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세대 차이를 얘기하면서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면 편하다는 식의 비유를 했다. 내가 살던 시대의 잣대와 기준으로 지금 젊은 세대를 평가하지 않고, 젊은 세대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마치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하듯 있는 그대로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래야 우리가 더이상 꼰대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이었다. 해외여행이라. 그러니까 비슷한 아시아기는 한데 화폐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식습관 문화까지 조금씩 다른 나라라는 것이다.
이태원에서 내가 정말 좋아했던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이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거라고 생각을 해야 한대." 내 얘기를 가만히 듣던 친구가 너무도 당당한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걔네가 우리 나라에 맞추면 안 돼? 니네가 내 나라에 온 거잖아!"
그러네. 아니 엄연한 국경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왔으면 너네가 우리 법을 지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리는 자연스레 '꼰대의 기준'에 대해 한참을 논하고 헤어졌다. 예를 들면 이런 사례.
- 문서를 파일로 넘겨줬는데 커서가 맨 앞장에 없으면 어떡해? 솔직히 나 그거 용납 못해. 그래도 처음에 몇 번은 가르쳐줘야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회의자료를 나눠주는데 누가 그걸 6p를 맨 앞으로 펼쳐서 나눠주겠어? 당연히 첫 페이지를 제일 앞으로 해서 나눠주겠지. 파일도 마찬가지잖아. 난 그렇게 찬찬히 가르쳐 줄거야.
늘 그렇듯 꼰대 토크는 끝나지 않고 마무리 된다. 우리는 조심하자.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잖아? 그럼 이건? 그렇게 얘기하다 보면 커피 한 잔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요즘 친구들을 보면 68세대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가 이 두 세대를 논하기엔 한없이 생각없이 살아온, 겨우 MZ세대라는 올려치기(또는 후려치기)에 휩쓸린 87년생이긴 하지만. 68세대는 '전쟁 말고 사랑', '히피', '체게바라 사진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학생들' '모범생의 반란' 뭐 이런 그림들이 생각나는데, 나는 이게 매체의 영향이 분명 있었다고 본다. 엄청나게 커다란 카메라 앞에서 스튜디오의 앵커들이 하는 말만 믿어야 했던 젊은 세대들이, 전쟁의 실상을 직접 본인의 눈으로 들으면서 더이상 온순하게 말 잘 듣는 자녀들로 남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의 어린 친구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세상은 너무 빠르고, 온전히 스스로 진위여부를 구분할 수도 없이 정보가 과다복용된다. 특별히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방구석에서 수업도 듣고 회의도 하고 연애도 하고 심지어 인간이 아닌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 열심히 노력해도 평생 내 몸 하나 뉘일 집 한 채를 살 수 없고 일확천금을 모으기 위해 주식과 채굴, 도박까지도 손쉽게 트라이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에 조금 게을러지거나 의욕을 덜 보인다고 해서 우리가 가볍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그들은 그런 나라에서 사는데. (물론 얼마 전 회식 때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한없이 속터지게 응대하는 호프집 아르바이트생에게 우리는 제각기 다른 평가를 내려야 했다.)
결국 우리는 언젠가 입국금지명령을 받게될 수도 있다. 어떻게 오셨어요? 여행 오신 이유는요? 죄송하지만 '라떼' 두 글자가 박힌 여권은 입국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비자 받으시려면 따로 등록절차가 필요하세요. 하지만 오래 머무르실 수는 없습니다. 단순 관광이 목적이시라면 체류기간이 정해져 있어요. 아직은 그런 도장을 찍기 싫어 손으로 박박 지워 본다. 조금 더 이해하려고 해 본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이해하려면 더 많은 술과 시간과 푸념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