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애착
가까운 관계에서 상처받은 경험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경계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깊을수록, 같은 아픔을 겪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피형 애착’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나 중요한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실망하거나 상처받으면, 무의식은 그것을 위험 신호로 인식한다. 가까운 관계가 곧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학습된 경험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친밀한 관계를 피하려 한다. 누군가가 다가오면 반사적으로 경계하고,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따뜻한 관계를 그리워한다.
사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서로 연결되기를 원한다. 연구에 따르면, 안정적인 인간관계는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심지어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가까운 관계를 피하는 이유는, 다시 상처받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과거의 상처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에서 ‘안전함’을 새롭게 경험할 수는 있다. 모든 관계가 아픔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작은 경험들을 통해 천천히 배워나가는 것이다.
관계에서 입은 상처는
관계를 통해서만 치유된다.
- 책 《회복탄력성》, 김주환
물론, 갑자기 마음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상처를 피하기 위해 혼자가 되는 것이 정말 행복한 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경험할 때 뇌는 점점 더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다고 한다. 그러니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조금씩 마음을 나누며, 관계의 따뜻함을 다시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더 깊이 이해받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받는 경험. 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두려운 거다.
과거의 아픔이 다시 반복될까 두렵겠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다정한 사람들이 있고, 당신의 진심을 이해해 줄 누군가가 있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조심스러워도 괜찮다. 다만, 언젠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다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기회를 허락해 보자. 용기 내어 내민 작은 손을 잡아줄 사람이 분명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