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라는 이름의 사치
조용한 일 _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위로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조용히 곁에 내려앉은 낙엽 하나에도
고맙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사람은 종종
커다란 무언가에서 위안을 얻고자 애쓴다.
하지만 위로는 대개
작고 사소한 일상 속에 숨어 있다.
평범한 순간에 특별함을 더하는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시인의 시선이 좋다.
시는 그 안에 여백을 품고
삶의 바쁨을 잠시 멈추게 한다.
삶은 그저 버티고 견디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때로는 사치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보드라운 낭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낭만을
기꺼이 누릴 줄 아는 여유,
그것이 어쩌면
삶을 끝까지 이끌어가는
조용한 힘이 되어주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