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수업 설문 이야기

더 나은 우리들의 배움을 위해

by 마리샘
SE-aea967ef-6060-11f0-bd92-d7ea4ddfe866.jpg?type=w1 떨리고 긴장되고, 기대감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바로 그 시간입니다.

언제고 어린이들과 배움을 실천하게 되면 그 끝엔 익명성을 보장한 수업 설문을 해오고 있습니다. 학급 담임일 때는 생활 지도 부분에 대한 내용과 각 가정으로 보내는 학부모 설문도 진행하는데 올해는 교과전담으로 영어와 과학, 그리고 업무적으로 가장 큰 행사였던 생활(생존)수영과 운동회에 대한 설문만 진행했고 결과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폼을 이용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할까 하다가 올해는 종이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설문이 익명성이 더 보장되어 더 내용이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는데 매번 아무 내용이 없는 결과지가 대부분이라 올해는 교담 첫해기도 해서 종이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재밌는 내용들도 많은데 개인적은 내용을 제외하고 몇 가지를 정리해봅니다.

20250714%EF%BC%BF121135.jpg?type=w1 과학 시간에 야외 활동을 많이 해달라는데 교육과정 내용이 야외에 나갈 내용이 거의 없다보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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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4%EF%BC%BF121117.jpg?type=w1 영어 수업마다 대화가 중요하다보니 발음과 스펠링에 방점을 찍었는데 비슷한 이야기가 많네요.
20250714%EF%BC%BF121111.jpg?type=w1 6학년 설문인데 내년엔 본인들 가는 중학교로 오라는데 솔깃하네요?
20250714%EF%BC%BF121103.jpg?type=w1 수업 시간은 짧고 내용은 많아서 엄청 밀도 있게(라고 쓰고 '모두 힘들게'라고 읽...) 수업했는데 그걸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해주어서 감동입니다.
20250714%EF%BC%BF121026.jpg?type=w1 맞춤법은 틀렸지만 그 진심만은 가득하네요. 글씨색이 좀 무섭긴 합니다. 사랑의 핑크라네요
20250714%EF%BC%BF120950.jpg?type=w1 '도파민'이라는 고급 낱말을 썼네요. 수업이 재밌었다니 다음 학기에는 더 밀도 있게 수업을 해볼....까 부다.
20250714%EF%BC%BF120903.jpg?type=w1 이건 선생님이 해야할 멘트인데? 2학기 때도 잘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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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실험이라는 고정관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부분이 많긴 하지만 과학은 탐구의 과목이죠. 그래서 수업 오리엔테이션이나 수업중에도 꾸준하게 탐구의 절차와 방법에 대한 안내를 꾸준히 했더니 그래도 학기 중간을 넘어서부터는 확실히 그런 부분들이 수업중에 나타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250714%EF%BC%BF120825.jpg?type=w1 매 시간 더 풍성하게 주고 싶은데 못주는 부모의 마음 같은 수업들에 사랑한다는 고백은 언제나 감동이고 감사입니다.
20250714%EF%BC%BF120803.jpg?type=w1 과학 시수가 정말 많은 편인데 그것도 부족하다니, 극한의 행복이네요. 교사가 수업이 재미없다는 말이 가장 마음 어려운 일인데 수업이 재밌다니 일기장에 써두고 싶네요.
20250714%EF%BC%BF120749.jpg?type=w1 실험을 많이 못했다라고 쓰고 '내 기준'이라고 쓴 건 너무 귀엽습니다. 아마도 충분히 실험했지만 나는 더 실험하고 싶다 정도의 행간 의미를 가진 듯 합니다. 반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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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쟁이(꼽꼽쟁이 아님 주의!) 마리샘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선생님이라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그.... 어느 순간도 허투루 넘기지 않음을 이제는 어린이들이 알지요. 띄어쓰기부터 문장부호까지도 챙기는 그런 피곤한 샘인줄 저도 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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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설문인데, 5~6학년은 영어 전체 시수를 마리샘이랑 수업하는데 3~4학년은 시수의 절반은 담임샘과 수업이라 아쉬운가 봅니다. 그렇지만 3~4학년까지 전체 시수를 수업하면 선생님은 아마 아파서 누울지도 몰라. 지금도 담임샘만큼 시수가 많아. 그치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 괜찮아. 너희가 재밌으면 되었어.


전체적인 부분을 정리하고 보니 키워드가 좀 정리가 되네요. 좋았던 점은 이렇네요.


친절하다.

자세하게 알려준다.

재미있다.


아쉬웠던 점은 또 이렇습니.


실험을 더 많이 하고 싶다.

영어 수업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좋았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이 결국엔 같은 이야기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내용이 많아 안도의 마음과 또 2학기에 반영해나가야할 부분들을 잘 정리해 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적은 것도 있는데 그건 또 어린이들이 익명성을 타파하고 부탁할 일이 있어서 쓴 거라 정말 재밌는 내용이지만 공개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20250714%EF%BC%BF131120.jpg?type=w1 예의를 엄청 중시합니다. 그래야 감정이 아닌 내용을 나눌 수 있으니요.

선생님들께 하고싶은 말은 이런 내용이 많네요. 나눠주고 적어오라 한거고 한꺼번에 제출한 거라 익명성이 보장 되어 있는데도 저렇게 적어온 건 절반은 확실히 넘은 진심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사실 모두의 글씨체를 알고 있어서 누가 쓴 건지를 다 알고 있습니다. 글씨체에도 민감한 마리샘이니까요. 내용은 정말 어느 내용이든 수용적이지만 말도 글도 향기가 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주문한 내용인데 저렇게 써주었네요.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

사랑한다.


그걸 알고 쓴 걸 수도 있지만 마리샘에게 따라 붙는 키워드가 '친절, 자세하게, 재밌게'라니 뿌듯합니다. 애쓰며 달려온 긴 교육경력이 주는 여유의 다른 말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열정에 가득차 가열차게 끌고 가던 신규 교사 시절을 지나 매일 한계를 느끼며 자아비판과 우울에 허덕이던 시절도 무사히 잘 보내고 이제는 조금씩 익어가는 안정감 있는 경력 긴 교사가 되어 어린이들과 함께 속도를 맞추며 걸을 수 있어 얼마나 매일 안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교사의 시간은 좀 다르게 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오전을 지나 정오 즈음이네요. 뜨거운 여름 햇살 먹고 더 건강해지고 더 공부 많이 해와서 2학기도 또 부지런히 달려볼 참입니다. 배워서 남주냐던 어머니의 말씀이 예언이었는지 여전히 배워서 남주는 이 자리가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2025년 7월 14일>


*이 글은 네이버블로그 마리샘에 동시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marriesam/22393300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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