸에 화를 휘감고 힘겹게 출근하고 있다면, 내 직장인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던 그 소비자 상담실 팀장님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비록 지금은 그 말이 들리지 않겠지만 삶의 어느 순간에 스쳐가듯 생각이 난다면 거기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그 화를 아주 조금 달리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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