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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샘 Jul 23. 2020

다시, 제주 #1 : 여행 같은 삶에 한발 더 다가간다

랜선 여행 이야기 시리즈 '다시, 제주'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첫글은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고민하다 커다란 국가적, 전세계적 사태 앞에 제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던 '여행' 이야기를 좀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국내 여행지중에서 이름만으로도 설레고 여전히 언제라도 떠나고 싶은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풀어볼까 합니다. 글은 블로그 행복교육공작소 '감수성' 카테고리에도 동시에 연재됩니다.


글을 쓰기에 앞서 몇가지 본의 아니게 본인에 대한 소개를 좀 해야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저는 동요의 노랫말과 곡을 쓰는 동요 작사가, 작곡자이자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동요나 교육, 시에 대한 이야기가 여행 이야기에도 함께 등장할 걸로 예상이 되니다. 이 점을 미리 인지하시고 글을 읽어주시면 훨씬 행간이 훨씬 편하게 읽히지 않을까합니다. 또한 시점이 과거일 수도 현재일 수도 있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해봅니다.


캥거루창작동요제를 핑계로 올해 들어 세 번째 제주를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제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곱 번째 만나는 금릉. 언제 가도 언제 봐도 좋은 곳. 저 멀리 비양도. 코끼리 먹은 보아 뱀.


늘 다니던 곳을 가기도 하고 수도 없이 제주를 다니며 처음 가본 곳도 많습니다. 해외에 멀리 나가 본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론 제주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참 좋습니다. 뭐랄까 굳이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있다 옵니다.


토요일 동요제 일정으로 금요일 밤 비행기로 도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정말 금쪽같이 생각합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늘 느리게 느리게를 외치면서 시간은 또 엄청 아껴 쓰거든요. 황진이처럼 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황진이요? 네 그렇습니다.



평소 시간을 잘 아꼈다가 제주 가면 하루를 서른여섯 시간처럼 지내다 옵니다.


오후 5시쯤 도착했는데 렌터카 찾고 하다 보니 금세 날이 저물었습니다. 제주는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까만 밤하늘이 펼쳐집니다. 물론 별도 많습니다. 한 알 한 알 먹다 성질 급하면 한 입에 털어 넣는 별사탕 같습니다. 숙소를 성산 쪽에 멀리 잡아서 차 유리를 열고 저녁 공기를 마시며 한 시간 가량을 달렸습니다. 천천히 달렸더니 그렇게 걸렸습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잠시 창밖을 봅니다. 저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입니다. 비수기의 좋은 점은 호텔이나 리조트의 객실 업그레이드가 쉽다는 겁니다. 부탁드려서 전망이 좋은 객실로 바꾸었습니다.



야경도 좋지만 내일 아침 성산 일출봉에 일출하는 장면을 자던 차림 그대로 눈 비비며 창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쉬지않고 여행을 출발하는 순간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다 점심까지 거르고 제주로 왔습니다. 그래서 저녁은 허리띠를 풀어놓고 마음껏 즐기기로 합니다.


성산읍 '왕성 술붗구이' 소문난 집에 먹을 거 맛있는 거 많네요!

여행 다니면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습니다. 그냥 눈으로 봅니다. 예전에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 카펫 행사에 갤러리로 오신 할머님 한 분 덕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할머니이세요. 그냥 눈으로 보고 계시네요. 사진 안 찍으시고. 이게 즐기는 거죠.


대충 상황을 설명하자면 다들 스타가 지나가면 사진 찍기 바쁜데 여유롭게 눈으로 만끽하고 계신 겁니다. 제겐 이젠 여행은 사진으로 찍어서 추억을 남기는 건 최소화하고 마음에 담아서 평생 누리고 또 꼭 보고 싶으면 다시 찾은 걸로 그 가치관을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 겠더라구요. 경제적으로도 마음의 여유도. 그러니 여행 이야기에 사진 없다고 아쉬워하지 마세요. 사진은 조금만 검색하면 수도 없이 나오니까요.


좋은 야경을 배경으로 잠들었다 아침 일출 전에 일어나서 감기 기운 있는 몸이라 따뜻한 레몬티를 머그컵에 담아 창가로 나섰습니다. 커다란 해가 빨갛게 바다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그냥 그러고 있었지요. 해가 뜨겁다고 느낄 즈음 숙소를 나섰습니다.


섭지코지 오르는 길. 그냥 산책하러 자주 옵니다.

그리곤 일출봉으로 갔습니다. 참 중간에 잠깐 섭지코지 들렀습니다. 항상 오는 곳이지만 아침 산책 삼아 근처에서 묵으면 들러갑니다.


성산 일출봉도 맨날 보긴 많이 보고 지나치긴 많이 지나쳤는데 실제로 가 본 적이 없어서 들렀습니다. 입구에 도착해서 입장권을 구입하시도 전에 '아'하고 탄식이 나왔습니다. 너무 ...... 너무 ...... 뭐라 표현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너무너무 했습니다. 좋아서요. 진작 들러볼 텐데 괜히 다른 사람들 다가는 곳에 가면 복잡하다는 쓸데없는 편견이 귀한 경험을 놓치게 할 뻔했습니다. 다른 세상의 끝에 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길 따라 쭉 올라갔다 또 내려오면서 풍광을 만끽했습니다.


내려오면서 귤 주스를 하나 마시면서 내려와선 근처 카페로 향합니다. 귤 주스가 아쉬워서 에이드를 한 잔 마시러 갑니다.

카페 '아이야'의 바깥 풍경입니다.

일출봉 근처에 풍경이 좋은 카페가 있다는 걸 책으로 인터넷으로 알게 되어서 이번에는 꼭 들러봤습니다. 간결한 한옥 건물에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페 창 밖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일출봉도 잘 보이고 오가는 사람 누구라도 심지어 카페에서 차를 주문하지 않아도 쉬어가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의자로 많이 내어줍니다. 제주의 분위기란 이래서 좋습니다.


잠깐 머무를 생각이었는데 너무 좋아 있다보니 그냥 앉은 채로 2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카페에서 엉덩이를 털고 나서서 그간 꼭 들르고 싶었던 가을 '산굼부리'에 들어섭니다. 꼭 가을에 가보라던 누군가의 말이 있었는데 가보고 알았습니다. 그 말의 의미를요.


사진으로 감정을 다 담을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아니지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으니 가을에 '제주 산굼부리'에 가보셔도 좋겠습니다. 거기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바람이며, 햇살이며 어느 것 하나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어도 돈주고 파는 이도 없으니 그저 실컷 품고 올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쌓아둔 제주의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어디서 부터 펼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차분히 풀어보기로 하지요. 정말 들려드리고 싶은 제주의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금방 또 이어지는 글에서 이야기를 풀어도록 하겠습니다. 금방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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