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네마천국>은 엔리오 모리꼬네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 알프레도와 토토의 나이차를 뛰어넘는 우정 등으로 지금까지 걸작으로 회자되는 영화다. 말로만 듣던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봤는데 '왜 이 영화가 명작으로 평가받는가'에 공감이 가면서도 시대의 변화와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0년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한 지역에서 꼬마 아이 토토는 영사기에서 일하는 알프리도와 친해진다. 그러다가 어떤 사고로 인해 토토가 영사기사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알프레도는 토토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면서도 지금 당장은 지역에 영사기를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토토를 찾는 사람이 있지만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이 직업은 비전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계속 강조한다.
당시만 생각하면 영사기사의 직업은 오래 지속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지친 일상을 영화로 해소했고, 영화에 열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발달했고 영사기사라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영화에서 나타나듯, 30년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과거 핫플레이스였던 영화관은 TV와 비디오에 밀려 결국 철거된다.
토토가 알프레도의 조언을 받아들여 영화감독으로 성공했는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커리어에 큰 위기가 닥쳤을 것이다. 최소한 성공한 감독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알프레도의 말이 옳았다.
내가 중딩시절이던 1990년대 초중반은 그야말로 비디오 대여점의 전성기였다. 당시는 비디오 테이프를 대여점에서 빌려야했고 부모님과 같이 비디오를 봤던 추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비디오의 세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CD, DVD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비디오로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멀티플렉스가 활성화된데다가 유료 다운로드, IPTV 등이 발달하면서 CD, DVD 시대도 금방 저물었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등장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90년대 워크맨에서 CDP로 변화됐다면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mp3 플레이어, PMP 등의 입지가 확 낮아졌다. 디지털 카메라도 스마트폰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시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에 뒤떨어지고 새로운 문물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런데 이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해당 직군에 속한 사람들의 직업 안정성, 생계, 커리어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90년대 그 많던 비디오 대여점은 지금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입학식, 졸업식 때 보이던 아날로그 사진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다들 디카,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이분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내가 속한 언론, 특히 신문 업계도 위기감이 크다. 과거에는 신문구독이 많았고 신문배달로 알바를 하면서 용돈을 버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신문보다는 인터넷, 스맛폰으로 기사를 찾고 점차 신문은 구시대의 유물로 변해가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신문의 입지가 커져야 하는데, 요즘 동네 어떤 아저씨가 “신문 구독하세요”라고 권유하지만 허공의 메아리가 되는 장면을 보고 생각이 많아진다.
분명히 트렌드는 변하고 기술은 발달하고 있으며, 이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졌다. 그런데 지금 정답을 내다보기는 어렵고 과연 ‘나는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