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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Watney Jan 05. 2022

Road to Graduate school #3

#3. Motivation - Determination (2)

 첫 번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 기계공학 전반 지식에 대한 이해 및 흥미 점검


 나는 3월에 전역하였다. 말년 휴가를 많이 모은 편이라 칼복학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복학하지 않지 않았다. 그렇지만 학교에 갔다. 미리 교수님들께 메일을 보내 2학년 1학기에 수업하는 역학 과목들을 청강하고 싶다고 문의드렸다. 모든 교수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그 당시 재료역학, 열역학, 동역학, 공업수학 수업을 청강했다. 이 때 군대 가기 전에 수강했던 교수님과는 다른 분 수업을 청강해서 혼자서 나름대로 어느 교수님의 수업이 내게 더 맞을 지 비교 분석했다. 교양 과목을 제외하고는 2학년 1학기를 다시 다니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그 당시 내 수학 베이스가 상당 부분 무너져 있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다행히 내 부족함을 깨닫고 그걸 채우기 위해 학교 중앙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미적분학 교재를 뽑아 들고 하나씩 옮겨 적었다. 주요 개념을 떠올리면서 기억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 나갔다. 심지어 삼각함수의 미분, 로그 함수의 미분도 기억이 희미해서 혼자 헛웃음지으며 노트에 옮겨 적었던 기억이 난다.


 3월 첫 주차부터 수업을 들었고 마치 재학생인 것 마냥 학교를 다녔다. 학교 도서관에 가서 휴학생 이용증도 따로 발급받고 자유롭게 책도 많이 읽었다. 독서 동아리에도 가입하고 공모전 활동을 하는 동아리에도 가입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분야의 소양을 쌓으려 했다. 물론 기본은 기계공학에 두면서.


 그렇게 학교를 다니다가 군복무 동안 계획했던 유럽 여행을 떠났다. 런던-툴루즈(프랑스)-파리-슈투트가르트-볼프스부르크-베를린-뮌헨-비엔나-러시아로 이어지는 스케줄이었다. 러시아부터는 모스크바에서 친구들을 만나 함께 월드컵을 관람하였고 그 이전 일정은 오로지 나 혼자 쏘다녔다.


 여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그 당시에 내가 특별하게 계획했던 일정은 바로 프랑스 툴루즈 소재의 에어버스 사 방문과 독일 볼프스부르크 소재의 폭스바겐 사 방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BMW 박물관, 포르쉐 박물관, 벤츠 박물관도 들렸다. BMW와 포르쉐 본사도 방문하려 했으나 예약이 꽉 차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 때의 목표는 기계공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항공우주 산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 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단순하게는 CFD를 이용해서 공기역학적으로 차체를 디자인하는 것(유체역학)부터 시작해서 CRFP를 이용해서 동체를 경량화(재료역학, 동역학)하는 것에 이르는 전반적인 생산 현상을 볼 수 있었고 나만의 질문을 하나씩 써내려 갔다. 어차피 내 영어 실력을 고려했을 때 알아 듣지 못할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혼자서라도 생각해볼 요량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거기서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질 것이고 내 목표는 그 때 내가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 지 기록하고 미래의 내가 다시 리스트를 꺼내보았을 때 연결점을 최대한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래 차량에서 엔진의 중요성은 유지될 것인가 아니면 부품 중 하나로 전락할 것인가?"

 "Steering Wheel이 꼭 원형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만약 우리나라에서 내연기관이 발명되었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변했을까?"

 "날개 설계에 필요한 학부 과목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을까?"

 "실린더의 배열 방식이 엔진의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걸어다니면서 메모하느라 글씨체가 엉망이다. 그렇지만 괜찮다. 나만  잘 알아볼 수 있으면 No problem


 프랑스(항공우주)와 독일(자동차, 제조)이 기계공학의 강국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계획된 안이었고 위에 쓴 질문들 이외에도 많은 질문들이 수첩에 적혀 있다. 원래는 여행을 마친 이후 하나씩 글로 옮길 생각이었으나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 새 2년이 지나버렸다. 머릿 속 구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여행 동안 실제 기계공학이 산업 현장에 응용되는 것을 보고 학습 욕구를 펌핑한 이후 드디어 정식으로 학교에 복학했다. 이 때 내가 수첩에 적었던 내용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2학년 과목은 기계공학과 학부의 근간이자 베이스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대학원에 갈 자격이 없다."


 2학년 2학기를 보내면서 나는 대략적으로 학점이 4.3 이상 나오지 않는 다면 대학원에 갈 자격이 없다는 마인드로 임했다. 지금은 학점이 높다고 해서 그 과목을 잘 이해했다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 다고 생각하지만 입대 이전까지의 내 학점이 3점 중반대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그 당시에는 그 결심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그리고 나는 복학한 그 학기에서 한 과목에서 A0를 받은 것을 제외하곤 모든 과목에서 A+를 챙기면서 대학원을 향한 길 위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된다.




 차후에 다른 시리즈를 통해, 혹은 짤막한 소개글의 형식으로 내가 어떻게 전공 과목들을 접근했는 지 소개하는 기회를 가져 볼 생각이다. 냉정하게 아직 나는 내 전공을 잘 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성숙하지만 너도나도 공부법을 소개하는 시대에 나도 내 공부법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 까. 참고로 나는 복학 이후 거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공부하면 할 수록 공부할게 끊임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항은 공부법 관련 글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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