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생활 적응기 : 다시 초임 때처럼

by 마리샘
20250404%EF%BC%BF103028.jpg?type=w1 언제나 남겨 보는 학교 전경

학교를 옮기면 따스한 봄날 하루를 골라 늘 학교 전경 사진을 찍어봅니다. 3월은 왠지 모르게 정신없이 계획을 세우고 뭔가 제출할 것들이 너무도 많아 이런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손도 느리고 적응도 느리고 여러 가지 일을 한번에 처리할 수 없어 차근차근해야해서 매해 매년 분주한 학년초를 보내고 있지요. 수십년이 흘렀는데 이렇게도 멀티태스킹이 안될까요. 이젠 좀 될 때도 된 것도 같은데 말이죠.

SE-5ba462a3-c7c4-4c14-b6cc-5a6acb9c02f3.jpg?type=w1 수업 시간에 이런 진지한 눈빛을 만나면 교사로서의 기쁨이 있습니다. 표정을 공개할 수 없어 안타깝네요.

그간 교무와 연구 업무만 해오다 학교를 옮기면서 교담을 맡게 되고 외국어, 원어민 관리, 다문화, 과학, 체육, 생활수영, 생태전환, 친목 등등의 학교 업무과 관련 업무까지 더해져 일의 양도 양인데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정신줄 놓을 듯 합니다.


거기에 더해 교육지원청의 도움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사회과 지역화 교재도 만들고, 체험학습 가이드북도 만들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 거절한 거라곤 합창단 지휘뿐입니다. 그건 정말 도저히 시간과 물리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거절이라기 보단 불가에 가까운 거절이 되었습니다.

SE-cac70f5e-94dc-4def-9a11-efaec97bad15.jpg?type=w1 6학년 어린이들이랑 운동장에 별자리도 보러 나갔습니다.

마치 신규 때처럼 수많은 업무를 맡아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요 텃밭에 학년별로 작물을 신청 받아 심을 준비를 하고 있고 그 너머엔 운동회가 또 기다리고 있어서 지금도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가 아닌 순차적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20250331%EF%BC%BF123236.jpg?type=w1 주의! 텃밭이 보이는 것보다 매우 큽니다. 유난히 작게 잘 나왔네요.

교담으로서의 생활은 이제 좀 적응이 되어 갑니다.


3, 4, 5, 6학년 영어와 과학을 담당하고 있는데 교육과정이 8개나 되어서 학기초에 수업 준비하는 게 참 버거웠는데 교사 경력이 힘을 발휘해서 한달 간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수업 준비와 수업의 지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수업 준비를 통해 준비한 여러 가지 내용들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어 배움이 생겨나면 그것처럼 뿌듯한 일이 없겠지만 수업에도 부침이 있어 많이 더 세심하게 준비한 수업이 기본적인 배움에 그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수업은 준비에 비해 배움이 매우 큰 수업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교과 시간에만 만나다보니 두 수업 사이의 간극을 평균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걸 해내기 위한 방법을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250403%EF%BC%BF141910.jpg?type=w1
20250403%EF%BC%BF141838.jpg?type=w1 굳이 안그려도 되는 그래프이지만 실험 결과를 해석하려면 자료 변환을 해야해서 함께 해봅니다. 학생들 실험 자료 변환하고 해석하는 걸 정말 싫어하고 어려워하는데 끈기의 과학샘과 차근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하는 영어 수업도 10여년도 전에 외국에체험센터에서 센터장으로 파견 근무했던 걸 몸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잊었던 교실 영어가 한달 만에 정상화 되는 걸 보면서 오랜 기간 저학년 담임을 맡아오다 고학년 교담을 하게 되면서 잊고 있던 많은 수업 세포들이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저학년 담임을 8년여를 하면서 제 말투가 정말 사근사근해졌더라구요.


고학년 어린이들은 그런 저의 말투에 왜 우리를 저학년처럼 대하냐고 해서 조금씩 고학년에도 맞춰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 달여 시간이 지나고 보니 시사적인 이야기나 여러 코믹한 내용들을 이해하는 고학년이 참 재밌단 생각이 듭니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항상 물 주고 보살펴야하는 배움의 새싹이었다면 고학년 어린이들은 배움을 함께 키우는 배움의 동지 같은 든든한 느낌마져 듭니다.


그렇게 다시 마음도 몸도 마치 초임교사처럼 주변 선생님들께 묻고 또 물으며 학교에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학교 전경 사진을 찍을 만큼 말이죠. 소소한 학교 이야기들은 또 정리해서 전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아직 마리샘 창작동요 활용가이드도 2025버전으로 업데이트도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정말 없어서 차분히 앉아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게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정리해야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5월이 오기 전에 해보마 다짐을 해봅니다.


참, 수업 이야기를 지나 학교 공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우리 학교에는 소소한 포인트가 참 많습니다.


요기는 병설유치원 앞 벤치인데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있습니다. 매우 귀여워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 한장 남겼습니다.




20250404%EF%BC%BF124446.jpg?type=w1 저는 청개구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교무실 복도 쪽 창문 밖으로 요런 동백나무가 있는데 바람이 솔솔 부는 날에 흔들리는 동백꽃을 보고 있노라면 소소한 행복이 함께 불어옵니다.

SE-e343a33b-5c84-42c3-84bd-a6af1d150855.jpg?type=w1 사진으로 다 담기지 못하는 분위기가 아쉽습니다. 바람 솔솔 부는 날 창가에 서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생각난 김에 눈이 펑펑 오는 날 제주 카밀리아힐에서 적어온 시에 작곡가 선생님께서 곡을 붙여주신 가곡 하나 들으며 오늘 학교 생활 적응기는 마쳐볼까 합니다.

빨갛게 새빨갛게 피어난 당신에게

기꺼이 내가 하얗게 내리는 눈이 되어주리다

내 마음 새하얀 눈 쌓인 겨울이어도

그대만은 새빨갛게 내 마음에 피었습니다


무엇보다 단단하게 겨울빛 향기 머금어

더없는 향기로 내 영혼 다해

당신을 사랑하게 합니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거리에 서 있어도

빨갛게 피어난 동백꽃처럼

그대가 피어납니다


눈밭 같이 차갑던 황량한 내 마음을

더없는 향기로 내 영혼 다해

사랑으로 꽃피우게 합니다


그렇게 나는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내가 사랑하게 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내가 사랑하게 합니다


가곡 '카밀리아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시. 이세일)


<2025년 4월 14일>


*이 글은 네이버블로그 마리샘에 동시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marriesam/223833109796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로운 시작 :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그 시간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