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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Watney Jan 05. 2022

Road to Graduate school #5

#5. Motivation - Determination (4)

 이전 글에서 "내가 아무리 정보를 많이 모으더라도 경험자의 그것을 따라갈 수는 없다"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나는 이 생각을 기반으로 세 번째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내가 경험자가 되면 된다"


 나는 2학년을 보내면서 소위 4대역학이라고 불리는 재료역학(고체역학이라고 부르는 학교도 있다), 동역학, 열역학, 유체역학을 모두 이수했다. 2학년 2학기로 복학하면서 내가 대학원에 갈 자격이 있을지를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였지만 또 하나의 목표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크게 넓게 바라봤을 때 거시적으로 내가 어느 분야 쪽에 맞을 지를 느껴보는 것이었다. 기계공학과의 모든 과목을 다 잘하고 다 좋아할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했고 기본적으로 모든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되 내 열정이 조금이라도 더 쏠리는 과목을 분류함으로써 분야를 조금씩 좁혀나가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내 경우엔 재료역학, 동역학보다는 열역학, 유체역학 쪽이 좀 더 흥미로웠다. 같이 수강했던 공업수학도 나쁘지 않았다. 이러한 정보를 수확하면서 2학년을 마치고 3학년 1학기에 진입했다. 3학년 1학기에는 상대적으로 군복학 버프가 감소하면서 학점이 소폭 하락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가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후회는 항상 늦으니까.


 3학년 1학기를 마쳐갈 때쯤, 이전에 확보한 흥미에 이어서 이 흥미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수업을 수강하고 학점을 받는 과정을 통한 막연한 흥미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내가 관련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다를 수도 있고 흥미를 금방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경험해 봐야만 관련 분야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는 학부연구생 지원으로 이어졌다.


 학부연구생 활동이란, 학부생 신분으로 연구실 구성원으로 소속되어 기본적인 연구활동을 보조하거나 논문을 읽고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참여 범위는 교수님 및 연구실 대학원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므로 일반화되기는 어렵다. 즉 연구실마다 다르다. 교수님들 별로 학부연구생 참여를 독려하는 경우도 있고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 외에는 잘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교수님과의 소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꼭 자대에서 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본인이 희망한다면, 그리고 해당 학교 교수님이 받아 준다면 타대 연구실에도 학부연구생의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이를 인턴이라고 칭하는 곳도 있다. 이 역시 타대 교수님과의 컨택을 통해 이뤄지며 교수님의 의향에 따라 타대생 인턴이 가능한 지 아닌 지가 결정된다.


 나는 일차적으로 타대 연구실 인턴을 생각했으나 3학년 1학기밖에 마치지 않은 수준에서 일단은 자대에서 학부연구생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이전에 흥미를 가졌던 열역학 관련 연구실, 유체역학 관련 연구실들 중에서 컨택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자대에 있는 열역학 연구실들의 경우 조금 빡세 보여서(?) 유체역학 연구실에 지원했다. 교수님께 먼저 메일을 보냈다. 현재 3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기계공학과 학부생인데 방학 동안 학부연구생으로 참여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성적표도 첨부했다.


 답장을 받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답장이 왔고 시간이 될 때 교수님 방으로 찾아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교수님 방을 찾아 간단한 면담 후 유체역학 연구실에 학부 연구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학부 연구생 동안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논문이라는 것을 읽게 되었고 실제 연구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차츰 감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아는 게 없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논문을 읽는 데 보내기도 했지만 때때로 선배들의 실험에 동행하여 그걸 지켜보며 어떤 원리로 진행되는지 파악하고 이후에는 보조 역할로 참여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단독으로도 간단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내가 대학원생은 아니지만 대학원생들의 루틴대로 행동하고 연구원으로서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느껴보려 노력했다. 내가 경험자가 되려 했다.


 동시에 선배들과의 대화에 적극 참여했다. 선배들은 직접적으로 교수님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실제 연구활동을 진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들은 실로 다양하다. 교수님의 인품부터 연구실 분위기, 성과, 대학원생으로서 겪는 고충, 연구 활동 동안 얻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 등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낼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그와 같은 정보 하나하나가 바로 내가 차후 대학원 진학을 결정함에 있어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근거가 된다. 또한 이는 자대에서 학부연구생을 할 때 이외에도 추후에 내가 타대에서 인턴으로 참여할 때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학원생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방학이 끝나갈 때쯤 나는 학부연구생으로서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점들을 PPT로 만들어 교수님과 선배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고 그 과정에서 내 경험들을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엮어 두었던 자료는 나중에 내가 여러 교수님들과 컨택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또 내 적극성을 표현하기 위해 내가 읽었던 논문을 정리하고 '내가 이 논문을 쓴 연구자라고 가정하고 그 논문의 Abstract를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내가 해당 실험을 진행하고 얻는 결과를 통해 어떤 점을 도출하였고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내 손으로 직접 써봤다. 엉터리 영어여도 상관없었다. 그것 역시 나만의 연구결과라고 간주했다. 뭐든지 내가 의미 붙이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이 Abstract를 교수님께 보여드렸을 때 교수님께서 상당히 놀라셨다. 논문을 읽어온 학부생들은 적지 않았지만 혼자서 자기만의 Abstract을 써온 학생은 처음이었으므로.


 이렇게 방학을 보낸 이후의 나는 다시금 학습 욕구를 펌핑할 수 있게 되었다. 학부 과목들에서 배운 개념들이 실제 연구 현장에서 어떤 형태로라도 응용되는 것을 보았으니까. 3학년 2학기에 나름대로 굵직굵직한 과목들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열전달, 진동공학, 수치해석, 실험과목, 연소공학, 확률통계 그리고 교양. 그리고 나는 다시 한 과목 A0를 받은 것을 제외하곤 모두 A+를 받는 데 성공하여 학점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학점 4.5는 내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리고 3학년을 보내면서 처음으로 나만의 Curriculum Vitae(CV)를 작성하게 되었다. 내 기본적인 신상과 관심 있는 연구 분야를 작성하고 관련하여 내가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지,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CAD는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아는지 등등을 기재했다. 그렇게 작성된 CV와 성적표, 공인 영어성적표를 기반으로 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소위 SPK로 통칭되는 세 학교가 있다. 대한민국 이공계에서 최상위 3 학교로 꼽히는 학교들이다. 나는 이 세 학교 중 두 곳에서 인턴을 진행하였다. 나는 어떻게 이 두 곳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을 까.





 잘 알려져 있다 시피 기계공학과는 커버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다. 그렇기에 다른 학과 출신들에 비해 학부 졸업 후 진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따로 기계공학과 학과에 대한 분석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기계공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반적인 기계공학과에 대한 정보와 진로에 대한 글도 의미 있을 것 같다.


 또 CV 작성에 관련된 글도 준비 중에 있다. 보통 컨택 시 CV, 성적증명서, 공인 영어 성적표 이 세 가지가 기본적으로 첨부되는 데 사람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바로 CV인 듯하다. 나는 이 CV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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