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눌러오던 그 무언가를
훌훌 털어버리고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찼던
침묵의 여행을.
말을 거두고 온전히
글로만 이야기했던 시간들.
책으로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꼭 필요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안에는 신의 이야기도,
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도,
멋진 카피라이터의 이야기도 있었다.
내가 떠난 여행지는
조촐했지만 아늑했다.
약에 취해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나른해지면 누울 수 있는 침대 하나,
무엇이 떠올라 말하고 싶을 때
앉아서 꾹꾹 눌러 글을 쓸 수 있는 책상 하나.
가끔 햇살을 보여주기도,
멋진 밤하늘을 보여주기도 했던
창문 하나, 그게 다였다.
글을 쓰다 잠이 오면 자고,
음악을 듣고, 라디오를 듣듯
책을 들었다.
그렇게 앉았다 누웠다 잠들다를 반복하니
2박 3일이 지났다.
여전히 내 목은 침묵을 원하는지
여행에서 돌아오는 게 아쉽기만 하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었고,
쉴 수 있는 시간이었고,
마음껏 즐겼던, 나에게 꼭 맞는
여행이었다.
나에게 여행은 이걸로 충분하다.
몸이 정신을 지배해
본능대로, 마음 가는 대로
딱 지금에 충실했던 2박 3일이었다.
고작 좁은 방 한 칸이
그 어떤 곳보다 넓고 자유로웠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들었던,
그만큼 많은 말들을 해야 했던 시간들에서
딱 나를 위한 만큼만 덜어내 가득 채워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조용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말을 아끼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