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에 '칭찬하는 말을 주고 받는 방법을 생각하며 칭찬하는 글쓰기'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 반 어린이가 선생님을 칭찬하는 글을 써서 읽어주는 데 듣다가 눈시울이 붉어져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선생님이 우니 우리 반 친구들도 금세 눈시울이 함께 붉어졌습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학교 생활이 그나마 기쁠 수 있는 건 우리 반 어린이들과 나누는 시간들 때문이었는데 우리 어린이들도 그걸 알고 있었나 봅니다.
항상 가족 같이 아끼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또 다른 어린이는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선생님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요란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아서 드러내지 않고 늘 응원하고 아끼고 있는 우리 반 어린이들입니다. 교실에서 어린이들과 나누는 시간은 온 정성을 다해 잠잠히 시간을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을 우리 반 어린이들이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울컥해졌습니다.
여전히 어디 모서리에 다치진 않을까, 달려다니다가 넘어지진 않을까, 친구보다 수학 문제를 느리게 풀어서 속상해하진 않을까 걱정에 걱정을 더하는 시간들인데 그런 시간들 속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그걸 알아주고 있었다는 것에 감동했습니다.
24년간 간헐적 단골 국밥집의 영혼을 달래주는 순대국밥.
겨울방학이 아직 한참 남았지만 두번째 대학원 생활을 2주전부터 시작했습니다. 늘 더 배우고 싶었는데 수많은 현실적인 여건들을 물리치고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이번엔 대학 때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입니다. 삶의 남은 순간들을 목석같이 평온한 마음으로 지내기 위한 공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는 대학원 수업과 온라인 연수 출석 시험이 하루에 다 겹쳐서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를 종일 공부하며 보냈습니다.
대학원은 졸업한 대학교과 같은 곳이어서 학부생때부터 단골로 다니던 국밥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여전히 국밥집의 순대 국밥 맛은 20여년전의 그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변해가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을 만나는 그 아련한 기쁨과 행복이 다가 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국밥에 밥 한 공기 더 말아서 먹었을 텐데 이제는 소화가 잘 안되는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살면 살 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분명 삶은 더 단순해지고 관계도 희박해져 가고 있습니다. 애쓰지 않으니 있던 인연도 끊기게 되고 애매한 인연들은 정리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정점으로 치달았던 관계의 끄트머리에서 차분히 내려오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이 아직 목석 같지 않아 공부가 더 필요하지만 마음에 늘 출렁이는 위기의 바다, 위험해를 어떻게 겨우 겨우 항해중입니다. 이 바다를 어떻게든 잘 지나고 나면 평온의 바다, 평안해가 오지 않을까 자꾸 삶의 지도를 펼쳐보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 반 어린이들을 통해 소진 되어 가던 항해의 힘을 충전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나의 정성이 누군가의 마음에 감사를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어린이들 덕입니다. 다 부질 없게만 느껴지던 회색빛의 모든 일들이 아주 잠시나마 색색의 컬러로 빛난 순간을 선물해준 우리 반 어린이들을 떠올리며 이 깊은 밤에 다시 조금 또 행복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