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템포는 라르고(Largo)

폭 넓고 여유롭게 그리고 천천히

by 마리샘
%EC%9D%8C%ED%91%9C-001.png?type=w1 카페 'Layout'. 건물 자체가 스피커같은 느낌. 전깃줄 오선지에 걸어본 온쉼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날들 중의 어떤 날들을 제주에서 보냈습니다. 막 휴식이 필요한 어떤 대단한 일들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일들을 하고 사는 것도 아닌지라 이제는 쉬고 싶다 말하는 그 습관적 쉼에 대한 갈구가 습관적일 따름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여유가 생기면, 시간 내어라는 말도 습관처럼 달고 사는게 그런 건 다가오는 것도, 누가 쥐어주는 것도, 내가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나이가 들수록 느낌으로 알게 됩니다.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 더 맞겠습니다.


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글이 너무 길어 음악 하나 넣어두려고 다시 수정창을 열었습니다. 제주에서 만들어간 노래입니다. 노래를 듣는 동안 차분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냥 살다, 그냥 다녀오고 그냥 마음이 일렁거리고 합니다. 생각 않기로 했습니다. 크게 달라질 게 없더라구요. 일이 여행이고 여행이 일인 이 삶이 참 좋습니다.


제주에 가면 별 계획 없이 해안도로 따라 드라이브합니다. 해안도로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상의 도로입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해안가 동네 길을 따라 해안도로로 내려가면 빛깔 다른 제주 바다와 하늘이, 그 길 따로 다시 안쪽으로 올라오면 일상의 도로와 생활 풍경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느리고 느려도 해안도로 따라서 그냥 다닙니다.

20250729%EF%BC%BF142255.jpg?type=w1 세화 어디쯤일텐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하도 많이 와서 익숙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익숙하지만 볼때바다 새로운 빛깔이 주는 설레임에 또 감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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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90cf7060-9122-4090-a4fb-fb8c62912d99.jpg?type=w1 물빛 정말 현실이 아닌 듯 합니다. 갯벌이 없어서 그런 ..... 아닙니다.
20250728%EF%BC%BF115509.jpg?type=w1 여긴 아마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막내가 돌고래 관찰하던 곳일 겁니다. 저도 다섯 번째 지나는 길이라 이제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바닷가 근처에서 평생을 살고 있지만 제주의 하늘빛과 바다빛깔은 좀 다르더라구요. 과학적으로는 갯벌이 있는 서해안과 갯벌이 없는 제주 해안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그런 건 생각않기로 합니다. 영재원에서 과학 수업을 안한지 오래되었는데 과학 교담을 다시 하다보니 자꾸 이런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조금 낭만적이어야할 순간이라고 되뇌어봅니다.

1753881420249.jpg?type=w1 맨 첫 사진의 그 카페네요.

그러다 좀 지치면 바다랑 하늘이 잘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앉으면 됩니다.


카페인 충전과 잠시 쉼표를 찍는 거라 커피 맛은 어떻든 괜찮습니다. 그...... 커피가 맛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맞다, 틀리다로 정리되면 너무나 명확한 세상이겠지만 그것과 그것 사이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카페 이름을 써놓고 맛이 어떻든 괜찮다고 쓰면 왠지 뉘앙스가 친절하지 않고 맛없는 느낌이라서 길게도 부연 설명해 봅니다.


커피 맛보다 중요한 건 쉼이라는 이야기에요.

커피 맛 있었습니다.


피곤한 세상. 행간을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해야하는.


이 카페는 신기한게 건물 자체를 마치 스피커 울림통처럼 쓰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건축이나 음향에 대해서 모르지만 그 알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2층 통창 앞으로 다섯줄 전기줄이 오선처럼 지나가길래 맨 처음 사진처음 찍어서 나중에 높은 음자리표랑, 박자표, 온쉼표까지 얹었습니다. 사진 찍으며 오선으로 쓸 생각에 좀 신났더랬습니다. 잘 쉬고 다시 나섭니다.


그러다 '송당마을'이라는 동네 표지판을 지나가는데 여긴 왜 이렇게 차랑 사람들이 많은지 궁금해하며 지나치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지브리 인증 공식 '코리코 카페'와 지브리 스튜디오 소품샵 '도토리숲'이 있다는 겁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야 워낙 유명해서 설명안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코리코는 지브키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코리코 카페는 그 마을을 테마로 운영되는 지브리 인증 공식 카페라고 하네요.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알았으면 되었고 왔으면 당연히 들러가야지요.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랜 팬으로서 당연한 일이지요. 잘 안하던 일이지만 해야할 땐 또 확실히 합니다.


