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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Watney Jan 05. 2022

Road to Graduate school #4

#4. Motivation - Determination (3)

두 번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2. 경험자에게 가자 그리고 물어보자


 내 주변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거나 대학원을 졸업한 이력이 있는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질문했다. 내가 아무리 정보를 많이 모으더라도 경험자의 그것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판단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사람은 바로 교수님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박사 학위는 다들 지니고 계시고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내가 대학원에 입학할 시기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그 점을 감수하고라도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한편, 학교에서는 매 학기마다 지도 교수와 상담해야만 해당 학기의 성적을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었는 데 그것은 내게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다. 또 내 경우에는 특이하게 지도 교수님이 자주 바뀐 편이었는 데 첫 지도 교수님(A)께서 여러 보직을 맡게 되시면서 바빠지셔서 나도 모르게 지도교수님이 한번 바뀌었고 그 다음 지도 교수님(B)은 한 학기만에 안식년을 가시면서 또 다른 지도 교수님(C)로 바뀌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뤄진 일이었다. 이에 따라 나는 A, B, C 교수님 모두에게 질문할 수 있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마련됐다.


 교수님과 상담할 때면 으레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된다. 그리고 학생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나는 그러한 맥락으로 진행될 때마다 모든 교수님께 질문했다. 내가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게 된 계기(전문성)와 그 당시 갖고 있던 고민(분야 선정 문제, 높지 않은 학점 등등)를 망설이지 않고 여쭤보았다. 다행히 모두 학생들에게 친절한 지도 교수님들이었기에 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셨고 교수님 본인의 생각을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이 질문을 항상 빼놓지 않았다.


"교수님은 학부생 시절에 어떻게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나요?"


 나는 이 질문을 통해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을 엿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분은 진학 계기가 동일했고 한 분만 달랐다. A, C 교수님의 진학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군대에 가기 싫기도 했고 생각보다 기계공학 학부 공부가 재미있었기에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KAIST 대학원 진학이었고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B 교수님의 진학 계기는 굉장히 이상적이었다. 공부가 재밌었다고 하셨다. 학부를 다니다보니 공부가 너무 재밌어서 더 하고 싶었는 데 가정 형편 상 여의치 않았다. 그 와중에 다행히 가족들 중 취업이 잘 된 분이 계셔서 석사만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석사를 마친 후 가계 형편에 도움이 되고자 연구소에 취업했으나 마음 한 켠에는 공부를 미처 다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몇 년 일하다가 박사 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내가 교수님 사무실 문을 두드리기 직전까지 보고 계시던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셨고 그건 논문이었다. 아직도 공부가 재밌어서 틈날 때마다 논문을 읽으신다고 하셨다.


 자, 일단 나는 군필자이니까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원에 가는 건 아니다. 그럼 나는 공부하는 걸 즐기는 사람인가? 이제부터 질문이 조금씩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교수님들의 코멘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원에 간다는 선택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회비용이 따른다. 박사까지 한다고 가정할 때, 남자의 경우 군복무를 고려하면 20대는 물론이고 30대 초반까지도 학교에 묶여 있게 된다. 내 또래의 남자들은 이미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심지어 후손을 남겼을 수도 있을 나이다. 한 때는 나와 같은 학생이었던 그들이 신분으로 보나 재정적으로 보나 나보다 훨씬 앞서나가게 된다. 이러한 사실이 대학원생에게 주는 무형의 압박감은 실로 강력할 수 있다. 만약 학계에 남기 위해 포닥을 한다면? 박사 학위 취득 나이에 플러스 2 또는 3은 해야 한다. 포닥을 추가로 몇 군데에서 더 한다면 나이 마흔은 순식간이다.


 그럼 이젠, 내가 이 질문을 할 차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라는 과정이 주는 매력이 무엇이기에,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 얼마나 짜릿하기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고통을 감수할까. 또 연구자가 되려는 사람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교수님들과 면담할 때 만약 교수님들께서 자기 연구실로 들어오라는 권유를 했다면 아마도 나는 그 분들께서 내게 해 준 말씀들의 진정성을 살짝(?)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 분들은 학생의 진로를 교수가 마음대로 연구실에 들어오라고 지시하는 건 옳지 않다는 태도를 견지하셨고 내가 마지막으로 드린 질문들에 대해서는 꼭 우리 연구실이 아니더라도 흥미있는 연구실을 찾아서 직접 경험해보고 살짝이라도 느낌을 알아보라는 답변으로 대답을 대신하셨다.


 나는 교수님들과의 면담 이후로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은 학부 출신의 대학원생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대상은 자대, 타대를 가리지 않았다. 자대 대학원생들의 경우 실제로 학교에서 만나 식사를 같이 하며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타대 대학원생들의 경우엔 메일을 주고 받으며 조언을 구했다. 답장을 받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선배님들은 학부 후배의 요청에 응해주셨다.


 "대학원 진학 자체를 결정하는 것은 저에게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아직 배운것이 부족하다 느꼈고 그것을 더 충족 시키고 싶었습니다"

 "전문성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하여 고민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체로 위 두 가지 이유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소수 의견으로 유학을 가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질적으로 내가 대학원 진학을 고심했던 계기와 그들이 진학을 결심한 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들로 대학원 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분들이 더러 있었다. 나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교수님과의 트러블이나 동료 연구원들과의 불화,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분야를 연구하게 된 경우, 타대생에 대한 유/무형의 차별 등 케이스는 다양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불상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대학원 진학이라는 선택에 따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이에 나는 세 번째 프로세스에 돌입하게 된다.




 대학원 진학, 특히 박사 학위까지 진행하겠다고 결심을 했다면 이는 20대 전체를 학교에서 보내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남성의 경우 중간에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다고 가정하면 20대가 학교와 군생활로 점철되는 것이다. 내가 아직 학교에 있을 때 누군가는 취업을 해서 돈을 벌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질 수 있다. 내 통장 잔고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누군가는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자기만의 자산을 하나씩 쌓아간다.


 "나는 그걸 견딜 자신이 있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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