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벤츠’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제가 설날 연휴에 처가에 갔었는데 어르신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자동차 기자이고 장모님이 새로 차를 장만하셔서 자동차 관련 대화가 나왔습니다.
그때 어르신들은
“수입차하면 아무래도 ‘벤츠’지. 다른 차들도 봤는데 벤츠가 가장 좋은 거 같은데.”
라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젊은 세대에서는 BMW나 볼보, 여성들은 MINI 등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중장년 세대에서는 확실히 벤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보입니다. (가끔은 벤츠가 아니라 ‘벤스’ 또는 ‘벤쓰’로 발음하시는 사례도 봤습니다.)
벤츠 S클래스 모습. 사진/벤츠코리아제가 자동차 분야를 담당하기 시작했던 2018년부터 흐름을 보면 한국 수입차 시장은 ‘벤츠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숫자로 증명하고 있는데요, 2017년부터 벤츠의 국내 판매는 6만9019대, 7만798대, 7만8133대에 달합니다.
점유율은 2018년 27.2%, 2019년 31.9%인데, 수입차 고객 10명 중 3명은 벤츠를 구입했다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작년 2위는 BMW(4만4191대)이며, 렉서스(1만2241대), 아우디(1만1930대), 토요타(1만611대), 볼보(1만570대), 지프(1만251대), 미니(1만222대) 등이 1만대를 넘었습니다. 벤츠와의 차이가 크죠.
작년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를 보면 벤츠 E300이 1만3607대, E300 4MATIC이 1만259대로 1,2위를 한 것은 물론 이 모델들만 1만대를 넘었습니다. 솔직히 강남 등 가보면 E클래스가 무슨 쏘나타도 아니고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렉서스 ES300h(7293대), 폭스바겐 아테온 2.0 TDI(5595대), BMW 520(5461대), 포드 익스플로러 2.3(4537대) 등이 뒤를 이었구요.
벤츠 E클래스 모습. 사진/벤츠코리아작년 벤츠 E클래스만 3만3690대가 판매됐습니다. 제네시스 G80이 2018년 3만7219대, 2019년 2만2284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실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벤츠의 인기요인으로는 BMW는 2018년 화재사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로 인한 반사효과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일단 ‘삼각별’ 엠블럼이 갖는 상징성도 매우 크다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수입차는 아무래도 젊은층보다는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중장년층 비율이 훨씬 높은데, 스피드나 강렬함보다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을 원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특히 S클래스는 고급 세단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구요.
E클래스가 벤츠 라인업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이유로는 S클래스는 1억3500만원부터 시작해 마이바흐나 AMG는 2억원을 넘어가지만 E클래스는 7000만원부터 시작해 1억원 정도(AMG 제외)이기 때문에 이 급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C클래스로는 뭔가 아쉽고 하차감이 덜 느껴지기에 E클래스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고 보이구요.
E클래스의 인테리어 모습. 삼각별 엠블럼도 보이고 디자인이 참 멋진 것 같습니다. 사진/벤츠코리아
이번 E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의 인테리어. 사진/벤츠코리아다시 돌아와서 벤츠의 인기 요인으로 저는 멋진 인테리어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컬럼식 기어가 채택되면서 변속할 때 약간의 적응도 필요하지만 센터페시아 부분이 아주 유려하면서도 깔끔합니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느낌에 무드램프까지 들어오면 정말 운전하고 싶어지죠. 자동차 고수분들은 고급 수입차, 특히 벤츠에서 코너링을 할 때 원활하고 이른바 ‘쫀쫀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벤츠의 ‘이름값’에 여러 장점이 결합됐다고 봅니다.
만약 저한테 벤츠 C클래스하고 BMW 3시리즈를 비교하라고 하면 3시리즈 편을 들고 싶은데 E클래스와 5시리즈라면 편안하고 안정적인 운전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E클래스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 벤츠가 E클래스의 부분변경모델을 공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존 모델의 디자인이 좀 더 벤츠의 품격을 잘 드러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벤츠 S클래스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제 평상에 E클래스 정도 세단을 마련하는 게 꿈입니다.
E클래스 부분변경 모델. 저는 예전 디자인이 좀 더 멋진 것 같습니다. 사진/벤츠코리아
예전 시승했던 CLS 400d 인테리어 모습. 사진marseilleu