퀄리티 좋은 소품들과 스팟들이 너무 욕심이 났습니다. 소유욕은 그닥 없는데 요런 건 집 마당에 두고 바라보면 흐뭇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뜬금없이 여기 와서 보니까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마당에 두면 무뎌질 것 같습니다.

%EC%9D%8C%ED%91%9C-002.png?type=w1 완벽하게 토토로형 몸매. 검정 우산은 싫어서 파란 우산으로 대체.
SE-87a563cf-1ea4-4d70-9386-189f0e42aa9b.jpg?type=w1 고양이 버스. 아장아장 계단을 오르던 아기와 아기 어머니분이 안보이는 잠깐을 기다려 찍은 고양이 버스.좀 기괴한 버스지만 자꾸 보니 ... 운행해주면 좋겠다 생각하게 되었지
1753881442319.jpg?type=w1 제주 송당마을 '지브리 스튜디오 카페'. 지브리 OST를 LP로 들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서 한번 들어봅니다. 사진 찍어준 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잠깐 들를 생각이었는데 소품샵 '도토리숲'에서 머물러 있다 다시 바로 옆 '코리코 카페'까지 입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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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과 한라봉 에이드. 테마에 어울리는 작고 미미하지만 디테일한 장식들이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낼 모레 쉰 아저씨의 숨겨왔던 취향을 오늘 공개해봅니다.

카페 안에 작게 마련된 '마녀 배달부 키키' 소품 공간에서 아까 '도토리숲'에서 참아내며 잘 나왔는데 이번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카드를 꺼내버립니다. 금액은 보지 않는 것으로 합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

SE-bbf7ba97-d56f-4eb7-ac7c-525707a787b5.jpg?type=w1 새장 속 '지지'를 데려왔습니다. 몸값이 상당히 .... 흠.

유난히 시렸던 사춘기 시절에 오직 곁에 있던 것은 교회, 학교 친구들, 비틀즈, 쿨(Cool), 동요, 첫사랑 그녀, 그리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때 그 어렵던 시절을 잘 이겨낸 것처럼 북적이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잘 버티며 뜻하지 않은 시간들을 시원하고 맛있게 잘 보내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마녀 배달부 키키' OST를 걸고 다시 드라이브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루즈의 전언'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러다 세화 어디쯤 길가에 있는 라면집 '해맞이쉼터'에 들어갑니다.


여기 원래는 작고 오래된 건물이 있었던 곳인데 새로 건물 지어서 깔끔하게 다시 오픈했더라구요. 파전이 완전 커서 반이나 사분의 일로 쪼개서 팔아주시면 너무나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생각은 할 수 있으니까 다른 의견 주시면 다 수용하겠습니다. 음식 앞에서 논쟁하는 건 맛보는 일을 늦출 뿐이니까요.

%EC%9D%8C%ED%91%9C-003.png?type=w1 칠성 사이다도 너무 좋았지만, OB골든라거 캔맥주가 정말 너무 필요했는데 운전해야해서 사이다로 기분만 냅니다. 그래픽으로 함께한 칠성사이다와 캔맥주.

내내 커피며, 에이드며 여러 음료들을 마셨지만 요기서 음식 먹고 마신 칠성 사이다 한모금이 세상 끝에서 만난 청량함을 주었습니다. 믿고 마시는 칠성사이다. 사실은 정말 좋아하는 캔맥주 한캔이 필요했는데 운전해야해서 그냥 사이다로 대신한 것도 있습니다. 캔맥주를 부르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계획은 없지만 그냥 드라이브합니다. 사실 계획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거지 계획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다음은 정말 계획한 일, 유리 공예 원데이 클래스를 위해서 공방으로 향합니다.

SE-c7274b6c-70e8-11f0-8fe2-77490a135774.jpg?type=w1 알록달록 유리 공예품들이 예쁘기도 합니다. 아저씨 마음도 흔들만큼요.

뭔가 뽀시락 뽀시락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국민학교 ... 아니 초등학교 다닐 때 고무동력기를 좋아했던 건 다분히 이런 낭만적인 이유였습니다. 과학적인 학생이라거나 항공 과학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선천적 문과라서요. 단지 손으로 뽀시락 뽀시락 모형항공기, 고무 동력기 만드는 게 너무 좋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정신 차려보니 학교대회, 교육청대회, 도대회를 거쳐 공군사관학교에서 전국대회에 참여하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보니 뭔가 시작하면 정신 못차리고 최선을 다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그 일의 중심에 와 있는 건 이때부터였네요. 안하면 모르겠지만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 평온해집니다.

