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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seilleu Mar 13. 2018

영화 <더 포스트>와 진정한 리더의 자세

영화 <더 포스트>는 과거 워싱턴포스트가 닉슨 정부의 압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결국 진실을 보도하는 내용을 담았다. 물론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에 명배우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가 출연해 작품의 격(格)을 한층 높였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워싱턴포스트의 오너였던 캐서린 그레이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리더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래에는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71년 캐서린 그레이엄에게 결단의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미국 베트남 전쟁의 비밀을 담은 문서인 ‘펜타곤 페이퍼’에 대한 보도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먼저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즈는 닉슨 정부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추가적인 보도를 금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어렵게 이 문서를 입수하지만 보도를 한다면 역시 미국 정부의 보복을 감수해야 했다. 오너인 캐서린이 감옥에 갈 수도 있었고 그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다. 정부와 법적 공방을 하게 되면 주식상장도 실패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속된 말로 ‘배짜라’ 할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캐서린은 여느 꼰대와 같이 ‘내가 이 회사 오너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어’ 라던가 ‘까라면 까’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려고 했다.


이 작품에서는 여럿이서 다중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 직전 기자들은 문서의 내용을 분석하는데 여념이 없었고 이사진 중 몇 명과 회사 변호사는 보도로 인해 발생할 후폭풍과 법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다가 양측은 다투게 되고 결국 캐서린은 다중 통화를 제안하면서 각자 발언할 기회를 부여했다. 


결국 캐서린은 보도를 하기로 결단했는데, 그때 뉴욕타임즈와 동일한 취재원을 통해 자료를 입수하면 법적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다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최종 결정 후에는 단호한 자세를 보인다.


그리고 영화 초반에는 오너이지만 편집국장의 영역을 존중하는 모습도 나온다. 원래 캐서린은 죽은 남편을 이어 워싱턴포스트의 경영을 맡게 됐다. 언론경험도 없고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받기도 했지만 이런 과정을 겪고 나서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게 된다. 결코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구성원들끼리 격렬하게 논의하는 모습. 듣는 자세도 리더에게 중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리더를 해서는 안 되는 유형들을 경험했다. 내 의견만 옳으며, 마치 그게 결단력있고 카리스마 있거나 때로는 ‘남자다운(?)’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그 중 하나다.때로는 잡스병에 걸려서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독설을 하는 부류도 있다.(그러나 그의 능력은 당연히 스티브 잡스에 비견될 리가 없다.)


게다가 결정은 자기 맘대로 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면 남 탓으로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유형들도 있다. 리더의 역량은 부족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일을 벌이다가 말아먹는 사람, 특정인만 편애해서 조직의 분위기를 무너뜨리는 사람, 내로남불하는 사람 등등 리더로 인해 조직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도 드물지 않다.  


영화 <더 포스트>를 보면서 민주적이면서 자기가 책임을 질 줄 아는 그런 리더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는다. 또한 그런 리더라면 나도 믿고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P.S

이 영화에 대한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누리네 다락방 (http://www.podbbang.com/ch/11341?e=22552872) 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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