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위

나는 바람, 여기에서 거기로 불 뿐

by 또마스

바람, 바위


나는 바람, 여기에서 거기로 불 뿐,

애써 머무는 곳도 넋 놓고 머물 곳도 없네

그래도 마음 하나 가득한 바람이 있다면

네가 내 길에 함께 흘러가는 것

네가 나 있는 곳으로 와 주는 것

네가 나의 품에서 춤추는 것.


너는 넉넉한 바위, 여기에 또 거기에 있네

흐르지도 구르지도 않네

내 부르는 소리 듣기만 듣고

내가 오고 가는 것을 즐겨 반길 뿐

나 흘러가는 길은 애써 침묵하네


나는 바람, 너는 바위,

나는 너를 굴리지 못해

나는 너를 부르지도 못해

할 수 있는 것은 너의 고운 얼굴을

가만히 만지는 것

애꿎은 나뭇잎 몇 개 날려

네 넉넉한 어깨를 다독이는 것

그렇게 네 마음을 한알씩 한알씩

금빛 은빛 모래로 만드는 것


네가 나와 함께 가지 못해도

네 마음 한 조각 하늘에 띄워

나 지나는 길에 쌓아두는 것,

천년 만년 세월 속에 너의 마음 조각으로

자그마한 모래 언덕 만드는 것

그 언덕에서 네 마음 조각들 가만가만 까부르며

바위인 너를 그리는 것


나는 바람, 너는 바위,

나는 그대의 마음을 쓸어모아

그 부스러기들 속에 머무네

그 마음과 함께 흘러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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