SE-c729955d-70e8-11f0-8fe2-cb829f7188b3.jpg?type=w1 뭉툭하지만 예민하고 세심한 손으로 태어나서 처음 해본 유리 공예입니다. 한라봉!
1754395432223.jpg?type=w1 결과물은 뭔가 비현실적으로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모두 선생님의 친절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생전 뭐 공방 체험하고 리뷰 같은 거 안 적는데 영수증 받아서 리뷰도 적었습니다. 네이버 리뷰를 영수증 인증하고 적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네요.


그런데 이 과정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의 역량이 아주 중요해보였습니다. 저의 유리공예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겨살에서의 마리샘처럼 엄청 친절하게 '망하지 않고' 마침내, 반드시, 드디어, 결국, 작품의 결말을 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게 중요한 거죠. 망했을지도 모르는데 망하지 않게 해주는 게 선생님이 할 일이니까요. 갑자기 예전 글이 떠오릅니다. 선생님과 이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쁜 뉘앙스로 진솔하고 친절하게 말하는 사람에게 약합니다. 없는 것도 다 퍼줄 만큼 말이죠. 사기꾼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잘 학습된 예쁜 뉘앙스의 말과 진솔한 친절함을 사랑합니다. 좋은 것을 좋은 사람을 통해 겪어봐야 좋지 않은 것과 좋은 척하는 것들을 골라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들과 사람을 겪어볼 일이 많지 않아 구별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 학습된 예쁜 뉘앙스의 말과 진솔한 친절함을 사랑합니다.

좋은 것을 좋은 사람을 통해 겪어봐야

좋지 않은 것과 좋은 척하는 것들을 골라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들과 사람을 겪어볼 일이 많지 않아

구별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만난 유리 공예 선생님이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혹 제주에서 유리 공예를 해보신다면 들러보시길 추천해봅니다.

예고 없이 만난 그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예쁜 뉘앙스의 말과 진솔한 친절함 덕에 오랜 전에 멸종된 희귀 생물을 만난 것 같은 깊은 감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어떤 분들은 이 시간을 겪어 보시는 것만으로도 예쁜 시간이 되실거라 생각해봅니다. 제가 그렇지 않은 환경에 있어서인지 이런 분들을 한번씩 만나면 눈물날 만큼의 감동을 늘 전해받습니다. 몇해 전 속초로 갔던 가족 여행에서 만났던 분들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이런 분을 만났습니다.

SE-86f3e436-d0b8-44c2-b254-720d1b90cded.jpg?type=w1 누가 보면 빵봉투인줄 알겠지만 생애 첫 유리 공예 결과물을 담아주셨습니다.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해안도로 곁으로 노을이 자동차 룸미러를 통해 자꾸 잡아 끌어 차를 세우고 바닷가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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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며칠이 저물어 갑니다. 하루처럼 썼지만 며칠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며칠을 이어준 것이 드라이브였습니다.


제주에서의 메인 테마는 해안도로 드라이브였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빛깔의 그 시공간을 달리는 일은 아주 특별한 일입니다. 이제는 일이었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적어야겠지만 여전히 그리고 늘 현재진행형입니다.


적은 내용보다 안 적은 내용들이 더 많고 두 편의 글로 나누어 적어야할 만큼 많은 양의 글자가 담인 포스팅이지만 나누지 않고 그대로 한편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인내심과 의지를 지닌 분들과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당연한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 지금 당연하지 않음을 뚫고 별 볼인 없긴 하지만 길고 긴 이 글을 읽고 오해 없이, 그게 욕심이라면 오해의 폭을 줄여 서로에게 다가올 수 있는, 또는 다가와줄 분들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제주에서의 쉼이 조금이라도 전해졌기를 바라봅니다.


<쪼가리질>

오랜만에 쪼가리질이라고 적어보네요.


도저히 안적을 수 없어 이렇게라도 적어봅니다. 망고빙수 정말 여기 저기서 많이 먹어봤는데 요기 증말 너무 좋아요. 제주 생애플망고를 산더미처럼 얹어주는 빙수가 기가 막힙니다. 사실 카페 이름도 몰라서 검색해 보고 '망고데이 필리핀디저트 카페'라는 긴 이름도 알게 되었습니다. 위치는 성산읍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이 빙수처럼 우리의 삶도 안 단것 같은데 달고 느끼한 것 같은데 상큼한 그런 날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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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제나 제주에 있을 때면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오로지 커피 한잔 마시러 열일 제쳐두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가는 곳 '와랑와랑' 카페에도 다녀왔습니다. 글의 처음에 소개해둔 노래 '바람 편지'를 썼던 바로 그 카페입니다. 여전히 좋더라구요.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것들 중 단연 최고인 듯합니다. 여길 찍고 와야 다녀온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거든요. 그럼요 카페엔 커피 마시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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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4일>


*이 글은 네이버블로그 마리샘에 동시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marriesam/223959027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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